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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중국 여행(가보지 못한 티베트)/ 첫번째 이야기

2011년 5월 중국 여행(가보지 못한 티베트) /첫 번째 이야기

 

1. 10주년 여행의 시작

2011년은 결혼 10주년이 되는 해였다. 우리 부부는 아홉 번째 결혼기념일부터 외국여행을 가자고 작정했었다. 아니 신혼여행을 계획하던 때부터 예정되었던 일이다. 결혼을 결심하고 3개월 만에 식을 올린 우리들은 혼수나 예단에는 관심이 없었다. 최대한 간단히 하는 것이 목표였고, 준비한 가전 중 제일 값난 것이 전자레인지였으니 말이다. 이것저것 다 생략하고, 하다못해 웨딩드레스도 친구의 도움으로 거저하다시피 했지만 신혼여행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뜨거웠다. 나는 20대부터 베트남에 가보고 싶었다. 항전의 역사, 천연의 자원은 나에게 미지의 아득한 매력을 뿜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는 이탈리아를 가보고 싶어 했다. 음악에 교양이 없는 나와 다르게 아내는 피아노도 장구도 잘 치는 사람이었다. 마침 지인이 이탈리아에 살고 있어 생각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매력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여행지는 제주도로 결정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이 거의 없어서였다. 아내의 흑자와 나의 적자를 합치니 0(제로)이 우리의 출발점이라는 냉혹한 현실은 우리의 이상과 기대를 무참히 밟았고, 정신을 차린 우리는 대한민국 남녀의 불변의 신혼여행 1번지 제주도를 가기로 했던 것이다. 그리 떠난 신혼여행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10주년 여행이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베트남은 내가 2009년에 배낭메고 호치민 밑으로 대엿새 정도 갔다 왔고, 이탈리아는 아직 비싸고, 항공권은 카드 마일리지로 구입해야 하고, 당연히 저렴해야 하는 등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다보니 갈 곳이 많지 않았다. 라오스에 가서 느린 삶을 체험하고도 싶고, 러시아 극동에서 떠난 기차를 타고 열흘 동안 기차여행을 하고 싶기도 하였다. 제길, 왜 이리 가고 싶은 곳은 많은 거야?

 

2. 10년 전, 제주도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없을 듯해서 여기서 잠시 쓰자면 우리의 제주도 여행 또한 파란만장하였다. 운전을 못하는 나를 대신해 데려간 전모(알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군과 제주도 출신이라고 가이드나 하라고 데려간 김모양. 이렇게 넷이 떠난 제주도는 고스톱과 술판으로 이어졌고, 그들이 떠난 삼 일째에야 첫날 밤 아닌 첫날 밤을 맞이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맺어줄라고 노력한 전모군과 김모양의 사진은 본인들의 수령 거부로 아직도 우리 집 책장에 모셔져 있지만 나의 심통으로 흥이 중간중간 깨진 것을 빼고는 너무 즐거운 여행이었다.

신혼여행이라고 렌트카로 스포츠카를 빌렸더니 기사와 가이드는 앞자리 좋은데 앉고, 주인공들은 불편한 뒷자리에 쳐박는 전모군, 가이드하라고 데려갔더니 대학올 때 떠나서 데모한다고 10년 만에 온 거라고 인터넷으로 뒤져본 나보다도 모르는, 방이 하나뿐인 회사 콘도에서 여성들이 편히 자라고 거실로 나와 자던 나에게 안방으로 가서 자라며 술먹고 꼬장하던 김모양. 그럼 넌 누구하고 자려고?

여행은 좋은 곳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좋은 사람과 함께해서 좋은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3. 여행일정 잡기

아내는 교대근무를 한다. 나는 통상근무를 한다. 쉬는 날이 서로 맞지 않다. 나야 사무실에서 단독업무를 하다보니, 장기간 휴가를 내도 미리 혹은 나중에 업무처리가 가능하지만, 아내는 휴뮤 일정 등 동료들의 양해가 있어야 장기간 휴가가 가능하다. 때문에 일정을 미리 확정해야만 하였다. 물론 항공권을 보너스 마일리지로 구입하려면 조기 예매는 필수이다. 약 석달 전에 5월 초에 휴가를 가는 것으로 정하고, 일정에 맞는 보너스 항공권을 찾는 것이 여행지 선정의 첫 과정이 되었다. 동남아와 중국 노선을 검색해보니 벌써 표가 없는 곳도 많았다. 상대적으로 중국이 사정이 나은데,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30,000마일리지는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뭐, 대도시에 가고싶은 마음도 없지만.

