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X에게, 나는 너에게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남기 위해 싸우는 거예요." (p.95)

 

- 존 버거, 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그들 자신으로 남기 위해 사비에르와 아이다가 어떻게 싸웠는지, 주고받은, 아니 감옥으로 보낸 편지와 그 뒷면에 남긴 메모의 형식을 빌려 보여주는 존 버거의 소설. 당분간 내 책장의 전당(?)에 올라가있을 듯.

 

그들은 우리가 다음으로 기획하고 있는 일을 예측할 수 없다. 이것이 그들이 안절부절못하는 이유다. 그들이 우리를 몰아넣은 침묵의 지대를 그들은 건널 수 없다. 그들 쪽에서 보면 그 경계에는 그들이 우리에게 덮어씌운 잘못된 비난들이 내는 소음이 있고, 우리쪽에서 보면 그 경계에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침묵의 마지막 기획이 있다. (p.49)

 

적을 직접 공격할 수는 없다. 정면에서 마주한 적은 절대 무너뜨릴 수 없다. 정면에서 마주한 적은 승자로 보인다. 계속 승자로서 보이기 위해 적은 새로운 정면 상대를 필요로 한다. 그런 상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적은 그 상대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그때를 기다렸다가 수많은 측면 공격을 위한 기회로 활용한다. 이것이 저항의 전략이다. (p.64)

 

내가 젊었을 때는, 어머님이 말씀하셨어요. 글을 못 읽고 못 쓴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늘 토론을 했으니까. 하지만 요즘은 너무 많은 일들이 소리 없이 벌어지고 있어. (p.68)

 

페 르난도의 존경스러운 점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모습에 솔직해질 수 있게 하는 설득력이었지. 일단 사람들이 솔직해지고 나면 놀랄 만한 이점이 생기거든. 어떤 저항 운동에서든 그건 비교할 수 없는 전략적 이점이지. 우리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면 결국 늘 같은 이야기밖에 할 수 없어. (p.80)

우리를 두렵게 하는 건 작은 일이에요. 우리를 죽일 수도 있는 거대한 일은, 오히려 우리를 용감하게 만들어 주죠. (p.92)

 

가 난한 자들의 전체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측정 불가능하다. 그들은 지구상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어디에나 있고,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고 해도 그들과 관련이 있다. 그 결과 부자들이 하는 일은 담을 쌓는 일이다. 콘크리트 벽, 전자 감시, 미사일 폭격, 지뢰밭, 무장 대치, 미디어의 잘못된 정보 등이 만들어내는 벽,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융 투기와 생산 사이를 가르는 돈의 벽. 금융 투기 및 거래의 단 삼 퍼센터만이 생산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사랑해. (p.171)

 

포기가 포기를 하는 사람에게 하나의 선물이 되는 것은 왜일까요. 그걸 이해한다면, 우리에겐 두려움도 없을 거예요. (p.183)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꼼짝하지 않겠다는 무서운 결심을 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의지력이 필요할지를 계산해야 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에요. 필요한 의지력을 과소평가하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대열을 깨고 나가기 십상이죠. ... 그 두려움을 과대평가하면 일찍 지치게 되고, 그러면 끝을 보기 전에 쓸모없는 존재가 돼 버려 다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p.194)

 

사람들은 비밀은 아주 작은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죠? ..., 작아서 숨길 수 있는 무엇이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아주 큰 비밀들도 있어요, 너무 크기 때문에 직접 팔로 그 크기를 재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숨겨진 채 남아 있는 그런 비밀들. 그런 비밀들은 바로 약속들이에요.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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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3 00:03 2009/11/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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