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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4일차

단식4일차

- 어제 찬 바람을 쐬 어서인지 콧물이 심했다.
오전에 목욕을 하고 한숨자니 가라 앉았다.
거울을 봤다. 턱에 뾰로지가 나고 눈가에 주름이 심했다.
어디서 많이 본 겉 늙은이가 누렇게 뜬 얼굴로 째려보고 있다. 바로 나다.

내몸은 나 만이 돌 볼 수 있고, 내가 돌 보아야 할 일차적인 대상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지금껏 몸이 아프다는 것은 나와 상관이 없었다. 나는 아파아 할 원인이 별로 없었고, 앓아 봐야 한 사흘 뿐 이었고,그래서 내가 병들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나는 심하게 아팠고, 훌훌털고 일어 난다는 것은 의욕 뿐 이었다.
냉온욕을 아침저녁으로 했는데도 몸이 예전으로 돌아가질 않았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아! 세월에는 항우장사도 맥을 못추는 것인가?
마음은 여전히 스무살 청춘인데! 몸이 따라주질 않다니!

원래는 볶은소금을 먹고 관장요법을 행하려 했다. 
관장기도 준비하였던 것이다. 내 경우는 장이 부실해서인지 단식중에 변을보지 못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똥을 눟지 못하는데 어떻게 묶은 똥이 배출되겠는가!

허나 결론적으로 소금섭취와 관장요법은 사용되지 못 하였다.
소금섭취는 선배님의 간곡한 만류 때문 이었다.
" 먹을려면 간수를 뺀 죽염을 써야지! 이건 김치 담는데 쓰이는 일반 볶음 소금인데, 극약인 비소가 없다고 장담할수 없다."는 논리를 받아 들였기 때문 이었다.
애초에 행하려던 관장요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 자연스럽지 못하다" 는 논리보다는, 관장을 행할수 있는 주변조건이 갖추어져있지 못해서 였다.

나는 단식의 실재에 있어서 일관적이지 못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건 중요한 문제다. 흔히 발생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사고가 날수도 있다.
나는 수많은 과거 경험과 단식이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났으므로, 좌고우면 없이 단식치유를 감행했던 것이다.
허나, 이론과 실재는 다를 수 있고, 주변조건을 잘 고려하지 않는 우를 범하였던 것이다.
'생수인가? 소금인가?' 소금은 왜지? 생수의 양은? 원리가 가물가물했다.
' 왜 관장기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가?' 단식중 숙변제거에 힘겨워했던 예전 경험을 망각했고, 주변조건이 좋지않다는 이유로 관장의 중요성을 쉽게 포기했던 것이다.
( 이 문제는 나중에 또 언급을 하겠지만, 단식전과 단식의 과정에서 관장을 생략한 것은 상당한 손해였다. 복식2일차에나 나는 관장을 하였다. 5일간 공들였던 효과는 반감되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묶은 똥을 뱃속에 그대로 둔채였으니, 기분도 거북했고 몸도 무거웠던 것이다.)

저녁 나절에 먼데서 친구가 왔다.
자원방래불역락호!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팔을 다치신 형수님께 예쁜 꽃 한송이! 한라봉1박스, 생굴 한봉지를 싸들고 왔다. 내몫은 하나도 없었지만 눈 요기는 충분히 할수 있었다.
저녁을 함께 했다. 북어국, 족발데침, 생굴, 고추절임 김치, 그리고 서리태 넣은 찰진 쌀밥이 차려졌다.
먹음직 스럽다.
반주로 소주 한잔씩!
난 물을 마셨다. 입을 다시면서.
이것도 단식 수행의 한 프로그램이라고 자위했다.
(훗날 오늘 밥상에 오른 음식을 잊지 않고 찾아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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