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가 될 수 있을 거 같은 책 <어린 왕자의 귀환>

2009/08/25 11:14
 

 글에 앞서 에피소드 하나. 저번 학기 전공 수업을 듣던 중 한 교수님이 영어공부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며 TOEIC을 볼 것을 주문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교수님의 발언에 문제제기를 했다. 그 학생의 이야기를 요약해 보자면 ‘공무원 시험에 있는 영어 공부와 TOEIC은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나에게 TOEIC 공부는 무용하니 공무원 시험용 영어를 공부하겠다.’

 

 물론 무작정적인 TOEIC 예찬에는 반대하지만 교수의 발언이 자신의 영어 실력을 점검해 보라는 취지의 발언 이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 학생의 발언은 위험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만 하겠다.’ 문제는 이 학생이 싸가지 없다거나 실용적인 생각을 가진 게 아니라 이 학생의 생각이 20대들의 보편적 정서이기 때문이다. 쉽게 요약하자면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와 필요하지 않은 공부를 구분하고 극단적으로 다르게 그 둘을 대하는 것.’ 그 필요하지 않은 공부가 순수학문인 경우가 많다는 데 과연 순수학문이 필요 없는 학문일까?


 일이관지(一以貫之)라는 말이 있다. ‘하나의 이치로 모든 것을 꿰뚫다.’ 라는 말로서 논어의 ‘위령공 편’과 ‘이인 편’에 공자가 이야기 한 걸로 나와 있다. 나는 인생을 더 살아본 형님에게 이 사자성어를 중심으로 한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중세시대 대학에서 가르치던 하나의 과목이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뉘게 되었다. 결국 모든 학문은 네트워크화 되어있다. 어느 공부든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이 말을 들은 이후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아주 조금 밝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말을 해준 형에게 고마워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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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어린왕자의 귀환』이란 책이 있다. 이 책은 재테크, 주식, 10억 모으기 등 인기를 얻을 만한 경제적 담론은 아니다. 오히려 제일 인기 없는 학문 중의 하나인 정치경제학을 소재로 한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건 없다. 만화로 되어 있고 경제적인 개념은 대중과 호흡을 잘하는 경제학자로 손꼽히는(개인적으로 동네 착한 형의 인상을 받은) 우석훈 박사가 해제를 써서 어렵게 다가오진 않는다.


『어린왕자의 귀환』은 어린왕자를 이용하여 우리나라의 암울한 현실과 경제학의 몇몇 기본개념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남수와 주영이 비정규직인 ‘왕자’로 취직한 이후 은하철도의 나그네에게 컨설팅을 받은 이후 자유무역을 시행했으나 실패하고 각 별을 유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극대화 시키려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안내서가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FTA, 민영화, 자유무역 같은 개념들에 대해 친절하고 설명조가 아닌 가상의 에피소드를 통한 체험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 시키고 있다.


 정말 쉬운 책이고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충분히 공감갈 수 있는 경제학의 개념들을 알려 주는 책이기에 주위 사람들에게 필독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하지만 권했던 내 주위 사람들 중에 몇 명이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필요한 공부와 필요하지 않은 공부를 나누고 있는 우리세대에 가장 기피하는 만화에 순수학문의 성격이 강한 책인지라 큰 자신은 없다. 하지만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알고 당하는 게 그래도 반격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피해를 최소화 시키지 않겠는가? 머리 식힌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접근해서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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