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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9월 수한이네와 함께 한 제주도 여행기 (1)

 * 이번 여행기는 세 편으로 갑니다. 중간 중간 사진이 많이 들어가서 스크롤 압박이 있을 수 있습니다.^^

 

1. 시작

사실, 올 해에는 여행을 갈 수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주머니 사정을 비롯한 이러저러한 일로 인해 여행이라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지요.

그러나 작년 연말에 끝낸 지리산 둘레길~일본 큐슈 여행기와 연초부터 진행 중인 중국 서안~성도 여행기에 대한 마누라의 전폭적인 응원 덕에 가벼운 여행 일정을 잡아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다시 여행을 꿈꾸니 일주일 정도는 가야 직성이 풀리겠더군요.

그래서 잡은 방향이 ‘제주도 가장 저렴하게 다녀오기’였습니다. 예산은 이동수단을 포함하여 1인당 35만원 이내로 하기로 하고, 일정은 두달 치 야간 휴무를 잇대어 가려니 10월 말~11월 초 일정으로 가려 했었죠.

그런데 저가항공을 알아보니 주말보다는 주중이 싸더군요. 그리고 여행가자고 한 때가 5월 초이니 6개월을 기다릴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일정을 8월 28일에 출발해서 9월 4일에 돌아오는 7박 8일로 변경했습니다.

날짜가 잡히니 바로 항공권을 발권했습니다. 편도 18,900원, 유류할증료 등 모두 더하니 두 명이서 14만 원짜리 항공권이었습니다. 11년 전, 제주로 신혼여행갔을 때에도 일인당 15만원이었는데 엄청 싼 가격이었습니다. 항공사는 진에어를 이용했는데 싼 가격이라도 여정 변경과 환불이 가능해서 좋은 것 같아요. 변경 안되는 항공사도 많으니 주의하세요.

이제 남은 일은 남들의 여행기도 읽고, 여행지 정보도 모아서 우리만의 여정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실 여행 준비하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 중 30~40%는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여행 준비하면 제주도 전체 지도와 주요 방문지 지도를 먼저 구합니다. 전체 지도를 보면서 대략적인 경로를 십 수번 그렸다 지웠다 합니다. 그 뒤, 방문지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세부 지도를 보면서 이동 경로를 그립니다. 이것을 수 차례 반복하면 머리 속에 지도가 박혀집니다. 물론 지도도 출력해서 갑니다만 충분히 숙지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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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행

재작년 수서기지로 강제 이동당한 후에 수한이와 술자리가 부쩍 늘었습니다. 특히 교대근무로 옮기면서 같은 을반이다보니 더욱 그러했지요.

우리는 6월 어느 날,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에서 막걸리를 마시다 휴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직 별 계획이 없다 길래 저는 제주도로 같이 가자고 하였죠. 저와 수한이의 아내 지인씨는 노동조합 집행부에서 사무간사를 맡았기에 잘 아는 사이였고, 제 아내와 수한이는 현장모임에서 같이 활동하였기에 잘 아는 사이입니다. 다만, 제 아내 은경씨(평소에 이리 호칭하지는 않습니다. 글의 편의상^^)와 지인씨는 수한이의 결혼식외에는 같이 자리한 적이 없어서 여행 전에 몇 차례 사전 모임을 빙자한 술자리를 가져 친해지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지요.

사실 여행가서 혼자나 둘이 가면 맛난 음식도 골고루 먹어보지 못한답니다. 또 여행지에서 다투기라도 하면 둘이서는 오래 갈 수 있는데, 동행이 있으면 쉽게 풀 수밖에 없답니다.

 

3. 루트 잡기

한이네의 항공권을 예매하고, 여행 루트를 대충 세워서 6월 말, 7월 초쯤 술자리를 가지고 1차 논의를 했습니다. 스케쥴러는 내가 맡기로 하였습니다. 걷기를 중심으로 하다보니 7박 8일의 일정이라도 제주도의 사분의 일 정도를 걸을 수 있을 듯 했습니다. 출발점을 제주도의 9시 방향인 한림포구로 할 지, 3시 방향인 성산포로 할지부터 수많은 루트를 머리에 그렸다 지웠다 하면서 루트를 그려나갔습니다. 

우리가 세운 루트는 용수저수지에서 시작해서 모슬포와 가파도를 거쳐 산방산, 화순해변을 걷고, 강정마을에 하루 머물고 다시 서귀포까지 걷고, 한라산 등반후 제주시로 이동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지인씨가 휴가 일정이 변경되어 목요일 밤에 도착하여 월요일 새벽에 서울로 출발하여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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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최종 확정된 일정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원 자료 그대로 공개합니다. 여행자료를 만드면 이처럼 일정표를 맨 앞에 만들고, 세부 정보나 지도, 회화는 뒤쪽에 편집합니다. 필요한 전화번호는 미리 다 메모해가는 것입니다.

