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공부해야 할 이유를 알 거 같습니다.

2009/08/23 12:01
 

내가 처음으로 정치인에게 호감을 느꼈던 적? 중 3일 때 인거 같다. 중학교 시절 절친 두 명이 자신의 담임선생님을 따라 한 정치인의 팬클럽에 가입했었다. 친구들이 팬클럽의 수련회에 다녀온 후 그를 직접 본 소감을 이야기 하였다. "너무 좋은 사람인 거 같아. 정치인 같지가 않아" 나는 이 말을 듣고 포털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창에 뜨는 페이지들을 보며 바보 같지만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나가는 그의 모습에 나는 그에 대한 존경을 가지게 되었다.

 

 2002년 나는 그가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국정치사에 회자될 감동의 국민경선. 이인제 후보의 대세론과 한화갑 후보의 ‘호남 적자론’ 을 꺾으며 얻은 광주경선에서의 압승. 그 여세를 몰아 그는 본선에서까지 승리하게 된다. 그렇다. 내 생애 처음으로 좋아하는 정치인은 바로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 노무현이다. 그런 그가 5월 26일 서거하였다. 다른 분들 보다 좀 더 이른 나이에 ‘원로’가 되었으니 많은 조언들을 국민들에게 해주길 바랐는데. 비록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그에 대한 지지를 버렸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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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거 이후 사람들은 그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까? 그에 대한 책이 물밑 듯이 나오고 있다. 그 중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쓴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를 접할 수 있었다. 2007년 9월과 10월 세 번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오연호 대표는 ‘인물탐구 노무현’을 연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인터뷰는 그가 없는 지금 ‘노무현 정신’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오연호 대표는 책의 서문에 ‘그 3일간의 대화에서 여섯 명의 노무현을 만났다.’ 라고 이야기 한다. ‘바보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정치학자 노무현, 사상가 노무현, 인간 노무현’  우직하게 자신을 있게 해준 부산을 고집하던 바보, 자본권력과 그에 예속된 언론권력을 감시하기 위해 시민권력이 앞서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사상가 및 정치학자, 지지자들이 자신으로 인해 곤란한 일들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미안해하는 인간, 자신이 내세운 정책의 당위성을 이야기 하는 대통령 그리고 정치에서 반칙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진 정치인 이 여섯 자아가 어우러져 노무현이란 인물을 만들어 내었다고 말이다.

 

 진보정당에 적을 두고 있는 입장에서 나는 정치학자 노무현을 조명한 부분을 집중해서 본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하는 지도자론 ‘지도자 또는 지배집단이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것은 그 사회의 윤리의식, 가치 형성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치게 돼 있어요.  그 윤리와 가치의 핵심이 신뢰입니다. 신뢰.’ 정치권력보다 시장권력이 앞선 지금 시민권력을 통해 시장권력을 통제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 그리고 그걸 위한 천착. 이 책을 읽으며 진보정당들도 ‘노무현’ 에 대해 공부하며 시민들과 함께 공유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거 같았다.

(다만 한미 FTA 부분은...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성공할 수 있는 근거로 ‘민족성’ 을 제시했던 건 그에 대한 실망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와중에 김대중 前 대통령께서 서거하셨다. 그는 이 책의 추천사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저승에서, 자신은 이승에서 힘을 합쳐 민주주의를 지켜내자고 이야기 하였다. 그런 그 또한 이곳을 떠나버렸다. 각각 5년 씩 나라를 운영한 지도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화의 지도자들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 ‘행동하는 양심’과 ‘각성하는 시민’이란 숙제를 우리에게 남겨준 두 분께 늦게나마 감사하단 인사를 드리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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