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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단상

잠시 딴짓...

ㅋㅋ 좀 미안하긴 하지만..

잠시 머리식히는 의미에서 딴짓..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식의 양복과 정장쟁이들이 넘치는 곳은 참이나 어색하다. 특히 오늘처럼 주황색옷을 입고온 날이면 검댕이들속 튀는 색깔을 주체하지 못해 혼차 피싯피식 웃곤 한다. 그들의 검은 세상에 오점같은 저항의 주황색.. 캬캬 맘에 든다..

 



국회 본청 6층. 환노위 앞에는 앉을 자리도 없다. 민주노총 활동가들, 왜 와있는지 알수 없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간부들, 각당 보좌관들, 노동부 공무원들, 경총 사람들, 그리고 상주 속보 취재를 하고 있는 민중언론 기자들(참세상, 프로메테우스, 민중의소리, 민주노총 노동과세계, 매일노동뉴스 등등 ) 북적북적이다.

 

참관하는 보좌간들은 들락날락하며 정보들을 흘리고, 비교 법안을 늘어 놓고 정보를 교환하기에 바쁘다. 말소리 하나라도 놓쳐서는 안된다. 하나라도 입수하면 서로 돌려보며 복사기를 수도 없이 돌린다. 환노위 소회의실에서 '땅땅땅'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에도 촉각을 세운다. 혹시 큰소리는 안나나

 

재밌는 법안조문 구하기

 

국회 취재를 맡게 되면서 환노위 회의에 처음 결합하게 됐다. 그간에는 어차피 비공개 소위고 쟁점은 다 드러난 상황이어서 직접 환노위에 오지 않았지만 7일에는 각 당 조문이 나오는 날이라 이것 저것 챙겨 국회로 왔다. 다행히 프로메테우스로 옮긴 형구의 도움으로 낯선 환노위 북적 6층에서 노트북 놓을 자리하나 마련하고, 무선 ip도 하나 부여 받고 자리를 텄다. 처음 만난 기자들과 인사도 하고 이것 저것 정보도 나눈다.

 

어쨋든 경력이나 언론의 지형을 고려할때 매일노동뉴스 기자가 단연 정보력이나 정보 취합력이 빠르다. 너무 당연한 민주노동당의 조문은 생략. 한나라당의 조문이 나왔단다. 어디? 어디? 조상기 매노 기자는 챙겨놨던 안을 넘긴다. 잽싸게 복사기로 직행..

 

상황 파악 안된 내가 묻는다. 열린우리당 안은 없어요? 사실 다들 열린우리당의 조문이 필요했던 상황. 다들 물 만난듯 '열우당 안좀 구해보라'는 말을 건넨다. 본격적인 물밑 작전. 그러나 열우당에서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라고. 이런 상황에서 모 당 활동가가 같은 당 활동가에게 열린우리당 안 한 부를 건네고 간다.

 

"그것좀 복사해 줘요, 같이 봅시다. 어차피 다 알거 뭐 그리 챙기나"
(눈치보는 나)
"내용이야 한국노총안과 같아"
"그래도 조문으로 봅시다.
(그러게 한부 만 복사해 주면 우리 다 볼 수 있는데..)
"열린우리당에서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내용만 보자는 건데요 뭐"
(계속 눈치 본다)

결국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정부안 모두 복사해서 취합. 어차피 그런내용일텐데 뭘 그리 숨기고 그러는지. 재밌다.

 

결국 오늘 아침 환노위에서는 각당 조문 비교 표를 의원들에게 나눠줬다. 어찌나 정리도 잘했던지..

 

우리도 사람입니다.

 

갑자기 몇몇 사람들이 수개의 박스를 들고 바쁘다. 귤도 있고 과자도 있고 음료도 있다. 엉 저건 뭐지? 의원들 간식이란다. 쉬는시간 없이 회의를 하니 국회에서는 이것 저것 먹을 것도 제공한다. 봉지를 뜯고, 과일을 담고 연신 소회의장으로 옮긴다..

 

(저거 우리도 먹어도 되나?)
상황판단이 안되 눈치보는 나.

 

모르는 척 먹을까 하는데 누군지 알수 없는 양복쟁이 머리 힛긋한 아저씨가 나선다.

 

"우리도 사람입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건데.."

 

소회의장 밖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골고루 나눠 먹는다. 예상치 못한 간식이 어찌나 반갑던지..

 

신경전 그리고 실제 전투

 

법안심사소의는 말 한마디 하나하나에 신경전이 오고간다. 우원식 소위원장이 각당이 정기국회 처리를 원한다며 시간문제를 운운 하니 단병호 의원이 심층 논의와 합의에 대한 전제를 강조하고 나선다. 배일도 의원은 '이런식으로 회기내에 처리 못한다'고 하자 단병호 의원이 '회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호법안의 내용이 중요한것'이라고 강조하자 배일도 의원 "그럼 처리한다면 민노당이 몸으로 또 막겠다는 거냐"말꼬리를 잡고 늘어진다. 단병호 의원 그런 얘기가 아니지 않냐라며 말을 돌린다. 뭐 이런식이다.

 

사실 국회에서 쌀비준안 통과되던 과정에서 단식중이던 강기갑의원은 본회의장에서 눈물을 흘렸다. 천영세 의원은 '적어도 농민들의 숯덩이 가슴에 국회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지금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터 놓고 얘기하자'고 하지만 처리되는 과정을 보면 민주노동당이 철회하거나, 수정안을 내어 합의를 도출하는 형태이다. 그리고 진정 쟁점이라 불렸던 것들만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장복심 의원이 단병호 의원에게 어디서 하던 짓을 여기서 하냐고 반문했던 것, 노동자 민중의 의원이기때문에 이들이 국회내에서 감내하는 문제들을 이렇게 저렇게 보고 들으면서 참이나 이들의 분투가 물대포를 맡는 것 만큼이나 춥고 아리다.

 

뻔뻔하게 얼굴 디밀며 이게 다 국민을 위한 일이고,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또 만나고 회의하고 설득해야 하는 인내가 있어야한다. 수시간에 걸쳐 조문조항을 놓고 토론을 하더라도 절대 지치지 말고 그들의 페이스에 말려서는 안되는 집중력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보기 싫어도 인사하고, 친한척 하지는 않더라도 외면하지 말아야하는 너그러움도 갖춰야 한다.

 

단병호 의원. 그리고 여러 보좌관들. 썩히 잘생긴 사람도 별로 없고, 뛰어나게 언변이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참이나 수더분하고 우직한 사람들이 보여 있다. 특히 소회의실에서 장수로 나서 싸우고 있는 단병호 의원을 보며. '힘내라'는 응원을 해주고 싶었다. 자신에게 쏠려있는 지금의 과제가 참이나 무겁겠지만 7일째 열심히 싸우고 있는 의원이 끈기가 지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요즘 황빠들은 아픈 황우석 박사를 위해 촛불도 들던데 우리도 함께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힘내라'고 아낌없이 토닥토닥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어쨋든 이들도 국회안에서 치열하게 투쟁 하고 있다. 국회밖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무시무시한 사진한장 덧붙인다. 국회 1층에 있는 일간지들 1면이 모두 황우석 박사가 눈감은 사진이다. 9/11 사진 이후 이런식의 전 일간지의 1면 사진이 통일된 사진은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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