예산은 다른 여행기나 여행정보에서 대략 확인하는데, 해외의 경우 가예산의 25%, 국내의 경우 15% 정도를 예비비로 책정해서 간답니다. 그런데 저는 예비비를 지출하는 경우가 별로 없답니다. 거의 정확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이번 여행도 두 팀이 항공권 제외하고 90만원 정도로 예산잡아서 수한네 50만원, 우리 60만원을 모았는데 결산내보니 90만원을 지출했더군요. 깨알같은 제 자랑이었습니다.^^  

 

일자

시간대

일   정

8/28(화)

특징

★제주도내 가장 큰 철새도래지 용수저수지, 孝나눔 모모에서의 하룻밤

오후

•제주도로 gogo~ssing(13:30 동대문문화공원역 5호선 미팅)

저녁

▫밥: 옥성식당 순대국(보성시장, 010.9840.6006, 064.755.6006)

•숙박: 제주모모 http://cafe.daum.net/jejumomo  (010.9838.7841,070.7738.7841)

•숙박2: 신강남(010.4151.5939), 숨(070.8810.0106), 미라클(064.743.8954)

교통

•공항→보성시장 : 100번, 광양 정류장 하차

•보성시장→시외버스 터미널 : 택시

•시외버스터미널→용수교차로: 서일주버스(19시, 19:30, 20시, 70분 소요)

예산

교통(1.5), 숙박(0), 식사(2.5), 관광(), 기타()

40,000원

8/29(수)

특징

★서귀포와 제주를 잇는 바당 올레길, 가장 낮은 섬 가파도의 휴식과 만찬

오전

▫밥: 자체식(라면)

•올레길 13코스 일부(용수저수지)→12코스 일부(신도포구) 역올레(약 13㎞)

 http://www.jejuolle.org/?mid=40&act=view&cs_no=12

오후

▫밥 : 해루(물회/매운탕, 신도포구,064.772.2200)

•신도포구→모슬포항→가파도 입도(15시 배타기)

•올레길 10-1코스(가파도, 약 5㎞)

http://www.jejuolle.org/?mid=40&act=view&cs_no=18

저녁

▫밥: 민박집 용궁정식

•숙박: 가파도 민박(011.697.7083),   http://www.gapadominbak.co.kr/

•숙박2: 잠(010.5094.4502,)가자올레(010.3823.7667),봄꽃(016-258-6008)

교통

•신도포구→신도2리(도보10분)→모슬포항(10:50,14:00,15:27 버스 25분) ※신도1리(도보30분) 서일주버스 많음

예산

교통(0.3), 숙박(4.0), 식사(4.5), 선박(2.4), 기타(0.3)

115,000원

8/30(목)

특징

★산방산과 바다로 이어지는 해변이 아름다운 올레길

오전

▫밥: 민박집

•올레길 10코스 (모슬포→화순, 약 15㎞)

http://www.jejuolle.org/?mid=40&act=view&cs_no=10

오후

▫밥: 화순포구 황금미락(064.794.6789) or 바당올레횟집(064.794.8558)

•올레길 9코스 (화순→대평, 약 7㎞) http://www.jejuolle.org/?mid=40&act=view&cs_no=9

저녁

▫밥 : BBQ(16시 전 예약) 혹은 간단 식사후 막걸리 파티

•숙박: 중문G/H J.J (064.738.8151)  http://cafe.naver.com/youngclubjj

교통

•대평→G/H 이동: (도보 10분)→대평리 정류장(일반100번)→(9개 정류장)중문관광단지입구 하차, 제주미향 골목 5분

•공항→G/H 이동: 1번 출구 옆 리무진버스 600번(22시 막차, 이후 심야버스), 여미지식물원 하차 • 064.738.1700(중문 콜택시)

예산

교통(0.7), 숙박(8.0), 식사(9.0), 관광/배(), 기타(0.3)

180,000원

8/31(금)

특징

★주상절리, 강정 구럼비

오전

▫밥: G/H제공 조식

•대포 주상절리 관람후 강정 이동

오후

▫밥: 강정마을 몰질식육식당(064.739.1542)

•강정마을 산책, 문화제 참석

저녁

▫밥: 강정마을 식당

•숙박: 서부민박(064.739.1851), 오막살이민박(010.6789.5142), 바다와 섬 민박(064.739.5866)

교통

•G/H→주상절리: 택시, 주상절리→강정: 일반5번 버스(강정초, 30분 소요)

•강정마을 방문자 접수: 010.4571.0988

예산

교통(1.0), 숙박(5.0), 식사(5.0), 관광/배(1.0), 기타()

120,000원

9/1(토)

특징

★인기 올레길 7코스와 서귀포의 밤

오전

▫밥: 강정마을 식당

•올레길 7코스 일부(강정천~외돌개, 약 8㎞)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ampermoon&logNo=100160049571

오후

▫밥: 천지올레(몸국, 제주육개장 064.762.9191)

•올레길 8코스(외돌개~이중섭거리 약 4㎞)

저녁

▫밥: G/H BBQ

•숙박: 제주 백패커스홈 G/H(064.763.4000)

교통

•저녁 천지연폭포 음악회 있음

예산

교통(), 숙박(8.8), 식사(8.0), 관광/배(), 기타(0.2)

170,000원

9/2(일)

특징

★한라산에 올라보자!

