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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4
    박근혜정부 노동정책 예상- 단병호
    자유인

박근혜정부 노동정책 예상- 단병호

단병호 "MB 정부가 망친 노동정책, 박근혜 정부는…"

[새해 연속 인터뷰 ③] '노동계 대부'가 바라본 '박근혜 정권과 노동'

김윤나영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1-13 오후 1:28:26

2013년 새해가 밝았다. 이명박 정권이 막을 내리고 박근혜 정권이 닻을 올릴 날이 머지않았다.

박근혜 당선인은 18대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다. '박근혜 당선은 이명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라는 비판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이 이명박 정권과 본질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일까' 하는 세간의 의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남긴 과제를 박근혜 정권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풀어갈 것인지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은 언론, 역사, 노동의 세 주제를 중심으로 이 사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말의 길을 열고, 과거사의 진실을 규명해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며,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에게 살길을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권 역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이명박 정권과 같은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새해 연속 인터뷰
MB에게 맞선 언론인 5인 "박근혜, 또 부역자 보내면…"
"박근혜 기준은 박정희 명예회복…역사 전쟁 벌일 것"

박근혜 정권 출범을 앞두고 노동계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노동자의 잇따른 죽음'이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자의 죽음이 정치적 문제로 확대하는 것을 경계했지만, 대선 이틀 후인 지난해 12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최강서 씨는 유서에 "박근혜가 당선되고 5년을 또…"라는 말을 남겼다. 박근혜 당선인으로서는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정치적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박 당선인은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박 당선인이 강조해온 '국민 100% 통합'에서 노동자는 빠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새 정부가 '이명박근혜 정부'라는 의혹에 대한 첫 심판대가 박 당선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노동 분야에서 마련된 셈이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가 남긴 과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프레시안>은 지난 9일 서울 녹번동 평등사회노동교육원에서 '노동계의 대부'로 알려진 단병호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이사장을 만났다. 단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기획적으로 민주노조를 파괴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기본적으로는 통합을 시도하되 한편으로는 노동자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특히 '조직화된 정규직 노동자'에게 이데올로기적으로 공세를 할 것이라며, 다만 "비정규직 등 사회 소외 계층은 노동정책이 아닌 선별적 복지 관점에서 일부를 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법과 원칙을 내세워 이명박 정부보다 더 단호하게 대응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노동 분야에서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 그는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등 노사 현안에 정권이 나서서 올바르게 풀어 나가야 하지만, 기대는 기대이고 현실은 현실"이라며 "(박근혜 당선인이)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겠느냐"는 자조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단 이사장은 1982년 동아건설에서 일하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노조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노조위원장을 지냈으며, 1990년에는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을 역임했다. 1999년 민주노총이 합법화된 이후 그는 2001년까지 민주노총 3·4대 위원장을 지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단 이사장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요구하며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가 민주노총 위원장에서 '노동자 국회의원'이 되던 시기인 2000년대 초중반에는 두산중공업 배달호, 한진중공업 김주익 씨 등 10여 명의 노동자가 정부의 외면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배달호·김주익 씨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최강서 씨의 죽음이 그에게 각별한 이유다.

박근혜 당선인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일하기도 했던 그는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사태 이후 정계에서 물러났다. 정치와 거리를 두던 그는 지난해 '노동운동의 복원'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평등사회노동교육원을 설립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단병호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대선 결과에 대한 소회는 어떤가?

단병호 : 대선 결과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이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65% 이상이 정권 교체를 선호했다. 이 많은 사람이 정권 교체를 원했는데, 박근혜 후보가 51.6% 득표율로 당선됐다.

다른 하나는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우려, 심하게 말하면 절망, 두려움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 이상으로 역사를 거꾸로 돌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박근혜는 유신체제 때 권력의 핵심에서 4년 동안 직접 활동했던 사람이다. 박근혜의 정치적인 자산이나 경험이 유신체제에서 출발하니 그러한 이미지가 자꾸 연상된다. 사람들은 그 후에 (박근혜 당선인의) 변화된 모습을 못 봤다.

후자의 우려에 대해서는 꼭 그럴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전자의 우려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르다. 사람들이 다 "이길 것이다. 정권 교체 될 것 같다"고 했는데, 나는 어려울 것 같다고 봤다. 될 수 있는 것이 안 됐다는 데서 오는 충격은 크지 않았다.

프레시안 :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본 이유가 무엇인가.

단병호 : 민주당의 달라진 모습을 거의 못 봤다. (노무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보다 나빴다는 건 아니지만, 노무현 정부에 대해 실망했던 사람들이 꽤 있다. 이 사람들에게 민주당이나 문재인 후보가 '노무현 정부와는 확연히 다르게 뭔가를 할 수 있겠다'는 신뢰를 못 줬다.

