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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지리산 둘레길-일본 여행이야기 4/ 8.30(화)

2011년 8월 지리산 둘레길-일본 여행이야기 4/ 8.30

1/ 개요

이 날 걸은 길은 궁항마을에서 삼화실까지 16.4㎞이다.

둘레길 10구간 절반과 11구간을 걸었으며 세부구간은 궁항마을-양이터마을(0.8km)-양이터재(1.4km)-본촌마을(2.8km)-하동호(2.1km)-청암체육공원(0.7km)-평촌마을(1.7km)-화월마을(0.8km)-관점마을(1.0km)-상존티마을회관(2.6km)-존티재(1.2km)-동촌마을(1km)-삼화초등학교(0.3km)이었다.

약 8시 반에 출발하여 화월마을에서 점심 겸 휴식을 한 시간 남짓 취했고, 삼화실에 오후 4시경에 도착하였다.

이 날의 숙박은 하동읍내 모텔에서 하였다.

 

2/ 오전 걸음

전 날, 궁항정의 잠자리는 조금 추웠다. 여름이라도 지리산에서는 별 보며 잠드는 것이 처음에나 낭만이었지 잠들 때는 벌레 때문에, 잠든 뒤에는 추위 때문에 별로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을 어귀를 카메라를 들고 돌았다. 궁항마을은 산들로 둘러싸여 포근한 느낌이었다. 숙소(궁항정)옆에는 깊지 않은 천이 흐르고 있는데, 물이 참 맑다. 주인장께서 돌로 물놀이할 수 있는 웅덩이도 만들어 났다. 그냥 여름날, 이삼일정도 그냥 놀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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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다 챙기고, 얼음 물통 3개를 넣으니 배낭이 또 한 짐이다. 아침 식사는 주인장 방에 차려놓았다고 식사하라고 부르신다. 상차림이 어제보다 성대하다. 이렇게 먹다가 살찌는 거 걱정하면서도 자연밥상이 주는 즐거움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왜 이리 많이 차리셨어요?”

“다 집에서 먹는 거 내어 논 거예요.”사모님께서는 우리가 밥 먹는 사이 장아찌와 밥을 싸시고, 매실 원액을 섞어 내놓으신다.

“날씨가 더워서 다른 건 상할까봐 못 싸겠네. 이 매실도 우리가 농사진 거예요.”하며 장모님이 둘레길 걸으시는 것을 대단하다고 추켜세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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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시작해 양이터마을에 이르렀다. 고개로 이어지는 마을에서는 고추가 빨갛게 마르고 있다. 굽이굽이 길을 걸어 고갯길을 넘어간다. 고갯길을 힘들어하시는 장모님도 아직은 괜찮다고 하시며 걸음을 이어가신다. 배낭마다 채 마르지 않은 빨랫감이 매달려 있고, 겉옷에는 땀이 다시 베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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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터재를 넘어서니 울창한 숲이 이어지고, 새로이 길을 낸 흔적은 있지만 사람이 지나가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호젓한 마음이 숲, 바위, 냇물과 어우러져 가고 있다. 냇물이 오롯이 고이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등목도 한 뒤, 조금 더 걸어가니 대숲이 나온다. 댓잎이 카페트처럼 깔리고, 대나무는 병풍처럼 드리워져 걷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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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는 대나무가 많다. 외가가 하동이었던 나는 죽순나물을 좋아하였다. 결혼 전, 어머님이 된장찌개에 넣어주신 죽순은 쇠고기보다 쫄깃하고 맛났다. 해마다 이모님이 보내주시던 죽순은 이모부께서 편찮으시면서 맛볼 수 없었지만 2004년 말, 부산 APEC 반대투쟁을 마치고 사촌 집에서 이모는 저녁을 챙겨주시면서 못 챙겨주시는 것을 아쉬워하셨다. 석 달에 한번, 서울로 이모부의 약을 타러오시는이모는 돌아가신 어머님의 모습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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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정도 더 걸어가니 하동호가 보인다. 넓은 호수는 청정호수로 수질이 잘 관리되는 것 같았다. 한 때, 댐 구경을 맞이하던 주차장과 기념품 판매소는 텅 비었고 대나무로 만든 평상은 삭아 있었다. 지역주민을 위한 운동공원은 잘 꾸며져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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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면 평촌마을로 들어서니 면소재지라 식당도 보이고, 농협도 보인다. 둘레길 구간중에 식사를 사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봉다리 밥이 있기에 적당한 휴식장소를 찾아 걸었고, 얼마가지 않아 좋은 정자를 만날 수 있었다. 화월마을의 벚나무 당산은 큰 벚나무 뒤로 정자를 지어놓은 곳인데 마침 아무도 없어서 우리는 깻잎과 절인 고추, 삶은 달걀로 점심을 먹고, 잠시 낮잠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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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후 걸음

관점마을을 거쳐 하존티, 상존티마을로 이어지는 오후 길은 다소 지루한 임도로 이어지는 길이다. 산으로 이어지는 마을은 멧돼지를 막기 위해 논에 전기철망을 쳐놓아서 괜한 걱정도 들었지만 당장은 뜨거운 퇴약볕이 가장 큰 근심이었다.

존티마을을 지나 존티재에 이르니 장모님의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하루에 고갯길을 공식적으로도 두 개를 넘으니 벌써 지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안주시겠다는 배낭을 뺏다시피 들쳐 메고, 아내가 어머니와 함께 올라왔다. 아직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올라가는 길이 좋지 않았고 모기들이 극성이라 계속 물파스를 바르며 걸었다.

이제는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 지난 이틀 동안 우리를 즐겁게 해주던 지리산의 풍경이 멀리서, 또 가까이서 마음에 다가온다. 30㎞를 넘게 걸어 지리산을 품으신 장모님께 축하를 전하며 삼화실초등학교로 들어섰다. 내년에는 이 자리에 둘레길 방문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선다니 들러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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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의 숙소를 하동읍내로 나가기로 하였다. 삼화실 주변의 좋은 민박집이 있었지만, 내일 광양으로 이동하기 전에 하동 관광을 하기 위해서 이동시간을 미리 줄여야 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마을 주민들께 버스시간을 여쭙고 시간 맞추어 정류장으로 가니 초등학교에서 마주친 남자 등산객이 읍내까지 태워주시겠다고 한다.

감사히 얻어 타고 읍내로 나와서, 내일 이동할 경로에 대한 버스시간표를 재확인하였다. 인터넷의 정보와 다소 달랐다. 모텔로 숙박을 잡았는데 지방이라도 새 모텔이라 비싼 가격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만오천원 회정식이 모텔 바로 앞에 있어 저녁은 그리 가서 먹기로 하였다. 3일만에 반주를 곁들여 한 상 가득 채운 해물과 나물을 먹고 읍내를 산책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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