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사실, 마음이 그리 편하고 즐겁지만은 않았다.

전범 민중재판운동의 공식메일이 고장이라

신청서를 보냈다는 사람들의 메일이 도착하지 않고 있어서

맘상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랬다.

 






이야기 듣고 당장 신청서를 써서 보내줄 것 같은 친구가 하나 있었다.

발기인명단을 총화하는 막바지에, 그냥 이름을 써넣었다.

그리고 아직 메일이 안 왔지만 그냥 이름 넣었다, 또 깡패짓해서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역시나,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그 메일이 고장이라 다시 보내달라고 하고 맘상해있던 찰나에

친구가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평화로 가는게 쉽지 않네이.. ^^

 

공식메일은 gopeace1@jinbo.net 이고 이 친구는 전라도가 고향이다.

 

비가 와서 장소도 변경되고 마로니에공원에 장소가 변경되었다는 안내문 붙이면서

안타까워하던 중 날아온 문자메시지.

푸핫...

그래, 평화로 가는게 쉽지는 않지?

그간 괜히 졸였던 마음이 일순 풀리면서 아주 푸근해졌다.

 

 

그리고 또 한 언니.

언니는 작년에 이라크에 직접 다녀오기도 했고

겨울에 있었던 학생캠프에서 이라크에 다녀온 경험과 그 전후의 고민과 감정들을

너무나 애잔하게 읽어내려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언니다.

잠시 잊고 있다가 어제밤에서야 늦게 전화를 하게되었다.

역시나, 너무 반가워하면서 꼭 발기인을 하고 싶다고,

당직이라 일이 늦게 끝나지만 발기인총회가 끝나기 전 10분만이라도 총회에 참석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이 한창 바쁜 때라, 9시까지 일을 겨우 마치고 한시간이 되는 거리를

10분을 위해 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언니가 참 보고 싶었다.

총회는 예정대로 9시쯤 끝났고 전화를 걸었더니 아직 일도 마치지 못했단다.

아쉽지만 아쉬운 대로, 일 빨리 마치고 푹 쉬라며 전화를 끊었다.

조금 지나 언니에게서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다음엔 같은 자리에서 같이해요..

 

오늘 너무 소중한 마음들을 만났다.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과,

단식순례를 하시느라 얼굴이 반쪽이 된 사람들과,

혹시 모르니 가는 데까지 가보겠다며 9시가 넘어 동대문 역에서 돌아간 사람,

새벽 4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을 하고 총회에 온 사람,

발기인총회를 준비하기 위해 밤을 새다시피 한 사람들,

노래와 악기와 몸짓으로 평화의 마음을 나누었던 사람들,

그리고 전범민중재판운동의 발기인이 되어준 사람들, 350명이 넘는 그 사람들.

 

아마 전범민중재판운동은 그 사람들의 마음으로 끝까지 갈 것이다.

이렇게 소중한 마음들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전범민중재판운동의 노릇일 것이다.

 

오늘밤은 정말이지, 달콤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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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1 00:15 2004/09/2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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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이 글은 미류님의 [평화로 가는게 쉽지 않네이..^^]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선배 하나랑 만날때 마다 하는 농담이 있다. &quot;야~ 너 이제 얼마 안남았어. 어떻게 죽을거야? 약? 칼? 밧줄?&quot

  2. 느꺼운

    2004/09/22 19:49

    느껍다.. 어떤 느낌이 가슴에 사무치게 일어나다... 오늘은 그냥... 느꺼운... ...

  3. 노래가 참 좋아서...

    2004/10/06 23:14

    * 이 글은 미류님의 [평화로 가는게 쉽지 않네이..^^]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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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깨꿈 2004/09/21 02:0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일하다 보면 뜻대로 잘 않되지요... 빵구나고 맘에 안들고 ... 내 마음 같지 않고... 잘않되기도 하고 .. 그러면서 세상은 가더라고요 .. 하지만 가고 있지요 .. 평화로 .. 우리가 가고자 하면 가지요...

  2. 최용준 2004/09/21 22:3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랬구나. 어쩐지 어제 저녁에 메일을 보냈는데 수신 확인이 안 됐어. 방금 전에 개통된 홈피에 기소인 신청을 했단다. 1만원은 아침에 우리은행으로 입금하였고. 미류야, 수고해라. 싸움할 때는 건강해야 한단다.

  3. 미류 2004/09/21 22:3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평화로 어렵게 온 사람이 또 있군요, ㅋㅋ
    형, 격려해줘서 고마워요. ^^;

  4. belial 2004/09/23 21:0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 그 '레이' 맞습니다. ^^
    노래 너무 잘 듣고 가요. 노래뿐만 아니라 평화도 날수 있었음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