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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왜 이리 감정이 제어가 안되는지 모르겠다.

요즘 이상하게도 감정이 계속 암울 모드를 달리고 있다.

증상이라는 것이 참으로 특이한게 이전에는 그래도 감정을 그나마 제어하면서 살아갔느데 이제는 모든 것들이 내 맘에 들지 않는다.  그 증상은 지난주 1차 민중대회 아니, 노동자 대회부터 시작되었었다. 사실 투쟁 안할 줄 알았고, 그래서 캠에서 나름의 선전전을 미리 계획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참고 보아야 할 전야제는 자주통일과 반미를 외치고, 반여성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인내심을 건드렸다. 다음날 본대회는 시청 잔디밭에서 앉아 노동자들의 발을 묶어 자본과 정권에 대한 분노를 민주노총에게로 향하게 만들었다.

'아니 노동자들이 바라는 노동자 대회가 머리에 총 맞은 것도 아닌데 미쳤다고 지역에서 휴일 쪼개가며 올라와서  참여한 그것이 시청 잔디밭 구경이였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내 기분은 급격히 하강 모드로 돌입하였다.

그런 와중에 캠은 캠대로 선거철이 들어가면서 비권과 민족주의 진영의 개싸움 모드로 돌입하였고, 이와 더불어 우리 단위는 개입력 자체와 역량 부족으로 선거 자체를 준비하지 못하며 개싸움을 지켜봐야만 하였다. 나중에는 투표율을 걱정한 착한 비권이 학우들을 생각하여 투표를 한 학우들에게 크리스피 도너츠와 커피를 나눠주는 작태를 보면서 이에 대한 대응의 역량 부족으로 가슴 한 구석을 시려하며 견뎌야만 하였다. 우리는 성폭력 가해교수가 내년 복직을 하기에 그에 반대하는 서명전을 진행중이였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벅찼던 것이다. 사실 그 교수와의 지리한 싸움은 이제 7년째이고 내년이면 8년이 된다... 이길 수 없다는 내 안의 패배감이 나를 더욱 아프게 하였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1,2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하였다. 바쁜 와중이였지만 중요하다는 생각에 꼭 가야 한다는 결의로 갔지만, 1차는 도대체 왜 FTA를 반대하는 자주애국땡땡으로 집회이름을 정하지 '민중'이라 표현했는지 그리고 도대체 그 '평화'라는 이데올로기를 써먹는다는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왜 모르는건지 넘넘 답답하였다. 또한번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2차는 전경과 밀치기만 진행하다가 그 수많은 대오를 데리고서는 명동 골목을 가득채워 촛불집회를 하는 모습을 보며 참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집회까지 불허하고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여할 수도 없게끔 원천봉쇄를 당한데다가 그 날은 더더군다나 비정규개악법 상정한다 안한다 하고 있던 와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골목에 들어가 그 추운날에 촛불을 키고 들리지도 않는 중앙의 말에 집중하여야만 하였다. 난 그 때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밀려야 하나... 이렇게까지 밀렸는데 더 밀릴 곳이 있을까...  허구헌날 촛불들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심지어 전경과 서로 밀치고 있을 때 피켓들고 뒤로 빠지는 몇몇 단체들을 보며 한숨을 거듭 내리 쉴 수 밖에 없었다.

무조건 싸우자는게 아니였다. 하지만 정말 이렇게 늘 바보같이 당하기만 하고 대오의 사기조차 떨어뜨리는 촛불을 왜 우리가 들고 있었어야 하는건가?

 

다음날... 비정규직 개악법이 통과되었다는 뉴스와 함께 각 단과대에 비권과 자주의 당선소식을 접하며 난 처음으로 뉴스를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정말 답답하다 못해 분노스러운 이 사실에 캠으로 돌아가 캠좌파들에게 말을 건네보니, 다들 무기력감으로 분노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자보 한장이라도 써볼까 했지만, 후배가 다음에 쓰자는 그 말에 정말 너무너무 슬프기만 하였다.

 

나의 이 분노가... 나의 이 슬픔이 더 이상 제어가 되지 않는다.

나에겐 그 어떤 무기조차 없다. 민주노총 지도부를 때려줄 수 있는 뿅망치조차, 상태가 이렇게까지 오게한 활동가들에게 소리칠 수 있는 확성기조차, 그리고 내 자신을 반성하고 다시금 결의할 수 있는 뜨거운 핫팩과 따뜻한 사랑이 나에겐 없다.

나에겐 분노와 슬픔의 감정들이 '나'라는 사람을 대신하고 있는 듯하다. 정말 내가 도대체 왜 그 수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심지어 가족들까지 희생하게 만들어가며 버텨왔는지 이해가 안간다. 정말정말 아프다.

분노의 대상은 정말로 자본가와 정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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