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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누구의 무엇으로 살아간다는것...

누구의 무엇으로 살아간다는 것.. 힘들다. 귀찮다.

누구의 친구, 누구의 딸, 누구의 동지, 누구의 선배, 누구의 후배...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나를 옭죄인다.

나는 저 사람의 동지이니까, 저 사람의 이러이러한 행동은 동지라는 이름으로 봐줄 수 있어, 아니 참아낼 수 있어. 내가 싫어하는 저 사람의 행동은 오히려 그럴 수도 있는거야라고 넘기면 안돼? 저사람은 동지니까... 이렇게 꾹꾹 하루하루를 참아낸다. 내 성질이 드러운거라 자책하면서..

 

어머니.. 난 어머니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막내딸이니까 고급스러운 우리 어머니 눈에 맞추기 위해 아둥바둥 애를 쓴다. 어머니가 하는 행동이 사치라고, 우리 형편에 어렵다를 입에 달고 살면서 꼭 이래야 겠냐고 이러니까 돈이 없는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머니가 그렇게 사는게 얼마나 바보같은지 아냐고.. 왜 그리 바보같냐고.. 왜그리 고집불통이고.. 왜 그리 엄마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사람들을 보고 딸들을 거기에 맞추려 하냐고.. 그렇게 소리지르고 싶지만.. 난 엄마의 딸이고.. 불쌍한 우리 엄마는  나의 엄마니까... 또 참는다.

 

한나라당 총선에 합류하겠다는 선배의 말을 들으며 머리통을 세게 맞은 거마냥 어이없고 우습지만, 난 그저 볼멘 소리만 한다. 선배는 이제 선배의 삶을 사는거니까.. 내가 좋아했던 선배의 그 모습이 이제 더 이상 아니더라도 그저 참는다.

 

누구의 며느리..

이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 난 누군가의 며느리로 살기를 원한 적이 없다. 친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 이렇게 사는 건 정말 나에게 괴로운 일이다. 며느리라는 단어가 무엇을 뜻했는지..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억압과 고통으로 다가올지 나는 몰랐다. 엄마와, 보통의 여성들과 다르게 살고 싶었던 나는 관계를 끊고 싶지 않은 마음에.. 용기가 없는 마음에 또 참아낸다.

 

 

누구의 아내..

정말 최고로 힘든 일이다. 정말로 힘든..  활동가로 살아가기도 힘든데... 누구의 아내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괴롭다. 불과 결혼한 지 넉달이 다되가지만... 이미 그 넉달동안 싸우기도 참 많이 싸우고 서로 지금까지 쌓아온 애정이란 단어가 증오란 단어로 바뀔 정도로 징글맞게 싸웠다. 거의 매일매일을 붙어지내다보니.. 더 힘든 것 같기도 하다.  활동의 중심에서 나는 활동과 누구의 아내로 살아가는 것과 누구의 며느리로 살아가는 것을 정말 균형있게 유지하려 애쓴다. 그것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감당해내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너무 힘들다.

 

 

그런데 그건 비단 상대방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성주의 활동가로 살아가고자 자임하지만, 주변에 있는 '동지'들은 그런 나의 마음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가 보다. 정말로.. 나는 그 사람들의 동지로 살아가고자 안간힘을 쓰면서 참아내는데 그 사람들은 아닌가보다. 그러니 그렇게 상처를 주고도 모르는거겠지.. 그렇게 무심한거겠지.. 더 큰 목표와 뜻으로 우리는 동지라는 허울좋은 탈을 쓴거니까. 관계의 중요성은 없는거겠지. 그만큼 깊은 관계도 아니니까.

 

 

정말 힘들다. 그들도 마찬가지겠지.. 그 사람들도 나의 동지, 나의 친구, 나의 선배, 나의 엄마, 나의 남편으로 살아가는게 쉽지는 않을테니까... 그런데 정말 힘들다. 서로 이렇게 힘들거면 아예 끊어버리는게 더 쉽지 싶다. 어쨌든 서로가 원하는 누구의 무엇이 되지는 않을테니...

 

이 고통스러운 마음은 어떻게 해야 보일 수 있는 걸까? 감정의 진동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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