그래서 중국 변방으로 가자는 마음에 여행정보를 찾다보니 티베트 라싸까지 칭짱열차가 뚫려 한결 쉽게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9주년 식사를 한 곳이 명동에 있는 티벳 식당 ‘포탈라’였지 싶어 아내에게 물어보니 나보다 더 좋아한다. 티베트로 가는 직항로는 없으니 우리는 경유지로 시안(Xian,西安)으로 입국해서 티베트를 갔다가 청두(cheong-tu,成都)로 나오기로 결정하였다.

 

4. 시안, 티베트, 청두

시안은 우리가 역사드라마에서 자주 들어보는 중국 장안성이었다. 진시황제의 무덤과 소름끼칠 정도로 정교한 호위병 토기로 유명한 병마용이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만화책 때문이었다. 일본만화 중에 ‘시마과장’이라는 책이 있다. 전공투 세대인 시마가 가전회사에 입사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만화인데, 대략 15년 전부터 가끔 단행본으로 보아왔는데, 2010년 발행본부터 ‘시마사장’이 된 만화이다. 주인공 시마가 인간적이면서도 파벌도 사심도 없는 캐릭터로 나오기에 몰입도가 높았다. 시마가 이사가 되어서 중국지사장으로 나가는 장면에서 시안의 명대(명나라)성벽에 올라 서안 시내를 바라보며 중국의 서부개발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만화에서 내가 본 시안은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느낌이었고, 연안으로부터 시작된 중국의 시장경제와 성장이 이제는 중국 전체로 확산되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실크로드의 시작과 끝, 당나라 시대의 국제 도시, 서부대개발의 중심 도시 등이 시안을 수식하는 말이었다.

청두는 ‘삼국지’에서 유비의 촉나라의 수도였던 도시이다. 윈난(운남)성이나 티벳으로 가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윈난성의 쿤밍시 다음으로 제일 먼 한국 항공의 기항지이다. 티베트로 자유로이 들어갈 수 없을 때에 가장 티베트를 느낄 수 있는 야딩 등 동티베트로 갈 수 있는 도시이다. 청두를 출국도시로 잡은 이유는 이같은 교통의 편리함으로 다양한 코스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시안에서 청두는 기차로 15시간을 달려야 하는 거리이지만, 중간 경유지로 티벳과 구채구 풍경지를 고려하던 우리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곳이었다.

구채구를 고려한 사정은 중국 당국의 통제로 티베트 여행허가가 유동적이기 때문이었다. 티베트 개별로 입경할 수도 없고, 여행사를 통해서 여행허가서를 받아야만 하는데, 티베트 저항운동 기념일 등 저항운동이 벌어지면 외국인의 여행이 전면 통제된다. 그래서 여행 허가를 받더라도 못 들어가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고 한다. 어쨌든 우리는 티베트를 갈 수 있다면 시안에서 3박, 티베트에서 4박, 청두행 칭짱열차 1박, 청두 2박을 하기로 하였고, 구채구로 이동한다면 구채구와 쑹판에서 말트레킹을 하면서 3박을 보내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티베트 여행 준비는 DAUM카페인 ‘히말라야여행 동호회’의 운영자를 통해 현지 결합하기로 하고 퍼밋 신청을 하였다. 다행히 여행 제한조치가 4월에 풀려서 우리 부부를 포함하여 5명이 티벳여행을 같이 하기로 하였다. 다른 분들은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을 통해 귀국하고 우리는 청두로 넘어오는 일정이었다.

티베트팀이 결정되면서 일정 변경이 필요했다. 티벳팀은 5/7(토) 베이징에서 칭짱열차로 출발하여 월요일 오후에 라싸에 도착하기로 되어있었다. 시안에서 하루를 더 머물러야 했고, 기차로 이동하면 청두의 일정이 너무 빡빡해질 판이었다. 결국 열차를 포기하고, 항공으로 티베트를 오고가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항공비는 ‘중국여행동호회’를 통해 할인항공권을 일찍 예매하여 생각보다 저렴하였지만, 가능한 피하고 싶은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일정을 잡았다. 청두를 제외한 숙방지도 정했고, 교통편도 준비했다. 마음은 벌써 붕 떠서 기다리는 한 달을 어찌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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