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우유

담배가 떨어졌다. 밤새 붙들고 있던 글이 완성되려면 담배가 필요하다. 그리고 시원한 음료수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터덜거리며 나간 편의점. 진열된 그 많은 음료수들 중 바나나우유가 시선을 붙잡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오늘(아니, 어제군 ㅡ.ㅡ;)은 정신질환을 가진 29세 청년의 어머니를 만났다.

10년 전쯤 정신질환을 진단받았고 4년 전쯤 감염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들의 완력을 당할 재간이 없는 어머니에게 감염력을 이유로 한 입원거부는 "동서남북이 꽉 막히는" 상황이었다. 입원한 적 있는 병원에서는 "그런 환자가 우리병원 있다고 소문나면 문 닫아야 한다"며 입원을 거부하고 119를 타고 응급실로 들어간 한 병원에서는 입원 수속을 밟다가 면담 과정에서 감염사실이 알려져 수속도 못 마치고 나와야 했다. 감염내과가 있어 받아줄 만한 병원은 1인실을 써야 하는 탓에 병실료를 감당할 수가 없었고 겨우 찾아간 곳이 **병원(국립). 그나마 15일만 있다가 퇴원하라는 각서를 요구하는 것을, 한달로 겨우 사정해 들어갔다. 그러나 격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창문 하나 없고 24시간 철문을 굳게 채워놓은 병실에 "가둬놓고" "한창 추운 1월엔 전기장판 반입도 안된다, 한창 더운 8월엔 선풍기도 안된다"며 "동물취급"을 했다. 그후로 아들은 절대 정신병원 입원은 안하겠다며 약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어머니, 약을 먹이기 위해 약을 물에 녹인 후 주사기에 담는다. 그리고 아들이 좋아하는 바나나우유에 표나지 않게 주사바늘을 조심히 찔러넣는다.

 

그 바나나우유.

여지껏 내돈 내고 사먹어본 적 없는 바나나우유를

그렇게 먹게 됐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7/19 07:54 2005/07/19 07:54
태그 :
트랙백 주소 : http://blog.jinbo.net/aumilieu/trackback/287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티코 2005/07/19 08:3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바나나우유에는 바나나가 없다는 사실 ㅋㅋㅋ 그거 마실바에 차라리 물 마시는게 훨....우리가 쓰레기를 먹을때 그들(재벌오너일가)은 웰빙을 즐긴다.

  2. Dreamer_ 2005/07/20 00:4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아, 글 볼때마다 우리 나라가 감염자들에 이렇게 차별이 심한가 문득문득 놀라곤 해요.ㅠㅠ;; 제가 알지 못하는 세상은 너무 우울해요.ㅠㅠ;;;

  3. 미류 2005/07/20 10:0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티코, 그러게요. 저도 바나나우유 잘 안 먹는데... 그렇게 먹게 됐네요. 쓰레기는 아닌데.

    Dreamer_, 저도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 들을 때마다 늘 놀란답니다. 차별이 심한 것에도, 우리가 이토록 모르는 것에도... 마음만 무거워져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