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자출을 하고 있다.
의외로 학교에서 집까지 대부분 자전거 도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10월 초 언젠가 자출을 했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이라
감기에 된통 걸렸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되어
몸이 회복된 다음에도 망설이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자전거를 탄다.
자정을 넘긴 시간, 양화대교를 건너 집을 지척에 둔 자전거 도로에 들어섰을 때
이어폰에서 루시드폴의 "고등어"가 흘러 나왔다.
한밤의 반짝이는 한강 곁에서 그의 노래를 듣자니
특히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라는 가사에서는
정말 깊은 위로를 느꼈다.
그의 따뜻한 노래와 위로는 '돈이 없는 사람들'과 '가난한 그대'를 위한 것이다.
그것은 인간 일반을 향한 것이 아니다.
(물론 모든 인간은 어떤 면에서는 다 가난하다고 말장난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떤 계급을 위한 노래,
어떤 계급('몇만 원이 넘는다는 서울의 꽃등심'을 예사롭게 먹는 자들)은 밀어내는 노래,
그러나 가난하지 않은 이들에게조차
저기에 속해 저 따뜻한 위로의 수신자가 되고 싶다
는 욕망을 일으킬 정도로 감동적인 노래다.
가난은 행복과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의 노래의 수신자에 속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Posted by 아포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