오전

▫밥: 민박식

•한라산(성판악코스) 등반 http://ldn1118000.blog.me/140160571258

오후

▫밥: 김밥 준비

•한라산(관음사코스) 하산후 제주시 이동

저녁

▫밥: 춤추는 오병장의 돼지꿈(064-724-0092)

•숙박: 제주시 신강남게스트텔(010.4151.5939)

교통

•올레옮김이(010.2699.1892) 이동이삼촌(010.2870.8202, 010.5160.8202)

•서귀포→성판악 : 시외터미널 버스 이동, •관음사→제주시 : 1번 버스(제주민속박물관 하차)

예산

교통(2.0), 숙박(5.0), 식사(6.0), 관광/배(), 기타(2)

150,000원

9/3(월)

특징

★휴양림 그리고 숲길

오전

▫밥: 민박식

•장보기 및 교래자연휴양림 이동, 휴식 http://www.jejustoneparkforest.com/

오후

▫밥: 토계정(064.783.2297)

•사려니숲길 http://xylitol4132.blog.me/100156836707

저녁

▫밥: 쫑파티

•숙박: 교래자연휴양림 http://www.jejustoneparkforest.com/

교통

•제주→휴양림 : 516도로 이용

예산

교통(0.5), 숙박(4), 식사(4.0), 관광/배(), 기타()

85,000원

9/4(화)

특징

★돌문화공원 살짝 보고 집에 가기

오전

▫밥: 자체식(밥&라면) or 양대곱(064-724-0792)

• 짐싸고 돌문화공원 관람후 10시 반 공항으로 출발

예산

교통(1.0), 숙박(), 식사(1.5), 관광/배(), 기타(0.5) 

30,000원

  

4. 태풍 볼라벤과 덴빈

드디어 출발을 일주일 앞두고 태풍 두 개가 몰려온다는 기상뉴스가 나옵니다. 아직 경로가 유동적이라는 뉴스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지만 태풍 피해가 발생한다면 놀러간다는 것이 왠지 꺼림칙한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드디어 출발 2일전 마지막 야간근무를 할 때, 태풍 볼라벤이 제주도와 한반도를 강타하는 것은 확실해졌습니다. 마지막 바람은 항공이 좀 지연되어도 그 날 밤 비행기라도 들어가는 것이었죠.

8월 28일 오전, 배낭을 꾸리고 출발을 대기하고 있는데 항공사로부터 결항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항공변경을 해준다길래 제일 빠른 항공편을 물었더니 정확히 이틀 뒤, 같은 시간대입니다. 좌석이 부족할까봐 일찌감치 재 예약을 하고나니 한 두시간 후부터 다음날 취소된 좌석이 쏟아졌습니다. 아뿔싸! 이제 예약 변경을 하려면 추가금액이 발생합니다.

하루 늦게 출발하는 것은 괜찮은데, 걱정은 덴빈이었습니다. 하루걸러 제주도로 올라온 태풍 덴빈 때문에 또 다시 결항이 된다면 이번 여행 자체를 포기해야 싶구나하니 기다림이 짜증으로 변해갔습니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출발 전날부터 여행모드로 바꿨습니다. 수한이와 같이 용두동 쭈꾸미골목에서 앞풀이를 하고, 다음 날 오전에 짐싸들고 만나서 영화도 보고, 낮술도 한 잔하면서 미리 여행 기분을 내기로 한거죠. 그러다가 결항되면 갑자기 떠오르는 곳으로 지르기로 하였습니다.

드디어 8월 30일(목), 오전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만난 우리 세명은 영화 ‘도둑들’을 아주 재미있게 보고, 인근 김삼보 식당에서 김치찌개와 계란말이에 막걸리를 각 1병씩 먹고 김포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항공은 지연, 또 지연되면서 결국 예정시간 3시간 뒤에나 탈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1시간 반 뒤에 지인씨가 다른 항공으로 오기로 되어 있어서 우리들은 제주공항에서 죽치면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 메뉴는 수한이를 투덜거리게 한 롯데리아 유러피안 치즈버거 세트입니다. 일상에 별 불평을 하지 않는 수한이가 투덜거린 이유는 나중에 밝힙니다.^^

오늘 숙소인 중문 JJ 게스트하우스까지는 버스로 40분, 도보로 10분이 걸렸습니다. 11시가 다 된 시간이라 조심스레 라운지로 올라갔더니 십 여명의 젊은이들이 즐겁게 막걸리를 먹으면서 어울리고 있었습니다. 안내를 해주신 안주인은 올라오셔서 막걸리 한 잔 하라고 하십니다. 당연히 먹어야지요!

너무 늦게 도착해서 먼저 어울린 젊은 친구들의 모임에는 끼지 못하고 한 켠에서 자리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같이 어울렸겠지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새벽 4시까지 들락날락하며 떠드는 청춘들 덕에 푹 쉬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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