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죽으면 바꿀 것인가

외국인 에이즈정책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다. 취재하려고 다녀왔다. 세미나 후에 에이즈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선언도 발표된다길래 반가운 소식이라는 정도로 기사를 끝내려고 했다. 주제발표를 들을 때까지도 그랬다. 크게 흥미롭지도 않고 우려되는 지점들도 보였지만 그 정도까지 기사에 담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 인권영화제 개막식도 있고 ^^;



그렇지 않아도 법무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 나온다길래 무슨 소리하나 유심히 듣자고 생각했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 정도까지 수준 이하의 발언들을 할 줄이야. 우웩.

 

이주노동자, 성매매여성, 동성애자에게는 HIV 감염사실에 각종 차별이 덧붙어 인권침해가 심각하다. 심각하다는 것은 분명한데 자세히 들여다보지를 못했다. 작년에 에이즈예방법을 비판하는 글을 준비할 때도 따로 자세히 다루지 못하고 언급만 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기회에 이주노동자와 에이즈에 대해서라도 제대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HIV를 이유로 한 입국금지나 출국조치가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것을, 가까운 사람들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해 더욱 욕심을 부렸다. 편견이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에이즈의 묵직함을 극복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동안 나이지리아 노동자나 얼마전 경향신문에서 보도된 태국노동자의 죽음이 안타까운 단신으로 다루어진 적은 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에 대한 에이즈정책의 부당함을 보여주는 기사는 없었다고 자신한다.(사실, 충분히 뒤져본 건 아니라 쬐끔 자신없기는 하지만 비장한 척하고 싶어서... ^^;) 기사가 너무 길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썼다. 담배 한 갑을 투자한 기사다. (ㅡ.ㅡ) 사람들이 많이 읽어주면 좋겠다. 정말... (트랙백했어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심화될 수록 이주노동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나라들은 제각각의 국경통제정책을 만드느라 고심할 테다. 그러는 와중에 숱한 인권침해들이 발생할 것이고 저항도 격렬해질 것. 지금은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릴 인권기준들도 더욱 큰 압박이 될 것.

결국 바꿔야 한다면, 얼마나 더 죽고나서 바꿀 것인가의 문제.

 

 

<주제발표에 대한 몇 가지 메모>

* 'HIV/AIDS 정책'이라는 표현은 바람직하지만 'HIV/AIDS감염자'라는 표현은 엄밀하지 못한 표현일 뿐.

* 에이즈가 법정전염병이 아닌 나라도 있다는 정보는 솔깃했다. 다소 급진적인 주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기회가 되면 직접 확인하고 싶다. 하지만 에이즈가 법정전염병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반드시 긍정적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 발표자가 공중보건정책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듯도 하고. 제대로 법을 만든다면 감염인을 위해서나 비감염인을 위해서나 필요할 수 있다.

* 좋은 정보들을 던지기는 했으나 발표자가 정말 인권을 걱정하는 문제의식에서 연구한 것인지 의문스러울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이주노동자의 취약성을 설명하는 부분이 대표적. 외롭고 낯선 곳이라 자유로우니 '상업적 성'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요지. 설령 성매매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HIV 감염가능성을 높이나? 게다가, 스스로 말했듯 이주노동자의 성비는 남성이 훨씬 많다. 이성간 성관계에서 남->여, 여->남의 전염률이 차이나는 것을 감안하면 그런 말 함부로 안 할 듯한데. 어쨌든 성매매여성에 대한 편견은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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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1 12:07 2005/05/2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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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o Day, But Today...

    2005/05/21 12:28

    뮤지컬 렌트는 브로드웨이에서만 만 9년 동안 상연되고 있는 장기공연작으로, 브로드웨이팀이 우리나라에 들어가 공연한 적도 있고, 우리말로 공연된 적도 있다. Jonathan Larson이 원작자인 이 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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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강 2005/05/21 13:5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미류씨도 너무 멋진 분이시지만.. 미류씨 글도 참 좋아요*^^* 매일 rss 리더로 오는 글을 기다린다죠.^^;;

  2. 미류 2005/05/23 09:3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앗,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