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서 행복해요

요새 자출을 하고 있다.

의외로 학교에서 집까지 대부분 자전거 도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10월 초 언젠가 자출을 했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이라

감기에 된통 걸렸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되어

몸이 회복된 다음에도 망설이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자전거를 탄다.

 

자정을 넘긴 시간, 양화대교를 건너 집을 지척에 둔 자전거 도로에 들어섰을 때

이어폰에서 루시드폴의 "고등어"가 흘러 나왔다.

한밤의 반짝이는 한강 곁에서 그의 노래를 듣자니

특히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라는 가사에서는

정말 깊은 위로를 느꼈다.

 

그의 따뜻한 노래와 위로는 '돈이 없는 사람들'과 '가난한 그대'를 위한 것이다.

그것은 인간 일반을 향한 것이 아니다.

(물론 모든 인간은 어떤 면에서는 다 가난하다고 말장난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떤 계급을 위한 노래,

어떤 계급('몇만 원이 넘는다는 서울의 꽃등심'을 예사롭게 먹는 자들)은 밀어내는 노래,

그러나 가난하지 않은 이들에게조차

저기에 속해 저 따뜻한 위로의 수신자가 되고 싶다

는 욕망을 일으킬 정도로 감동적인 노래다.

 

가난은 행복과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의 노래의 수신자에 속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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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포리아

2010/10/17 15:46 2010/10/1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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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하조직 2010/10/18 13:43 # M/D Reply Permalink

    전 이노래 들으면서 '요즘 고등어가 얼마나 비싼데'하는 생각을 했다는....ㅋㅋㅋ

  2. 뽀삼 2010/10/18 16:09 # M/D Reply Permalink

    생선, 과일, 채소...아니 비싼 것이 없지요. 싼건 출처불명의 육류 짜투리로 만든 대형마트 주문생산상품PB 이죠. 요즘 가끔 도시 중하층의 주식이 한식에서 다른 것으로 변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반찬없는 일품식단 위주로 말이죠. 쌀이 안팔리는 이유에 한 몫할 듯 하기도 하고....쩝. 고등어 먹고 싶네요.

  3. 아포리아 2010/10/18 16:40 # M/D Reply Permalink

    ㅋ 고등어가 그렇게 비싸졌나요? 자취하다 보니, 요리하는 데 견적이 좀 나간다 싶으면 통 안해 먹게 되어서, 고등어 가격을 잘 몰랐네요. ^^
    사실 저 같은 경우엔, 집에서 해먹는다고 하면, 거의 일관되게 된장찌개랑 카레거든요. ㅋㅋ 원래는 거기에 김치랑 멸치, 김 정도 반찬으로 먹었는데, 그래서 이번 김치 파동은 저 같은 무산자취생에게까지 위협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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