나는 민주당이 정권 교체 논리만으로 돌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민주당 정책이 박근혜 정책과 차이는 있었지만, 그 차이가 구체적인 정치사회적 의제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어찌 보면 박근혜의 과거를 물고 늘어진 게 패인일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실망한 사람들도 많았다. 단 이사장은 17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단병호 :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노동정책이 없었다. 노동정책은 노동자들의 문제를 정치사회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정책이다.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노사가 공감하는 가운데 문제를 푸는 것이 바로 정치력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정치력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만 있었다. 쌍용차에서도, 한진중공업에서도 다 마찬가지였다. 노조 자체를 부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지역 거점 노조에 대한 집단적인 탄압이 이루어졌다. (노조 탄압 과정에서) 국가권력과 자본이 맞물려 있었다. 의도적으로 교섭을 해태해서 노동자들의 대응을 유도하고, 국가권력이 개입해서 노동조합을 폭력적으로 탄압하고, 주요 인물들을 수배하고 해고했다. 지역별로 민주노조의 주요 거점 노조 한두 개를 타깃으로 잡아서 치밀한 계획 아래 파괴했다.

"박근혜, 일부는 포용하되 조직 노동자는 배제할 가능성 크다"

프레시안 : 요즘 최대 노동 이슈가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이다. 이러한 현상이 대선과 관계가 있다고 보나?

단병호 : 일단 관계가 있다고 본다. 한진중공업의 최강서 동지가 제일 처음 목숨을 끊었다. 박근혜 5년을 견딜 자신이 없다고 유서에 적었다. 이명박과 똑같거나 더할 것 같은데 그 5년을 어떻게 견디겠느냐는 것이다. 절망의 끝에서 선택한 자살이라고 볼 수 있지만, 어쩌면 (죽음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저항이다. 내가 죽음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사회적 각성을 일으키겠다는 저항이다.

프레시안 : 노동계에 박근혜 당선이 암울한 게 맞나? 어떤 측면에서 그런가.

ⓒ프레시안(최형락)
단병호 :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 때처럼 함부로는 못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박근혜 당선인이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정치적 마인드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하는 강제적인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 가계 부채, 일자리 문제 등으로 인해 표출되는 사회적 불만이 내재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본다.

박근혜는 유신을 통해 국가권력이 국민을 통치하는 행위의 정치를 배웠고, 통제될 수 없는 사회적 불만과 불신이 폭발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그 누구보다 잘 안다. 아버지가 그렇게 죽은 것 아닌가. 김재규한테 그냥 총 맞은 게 아니지 않나. 이명박 정부와 같은 방식으로, 국가권력으로 통치하는 차원에서 눌러버리면 감당이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다 포용할 것인가? 박 당선인이 '100% 국민 통합', '70% 중산층 사회'와 같은 가당치 않은 이야기를 하는데, 선별적으로 배제할 가능성이 크다.

배제 대상이 누구일 것인가. 노동자들, 그중에서도 조직화된 정규직 노동자들일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정부 때도 나왔던 '귀족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 논리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정규직도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기본적으로는 통합을 시도하되, 또 한편으로는 배제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 때는 양극화가 심하지 않아서 노동자에 대한 강경한 진압이 잦았다는 말인가? 의문이 든다.

단병호 :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상황이 달랐다.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비정규직 문제도 제도를 만드느니 마느니 하다가 참여정부 때 만들고, 이명박 정부 들어 시행해서 효과가 있느니 없느니, 이런 논란을 하는 동안 양극화가 심해졌다. 가계 부채, 일자리, 청년 실업 문제가 다 심해졌다. 청년 실업으로 1년 동안 고생할 때와 5년, 6년, 7년을 겪을 때 생기는 사회적 반응은 다르다. 이명박 정부 5년을 거치면서 (사회적 불만이) 국가권력으로 통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와 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정규직 투쟁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정리해고로 인한 파업은 한국에서는 불법 파업이다. 공권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명박 정부에 비해 박근혜 정부의 진압 강도가 덜할 것이라고 보나?

단병호 : 그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국가 원칙'을 내세워 법을 위반했다고 대응할 수도 있다. 내가 이명박 식의 폭력이 아닐 것이라고 한 것은, 한 지역의 핵심 사업장을 선별해서 파업을 유도하고 깨는 식의 폭력이 없으리라는 맥락에서 그렇다. 박근혜 정부가 기획되고 의도된 폭력을 써서 분란을 일으킬지는 아직 모르겠다. 박 당선인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장관이 될지도 봐야 하니까.

