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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욱 선생님이 일전에 이메일로 보내왔던 서평이 『경제와 사회』에 공식 게재되었다.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501811
「사상사 부재의 한국 현실에 대한 성찰의 요구」라는 제목의 서평은 『사상의 분단: 아시아를 방법으로 박현채를 다시 읽다』에 대해 세 가지 공백을 제시한다. 개괄하자면, 80년대 말 '피디' 운동의 복잡성, 권역적 유산으로서 '중국혁명', 마르크스주의라는 세 가지 공백이다. 이 서평에 대해서는 직접적 응답이나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데, 세 가지 공백은 오히려 내용과 형식을 포함한 '비공백'의 전제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세 가지 공백 또는 우회는 '사상의 분단'을 논의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세 가지 공백과 비공백의 대비를 통해 운동과 이론의 관계, 남한적 중국인식, 마르크스주의적 보편성의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테제식으로 정리하자면, 일종의 과도하게 정치화된 이론운동이 종종 현실운동을 이론적 한계의 알리바이로 삼는 문제, 중국을 방법이 아닌 목적으로 삼는 중국인식, 그리고 이 둘과 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마르크스주의적 지식생산방식의 문제가 중장기적 논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지식론적 문제설정하에서 특히 박현채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국가독점자본주의분석과 신자유주의/금융화분석의 관계가 핵심이 될 것이다. 이는 서평에서 제시된 '경제사'에 관한 역사적 종별성 인식의 문제와 관련된다. 물론 박현채의 사상에서 이 논의의 더 큰 배경은 모택동 사상에서 비롯되면서도 포스트 혁명적 분단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 사회성격과 사회구성체의 구별, 민족경제론의 본래적 영역과 부차적 영역의 구별이다. 이 배경을 전제로 해야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이 초기부터 왜 모리스 돕, 大塚久雄의 논의를 가져오는지 해명이 된다. 그리고 이 논의는 궁극적으로 21세기 남한 현실에 대한 종말론적 인식 또는 메시아주의적 비판을 넘어서기 위한 사상자원의 형성을 목적으로 한다.
물론 이후 내가 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주어질 지는 알 수 없고, 꼭 내가 해야 하는 일도 아닐 것이다. 당장은 조건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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