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본즈가 은퇴를 한다고 한다. 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리스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경기를 뛴 지 2년이 지났다. 이제 배리 본즈가 더 이상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정식적이진 않지만 불혹을 훨씬 넘긴 나이에 현역으로 복귀하는 건 불가능해 보이므로 사실상의 은퇴발표로 보는 게 맞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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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즈의 신기록들을 기록한 앰블런 들입니다. 2001년 이후 쌓은 기록들인데 이 모든게 다 약빨이라는 게 모든 야구팬들의 심증입니다.(출처= 배리 본즈 공식홈페이지, 스포츠 한국 재인용)

 

만약 배리 본즈의 선수생활을 블로그 포스트로 만든다면 그 밑에 붙이는 태그는 어떤 단어가 들어갈까? ‘홈런’, ‘단풍나무 방망이’, 방망이를 짧게 잡으면서도 호쾌한 장타를 날리게 하는 ‘빠른 배트 스피드’. 하지만 이와 함께 ‘이기주의’, ‘거만함’도 항상 따라다닐 것이다.

 

문제는 그 거만함과 이기심이 자신이 속한 팀을 망처 놓았다는 거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바로 2002년 월드시리즈 6차전이다.

 

5차전까지 3승 2패로 앞서 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6차전 7회 초까지 5:0의 리드를 잡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변이 없는 한 배리 본즈가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챔피언 반지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 내내 애너하임 에인절스(현재는 LA 에인절스)를 도와주던 랠리 몽키의 기적이 ‘이변’을 가져다주었다. 에인절스가 7회 스캇 스피지오의 쓰리런 홈런에 이어 8회 말에 6:5로 역전 시킨 것.

 

특히 이 과정에서 본즈의 수비는 천사에게 조종당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8회 중요한 순간 처리하기 쉬운 타구에 실책을 범했던 것. 다음 날 7차전에서 비슷한 상황에 또 같은 실책을 범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랠리몽키의 기적’의 또 다른 피해자가 되었다.

 

월드시리즈 우승 실패 후 배리본즈가 6,7차전 지명타자를 하라는 감독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게 도마 위에 올랐다. 중요한 경기이므로 수비를 강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언론과 팬들의 비판 속에 포스트 시즌 최다 홈런과 한 해 동안의 활약은 한 순간에 잊혀졌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그 때 수비능력이 뛰어난 외야수가 정상적인 수비를 했다면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드는 장면을 목격했을 것이다.
 
이때만 짐이 된 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모든 게 본즈를 위한, 본즈에 의한, 본즈의 팀이었다. 구단주 및 단장마저 한 선수에게 맞춰져 있는데 그런 곳에서 뛰고 싶어 할 슈퍼스타가 어디 있겠는가? 스토브 리그 때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대어 급 선수의 영입을 이루지 못한 건 본즈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팀 내 불화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맷 윌리암스와의 불화, 제프 켄트와의 몸싸움은 MLB를 보는 많은 야구팬들에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음을 만 천하에 공개한 꼴이 되고 말았다. 팀 성적도 그 시기 저조했음은 물론이다. 팀 홈런 수는 늘렸을지 몰라도 팀을 이끄는 리더의 모습은 아니었다.

 

신이 허락한 야구 실력을 가지고 있던 배리본즈가 일자리를 찾고 있는 신세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 저) 엄석대의 갑작스런 몰락을 생각나게 한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 한 순간에 몰락해버린 공통점 때문일 것이다. 
 
이기주의와는 별개의 일이지만 부정으로 자신의 성적을 부풀린 것도 유사하다. 넓어진 ‘등빨’과 늘어난 홈런수의 원천이 금지약물인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법원에서 이를 부인하다가 위증죄로 고소당한 상태다. 엄석대에게 선생님의 체벌이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법원의 처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본즈에겐 미안하지만 다른 레전드들의 은퇴를 접하며 느꼈던 경외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각한 자만심과 결과를 위해 무시된 준법정신은 급우들이 엄석대를 피하려 했듯이 기피대상 1호로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그의 기록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야신을 만나길 바랄 뿐이다. 팬들도 선수들에게 인정받고 정이 가는 선수에게 끌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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