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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상群像
그들은 無에서 오질 않았다
저마다의 재료에서 목적을 잉태하여
사람의 사다리를 타고 세상에 왔다
형상을 굳은살로 받아낸 산파여
목적에 목적을 덧씌우진 말자, 애초에
손을 떠난 피조물이 아니다
강철에 흐르는 녹물에게
청동에 집을 짓는 거미에게
돌에 묻어나는 손때에게
목적조차 비어주는 여기
굳어 선 군상이질 않느냐
빨대아저씨
공원 분수대 옆의 빨대 아저씨
왼손 가득 빨대를 쥐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비오는 처마밑에 서 있음이
유일한 실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들은 몇 안되는 목격자
종일 계단에 앉아 빨대를 펴는 그다
공차는 사람 몸짓을 흉내내다 허공에 대고
허허허허, 웃다 욕을 토하다
새벽 쓰레기통 뒤진 빨대를 이어
호수의 잉어를 낚으려나 영근 달을 찍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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