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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중국 여행(가보지 못한 티베트)/일곱 번째 이야기(5/10)

2011년 5월 중국 여행(가보지 못한 티베트)/일곱 번째 이야기(5/10)

 

19. 대당부용원(大唐芙蓉園)

시안에서 다섯 번째 아침이다. 담배도 필 겸 민박집 주변 산책을 하면서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하나하는 걱정이 늘었다. 애초 삼일 계획으로 시안을 방문한 것이라 체류일자가 늘어나니 느긋하게 머물자면서도 조급해진다.

가이드북을 보니 어제 다녀온 대안탑 밑으로 대당부용원이라는 테마파크가 있다. 가이드북도 시간나면 가보라니 우리처럼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제격인 듯하다. 그러나 민박집 안주인은 ‘별론데요’라며 추천하지 않으신다.

어찌됐든 가는 길에 시안 남부 구경할 겸 나섰다. 버스로 50분쯤 달려가니 잘 꾸며진 거리옆으로 대당부용원 서문 입구가 보인다. 비가 조금씩 오는 날씨라 찾는 이는 한산했지만 입장료는 1인당 90위안으로 가이드북에 써있는 68위안보다 비쌌다. 한화로 15,000원이다.

우리 부부가 한국에서도 놀이동산을 별로 간 적이 없었는데 단 한번 갔던 곳이 2008년 12월 에버랜드였다. 입장료 할인을 받기 위해서 체크카드를 만들고, 식당이 비싸다고 해서 먹을거리는 미리 장만해서 놀다 왔는데 당시 에버랜드에서 쓴 돈이 30,500원이었다. 500원은 전자오락한다고 쓴 돈이니 에버랜드 입장료와 같은 돈을 중국 테마파크에 내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만큼 재미없으면 어쩌나하면서도 기왕지사 온 것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테마파크 지도와 각종 공연 일정이 담긴 리플렛을 들고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놀이기구도 없고, 드라마 세트장처럼 꾸며놓고 작은 공연을 여기저기에서 펼치고 있었다. 처음 들어간 곳은 중국 전통음악을 공연하는 곳이었다. 다행히 연주자들의 연령대가 높아서 안정된 음악을 들려주어서 시작은 즐거웠다.

거리를 이동하다보니 사자춤 공연을 준비 중이다. 중고등생 또래의 청소년들이 준비하고, 두 명이 사자복을 입고 있다. 전문적으로 배우는 과정인 듯 하다. 바닥에 매트를 깔기는 했지만 1~2미터 높이의 봉을 뛰어넘어 다니는 것이 여간 아슬아슬하였지만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듯이 멋진 묘기를 보여주었다.

어설픈 손오공 마술쇼와 이태백을 주제로 한 마당극(?)을 보고 밖으로 나서려고 하는데 한 무리가 북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도 청소년들이 주 구성원이다. 장구를 좀 친다는 아내도 칭찬하는 수준의 공연으로 마무리하였지만 대당부용원을 나서면서 어째 많이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20. 천하제일면(天下第一面)

오늘부터 출입국관리소에 방문해야 한다. 비자가 모레이면 나올 예정이라지만 불안한 마음에 하루라도 먼저 받으려면 비자 발급처에 자꾸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중국 지도를 보면 버스노선이 색깔로 구분되어 그려져 있다. 대당부용원에서 시경(출입국관리소)은 한번 갈아타면 갈 수 있는 길이다. 지도를 보니 갈아탈 만한 곳 주변에 천하제일면 분점이 보인다. 비싼 집은 아니더라도 가이드북에 소개된 곳이니 조금 걸어서 찾아가 보았다. 두시가 조금 넘어 식당은 여유있게 식사를 하는 중국인들을 제외하고는 한산하였다. 다행히 메뉴판에 사진과 영어로 된 설명이 있어서 먹고싶은 것을 고르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고추잡채와 비슷한 요리와 꽃빵, 그리고 면요리 두 개를 골랐다. 요리는 맛있었지만 아내의 면요리는 맵고 짜서 입에 맞지 않았다. 꽃빵에 찍어먹던 돼지고기 오이볶음에 밥을 비벼먹으면 맛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기밥을 주문하려 일하시는 분을 불렀다. Mifan(米饭)이라는 말을 몇 번을 반복했는데 주문받는 아가씨 표정이 도무지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으로 난감해한다. 결국 아내는 수첩에 쌀밥이 듬뿍 담긴 밥공기를 그려서 米자를 써넣으니 이제야 웃으면서 Mǐfàn하면서 밥을 갖다 준다. 내 발음에 문제가 많았던 것이다.

 

21. 출입국관리소

4일 전에는 애가타서 쫓아다녔는데, 오늘은 출입국관리소에 와도 마음이 조금 여유롭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제지할 듯해서 먼저처럼 다른 동을 이용하여 사무동으로 넘어갔다.

비자 발급업무를 총괄하는 부서에서는 다섯 명이 근무를 하는데 나름 여유 있는 근무환경이었다. 젊은 여자 경찰이 영어를 나보다 잘해서 내일 청두로 떠나야 한다고 사정을 이야기하니 상관과 유관부서에 상의를 하더니 내일 이 시간쯤 방문하라고 한다.

마음이 가뿐해져서 시내로 다시 들어와 커피도 먹고, 우체국(다른 도시에 가면 우체국을 방문하는 편이다. 엽서나 값싼 기념품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을 구경하면서 걸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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