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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머라고?]에 관련된 글.
re님의 [덧글을 안썼어야 했다]에 관련된 글.
말걸기님의 ['유머'다와야 '유머'지]에 관련된 글.
오와루님의 [분위기를 좋게 하려는 말?]에 관련된 글.
지난번에 썼던 [유머라고?]라는 글로는
내 생각을 설명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는 듯 하여, 한 편 더 씁니다.
(사실, 처음부터 한편 더 쓸 생각을 하고 쓴 거지만...)
그 동안에 이 내용에 관련된 내가 공감하는 글들에 트랙백 걸었습니다.
앞의 글에서 나는 웃음을 '정치'로 규정했습니다.
내가 웃음을 '정치'로 끌어오려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그건, 누군가의 웃음을 통해서 느낀 나의 분노들에도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내가 그 글을 보고 (혹은 그런 게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잠자코 있을 수는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나는 남자친구들끼리만 모이는 친목모임을 대체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건 여성들이 들러리를 하라는 의미가 절대로 아닙니다.
그리고 어떤 남자친구들은 괜찮은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대인관계에 있어서 곤경에 처하던 경우들이 대체로
남자친구들끼리만 있을 때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들의 입에서는 매매춘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동네는 얼마고, 어느 동네는 얼마인데, 어디가 더 좋더라...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자기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할 때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끝나지 않습니다.
화살은 반드시 나에게로도 옵니다. 특히 이럴 때 가만히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 옵니다.
나에게 그런 곳을 경험시켜주고 싶답니다. 물론 농담을 하려고 그랬다는 것은 압니다.
실제로 나를 데리고 그런 곳에 가는 친구들은 아닙니다.
(나 없을 때, 자기들끼리 가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농담을 하려고 그랬다는 것을 알아도 나는 불쾌합니다.
매매춘이 싫다고 하는 나는, 남성들이 여성을 지배하는 틀 속에서는
여성을 지배할 줄 모르는 무능한 남성이라고 규정당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런 나에게 능력을 보여달라고 하고, 능력을 키우라고
'친구'로서 조언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던 친구들도
남성들끼리만 있는 자리가 아닐때에는 입조심을 합니다.
물론 이것도 성비가 거의 1:1이 될 때 이야기지,
대부분이 남성이고, 여성이 한두명 끼어 있는 자리라면,
그 여성이 불쾌해하든지 말든지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구조가 되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내가 비하되었다는 것을 나 혼자서 바로잡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내가 그 친구들을 만나서 놀고 있던 그 자리에는 있지도 않는 어떤 여성들은
(이걸 '모든 여성들'이라고 지칭할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당하는 것보다 더 아래의 위치에 놓이면서 당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여성들은 그 자리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 내가 어떤 비판을 하면,
그 남성친구들에게서 "머 어때, 우리끼리 이야기인데..."라는
대답을 듣게 됩니다.
유머든, 농담이든, 무엇이든 간에 누군가를 존재 자체로 비하하는 언어들은
대체로 비하의 대상이 부재하는 가운데 존재합니다.
비하해놓고, "머 어때, 우리끼리 이야기인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끝나는 이야기가 될까요?
문제의 핵심은 비하하는 언어들을 누군가가 발설했다는 게 아니라,
비하하는 언어들이 존재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내가 웃음에 대해서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 눈앞에서 나를 비하하면서 웃고 있는 어떤 사람들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웃음을 정치로 생각하는 것은
정치는 우리끼리만의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존재 자체로 비하하는 언어들이
'우리끼리'라는 명분으로 어떤 공간에서 공유되고 있다면,
그것은 그런 언어들을 그 공간에서 재생산하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재생산이란, 그 공간에 들어오는, 그 공간과 소통하려는 또 다른 누군가를
비하의 주체로 만들어버리는 것입니다.
처음의 문제로 돌아가서 블로그에 여성을 비하하는 언어를 쓰는 것에 대하여
누군가는 블로그의 특성을 고려하여,
혼자 사용하는 블로그인데, 무슨 상관이냐고 그러지만...
블로그는 엄연히 블로그에 들어오는 방문객들과 소통하는 공간이고,
그 공간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언어를 공유하고 있다면
그것은 지적되어야 마땅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지적에 있어서,
"비하의 대상이 부재하는 공간에서는 괜찮다"
라는 논리를 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그런 비하의 내용은 사라져야 하는 것이지,
혼자서 즐기면 괜찮은 것이 아닙니다.
혼자 있는 공간 역시 비하의 대상이 부재하는 공간의 일종일 뿐입니다.
혼자서는 소수자를 비하하는 언어를 즐기면서
다른 사람 앞에서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해서
소수자에게 평화는 결코 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에서는 악의를 가진 자들은
고작 비하의 대상이 부재하도록 조작된 익명게시판 하나로
소수자들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 목록
비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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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것은 무엇이 여성을 또는 소수자를 비하하는 지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이지요. 잘 알아듣게 말해야겠어요. 못 알아들으면 말고...말고. ^ ^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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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 // 그러니까요.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니까요.^^부가 정보
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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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친절하게 잘 설명된 글이네요.. 저는 좀 딱부러지지 못해서 사실 지적같은건 잘 못하겠더라구요. 모임에 갔을때 그런 얘기들이 오가면 가만히 듣고만 있어요. 솔직히 모임의 분위기를 더 우선시 하기 때문인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날 까칠하게 보는 게 싫기도 하고.. 얘기하도록 노력해야하야 하는데.. ㅋ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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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 머 나라고 지적 잘 하는 건 아니거든.ㅋㅋ (여태까지 나를 자세히 봤다면 알텐데.ㅋㅋ) 다만 누군가가 지적을 했을 때, 지적한 것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하고 싶을 뿐이지.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