그러나 실제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대립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 정리해고는 정규직 노조에 이데올로기적으로 공세를 취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이 경우 섣불리 공권력으로 정리하려 하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박근혜가 '국가 원칙'이라는 자기 나름의 잣대로 판단해서 국가권력을 개입시킬 여지는 항상 있다. 그 점에서는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나 별 차이가 없다. 어쩌면 이명박 정부보다 박근혜 정부가 더 단호하게 대응할지도 모른다. 격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 때도 노동자들이 많이 죽었다. 노무현 정부 때와 이명박 정부 때 노동자의 죽음의 의미가 다른가.

단병호 : 죽음의 의미가 달라졌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 배달호 열사, 김주익 열사도 손배·가압류, 노조 탄압 때문에 죽었다. 그렇다고 해서 "노무현 정부 때도 그렇게 죽은 것 아닌가. 특별히 박근혜 정부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죽음이야 어떤 제도가 존재하고 그 제도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발생한다면 어떤 정권에서든, 어떤 때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비교해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박근혜의 노동정책이 어떨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다. 지금 노동정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거의 없다. 박근혜가 친노동적인 활동을 한 적도 전혀 없다. 초지일관 친재벌적 입장을 견지해 온 사람이다. 대선 때에 와서야 재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니까 재벌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명확한 것은 박근혜의 노동에 대한 인식이 노무현 정부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데서 달리 평가한다.

프레시안 : "친재벌적이지, 친노동적이지는 않다.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이데올로기 공세를 할 것이고, 비정규직은 노동정책이 아닌 사회정책적 관점에서 일부를 포용할 것이다"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이번 대선에서 부각된 복지나 경제 민주화 이슈도 그런 의미에서 들고나온 안이라고 보나?

단병호 : 그렇다. 노동권을 적극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처해 있는 생존의 문제를 일정 부분 정치적으로 포용할 것이다. 선별적 복지로 포용 정책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그 복지가 사람들이 처한 조건을 어느 정도로 지원하고 안전망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정부가 "노조를 만들고 교섭권을 행사하고, 교섭이 안 되면 파업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니까 자본이 철저히 지켜라", 이렇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까지 기대할 수는 없다. 그건 박근혜나 보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사실 (박근혜 당선인이)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겠나.

"노사 문제에 정권 개입 불가? 변명일 뿐"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가 차기 정부에 남긴 과제는 무엇인가?

단병호 : 우선 장기간 진행돼왔고 지금까지도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안이 풀려야 한다. 쌍용차, 현대차 비정규직, 유성기업, 재능교육 등에서 노동 현안이 수년간 진행돼왔다. 현대차 문제는 대법원 판결까지 내려졌는데도 아직 진행 중이다. 당사자들의 고통은 누구도 이해하거나 상상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억지로 만들어 놓은 복수노조와 타임오프 제도도 정리해야 하고, 파업권 제약 등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문제도 풀어야 한다. 복수노조는 설립의 자율권을 보장해야 하고, 노조 전임자 문제는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두어야 한다.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파업권 제한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관련된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2006년에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그때 국회에 있으면서 내가 낸 법안이 있다. 지금 주로 이야기되는 대책이 그 법안에 기초를 두고 있다. 당시에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내가 낸 법안의 통과를 강하게 반대했다.

비정규직 차별을 완화하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원천적으로 비정규직 양산을 통제해야 한다. 꼭 비정규직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허용하되, 상시적 고용 부분에서는 엄격하게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 '사용 사유 제한'을 도입해야 한다.

파견제도 마찬가지다. 엄격하게 업종을 제한해야 한다. 계절적, 한시적 요인으로 인해 정규직을 쓸 수 없는 경우에는 파견 노동을 허용할 수 있으나, 최대한 줄여야 한다. 기간도 1년 정도로 줄여야 한다. 파견을 1년 이상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지금은 2년이다. 그걸 넘으면 고용 의무를 갖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용을 권장하는 정도다. 고용 의제를 갖도록 해야 한다.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상당히 많다. 그들에게도 기본적인 노동권은 보장해야 한다. 법원에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동관계법으로 보호받을 수가 없다.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속에서 기본권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프레시안 : 새누리당이 지난해 '민생법안 1호'로 내놓은 '사내하도급 법안'은 어떻게 평가하나?

단병호 : 자칫 잘못하면 제조업 등에서 파견 노동을 활성화해 지금 있는 파견노동법의 규제력을 상실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불법 파견 시비가 있으니까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내하도급법을 개정하겠다"라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한다. 파견 노동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말썽을 줄이고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게 양극화 문제이고, 핵심이 비정규직이다. 그 안에 파견 노동이 포함되어 있다. 파견 노동을 양성하겠다는 건 곤란하다.

