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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유..

엊그제 평소에 좋아하던 동지를 만났다.  사실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늘 이런저런 자리에서 오가며 만나왔던 사이다. 내가 그 동지를 좋아했던 이유는 운동판에서 흔히 말하는 '건강함'  때문이었다.

 

내가 갖지 못한 그의 '건강함'을 좋아는 했지만 부러워했던 적은 없었다. 그렇게 살려면 너무 빡세니까..

 

내가 부러워했던 건 운동의 건강함을 지닌 동지보다 언론노조의 문지애 아나운서, 민변의 변호사?였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돈도 없고 운동의 막막함으로 인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 같다. 뭐.. 이것도 결국 변명이지만.. 암튼 내 요새 상태가 그렇다.

 

그래서 별 부러운 마음없이 좋아하는 그를 만났을 때 나는 그로부터 뜻밖의 모습들을 보았다.

그는 건강한 동지가 아니라 행복한 동지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초대해 맛난 요리를 해주는 것을 좋아하며 드립커피의 진한 맛이 좋아 로스팅을 고민하고, 사람을 너무나 좋아해 심리학까지 공부하는 너무나 바쁘고 행복한 그였다.

 

옥탑방에서 살지만, 그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바베큐 파티에 로스팅한 커피 한잔, 때로는 칵테일까지 마신다는 그를 보며 잠깐의 충격에 나도 모르게 어벙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열심히 사는 것보다 자신의 욕구를 들여다보라고 말해주었다. 빡세게 살라고 할 줄 알았는데 내 욕구를 찾아보라니 흠...  방송국 pd가 되었다는 누구의 이야기, 유학을 갔다는 누구의 이야기를 하며 흔들린다는 나에게 그가 해준 말은 나의 욕구를 찾아보라는 말이었다.

 

누구는 그 말이 너무나 당연하고 이제서야 충격을 받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을 해준 사람이 소위 운동판에서 잘 나간다는 누구누구의 말이거나, 굉장히 리버럴해보이는 누군가의 말이었다면 이렇게 충격받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그래 나도 아는 얘기야.. 라고 말했겠지...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반짝반짝 빛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운동을 빛낼 줄 아는 그런.. 나쁘게 말하자면 누구보다 빡세게 사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나에게 그는 그런 이미지였다.  그런 그가 누구보다 따뜻한 말로 나를 위로해주고, 욕구를 찾으라하니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사실 힘들다. 그래서 사람들을 찾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힘이 들 때 활동가들을 만나면 울분이 차고, 마음이 풀리는 것 같지도 않았고 오히려 마음만 불편했다. 그 불편한 마음을, 억울한 마음을 갖는게 싫어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도 나를 찾지 않았다.

 

나는 잠시잠깐 그를 만나 따뜻해졌지만, 오늘 또 아침에 밀려올 카드값에 다시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도 말했다. 우울한 상황이니 다시 우울해질거라고.. 그의 말이 맞았다. 우울하고 또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억울하냐고? 아직도 울분이 차냐고? 맞다. 그렇지만 울지는 않는다.  적어도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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