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민주노총에서 조용한 기자회견이 하나 있었다.

"인도 현대차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과 노조간부 비자발급 거부 규탄 기자회견"

지난 4월말 나는 인도 현대차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탄압을 조사하는 조사단으로 참가했었다.

당시 나는 인도 현대차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탄압이 어찌도 그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탄압과 닮은꼴이던지...

나는 먼 이국땅에서 너무도 낯익은 풍경에 반가워해야 할지, 분노해야할 지 답답해 한적이 있다.

노조간부들에 대한 해고, 부당전보, 노조불인정...

거기에 비정규직과 정규직간 차별(임금이 정규직에 50% 수준에 버스도 따로 타고 식당도 다르고 휴게실도 다르고 등등)

당시 인도 현대차 공장에는 11,000명 정도의 노동자들이 있었고 그중 1,750명만이 정규직이고 나머지는 연수생 등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9,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이 될 기회가 주어진다고 강변하는 현대차 인도 공장 관리자들의 말과는 달리 5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야 연수생 딱지를 떼어준다는 말에 할 말을 잊었었다.

웬만큼 현대차 관리자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로 정규직이 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러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별을 부추기고 갈등을 부추기는 사측은 마치 자기들의 일이 아닌냥 자기들이 그렇게 하지 않은냥 하는 모습에 정말로 한대 쥐어박고 싶었다.

이런 상황이기에 인도 현대차 공장에 노조가 설립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실상을 조사한 민주노총 조사단은 인도 현대차 노조 간부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그 실상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려 했다.

그런데 이 때 정부가 나섰다.

이유는 단 하나 국익에 반하기 때문에 인도 현대차노조 간부의 비자발급을 허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민주노총에 보내왔다.

'국익'에 반한다?

참 그 의미가 애매하다.

국익이라....

한국자본의 불편한 진실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고?

또 다시 한국정부의 엉뚱함에 분노를 느낀다.

결국 5개월이 지나서야 기자회견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인도 현대차 노조간부의 입국이 계속해서 거부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재벌들은 국내에서 온갖 특혜를 누리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인하 등 각종 특혜를 다시 재벌들에게 주려하고 있다.

그리고 재벌들은 초국적 자본으로 해외에 진출해서 또한 엄청난 특혜를 받고 있다.

인도에서도 마찬가지다.

인도 현대차 공장이 있는 지역은 타밀나두 주라는 곳이다.

이 타밀라두 주 정부에서 현대차 자본에서 사실상의 초법적 권한을 주고 있다.

웬만한 법 위반 아무 문제없다.

노동법은 아예 무시해도 된다.

현대차 자본이 곧 법이다.

즉, 현대차 자본의 말을 듣지 않는 노동자들은 곧 현대차로부터 응징을 당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감히 노동조합을 만들다니...

그랬으니 해고하고 원거리 부당전보(무려 2,000km떨어진 곳을 전보를 보냄)를 보내지...

또한 심각한 것은 노동자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문 당시에 우리가 접한 것은 한국 관리자들이 인도 노동자들을 개로 묘사한 포스터를 게시판에 부착하고 그걸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여겼다는 것이다.

해외에 진출한 현대차와 같은 초국적 재벌 자본들은 그런 짓을 거침없이 해대고 있다.

그리고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배고파 하고 있다.

 

그래서 해외공장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도록 국내 노동자들도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투쟁해야 한다.

마치 해외 공장 노동자들이 국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럼 끝이다.

또 다시 노동자간 적대적 감정만 쌓이고 분열만이 있을 뿐이다.

인도 현대차 공장의 노동조합이 강력해야 현대차 자본이 마음대로 못할 것이고 그것은 국내 생산체제를 확대할 기회를 갖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현대차 자본이 무한 착취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저항체제가 없다하면 현대차 자본은 국내생산체제를 고집할 필요가 없게된다.

더욱 더 해외 생산을 추구할 것이고 그로 인해 국내 일자리 보장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

그런 측면이 아니라도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에게 대한 이와 같은 노동탄압과 착취, 인권유린은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인도 현대차 노동자들과의 연대가 그래서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해외 다른 지역의 많은 노동자들과의 연대가 적극 필요하다.

물론 국내에 있는 이주노동자들과의 연대도 더욱 절실하다 할 것이다.

 

한국정부는 조속한 시일내 인도 현대차 노조 간부들에게 대한 비자발급을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해외 공장에서 자행하고 있는 부당한 노동탄압에 대해 한국정부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처벌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것은 부메랑이 되서 돌아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국내 노동자들은 자본의 글로벌화에 맞선 전세계 노동자들과의 연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럴때만이 노동자들은 강력해질 수 있고 자본과 노동간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저 책에서 보았던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구호가 이제는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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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5 09:34 2008/09/25 0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