프레시안 : 새 정부가 노동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쌍용차 청문회를 열겠다고 약속했지만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수위도 한진중공업 최강서 씨의 죽음에 대해서조차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단병호 : 쉽게 얘기하겠나. 그나마 노무현 정부 초기에 노동 현안이 터지면 즉각 개입하고 관심도 보였다. 그것도 6-7개월 지나면서 끝났다. 집권한 정권이나 당이 노동문제에 대해 즉각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이다.

프레시안 : 새누리당에서는 노사 문제에 정권이 개입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단병호 : 변명이다. 사실 한국의 노사관계는 국가가 만들어 놓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제 와서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다. 국가권력이 개입하면 될 것도 안 된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말이 안 된다. 원칙적으로는 맞다. 그런데 노사 자율로 풀 수 있는 한계치가 있다.

쌍용차, 현대차 등의 문제는 이미 노사 자율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와 있다. 자본은 대법원에서 판결 난 것까지도 '난 모르겠다', '배 째라' 하고 있는데, 어떤 비정규직 문제가 노사 자율로 풀리겠나. 명백히 자본의 힘이 강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법을 지키도록 유도하고 강제해서 풀어야 한다.

쌍용차 문제도 '먹튀' 과정에서 발생했다.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서 엉뚱한 곳에 좋은 일 시키고, 정리해고와 같은 희생과 피해는 국내 노동자에게 돌아왔다. 이건 완전히 정치적 문제다. 4-5년 동안 계속 이런 상황이었는데, '노사 자율로 알아서 풀어라. 우리는 개입 못 한다'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럼 국가가 왜 존재하나.

ⓒ프레시안(최형락)

'노동자 정치' 포기할 수 없어

프레시안 : 17대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있었던 것과 달리, 지난 대선에서는 노동자가 뭉칠 구심점 역할을 할 정당이 사실상 없었다. 민주노총은 그 어떤 후보에 대해서도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고 투표 독려 운동만 했다. 사실상 문재인 후보를 찍자는 것으로 해석됐지만, 대선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전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이러한 과정을 보는 심경이 어땠나?

단병호 : 안타깝다. 노동자들은 국가권력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명확하게 가져야 한다. 길게 보면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진보정치의 주체로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차원에서도 자기 판단이 있어야 한다. 판단의 결과가 어떻든 간에 민주노총이라면 정치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도 못했고, 노동자 후보를 지지하지도 못했다. 독자적인 후보를 내지도 못했다.

민주노총은 현실적으로 정치 방침을 낼 수 없는 조건에 처해 있다. 당장 다시 선거를 치러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진보신당, 그리고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내거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민주노총 내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민주노총으로서는 정치적 지향이 다른 이들을 하나의 노동자 정치세력으로 만들어내기가 불가능하다. 물론 민주노동당 분당 전에도 사회당이 있었고, 다른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도 당시에는 민주노총 중심으로 노동자를 정치 세력화한다는 큰 흐름은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그 점이 더 우려스럽다.

다만 (원내 진출 정당과) 정책연대를 하는 것은 큰 문제 없이 진행될 것 같다. 선거 때 정책연대는 힘들겠지만, 일상적인 정치 과정에서 대국회전략으로서 정책연대는 가능할 것이다. 민주노총 내 노동자들의 생각이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다르지 않다. 일상적인 정책연대는 민주당, 통합진보당 등과 다 같이 혹은 선별적으로 함께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선거 때나 정치세력화에 있어서는 하나로 만들어가는 데 어려운 조건이 있다.

프레시안 : 노동계의 미래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는데, 앞으로 노동정치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단병호 : 아직은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 이번 대선의 두 주체('노동자 대선 후보'로 출마한 무소속 김소연, 김순자 후보)에 대한 평가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평가가 나와야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노동자 정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예상컨대 전처럼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만들어 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나는 "민주노총이 중심"이라면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던 당시 정치활동을) 해왔는데, 지금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여전히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고민하는 여러 주체가 어느 정도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통합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 같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집권당과 박근혜 당선인에게 국민 대통합을 위해 노동자에게 할 일, 노조와 관계 설정에 대해 당부의 한 말씀을 부탁드린다.

단병호 : 노정관계가 안정되지 않으면 사회불안은 계속되고 정권도 불안정해진다. 차기 정권이 이 같은 차원에서 노정관계를 바람직하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노동계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현안을 정권이 나서서 올바른 방향으로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노정관계 정상화의 핵심이 아니겠나.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기대는 기대고, 현실은 현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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