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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제주도 하이킹 2

9월 3일


다시 교회가서 씻고, 밥도 해 먹고, 짐 다시 챙겨서 큰엉해안경승지 ->정방폭포 -> 계속 이동하는데 너무 더운 거다. 정말 너무 더워서 미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온도가 얼마나 되나 기상센터에 물어봤더니 그날 제주도는 34도 란다..미쳤지 34도에 쉬지도 않고 그리 자전거를 달려 오니.. 사실 한 녀석은 이날 결국 탈진에서 트럭으로 먼져 이동했고, 남겨진 우린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더위의 고비를 넘기고, 다시 대장의 설득이 시작됐다. 코스에는 벗어나 있지만 주상절 리가 정말 멋진 곳이라는 설득이다. 대장이 정말 가자, 가자 라고 노래를 부르는 통인데.. 공동체의 규칙상 대장이 go!를 외치면 따르자는 사전 합의에 근거에 우리는 주상절리에 갔다.



그냥 짜집기 한 사진...

 

내려갈 때는 신났지.. 정말 신나게 내려가는 코스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주상절리 다음 코스 인데.. 신나게 내려갔으니 그만한 고개가 있는 거지..근데 그간 웬만한 경사로에서도 기어 조절을 통해 자전거를 포기하지 않고 갔었는데 그 코스만은 정말 못 올라가겠는 거다.. 50도는 넘어 보이는 진짜로 엄청난 경사로 였다. 밀고 밀고 올라서 간신히 목적의 테디 베어에 도착했다. 물론 테디베어 뮤지엄에 들어가서 구경하는데 어찌나 사람들이 쳐다본다. 우리의 복장, 굉장히 여행자들 스러웠고 심지어 고온의 날씨에 자전거 굴리고 와서 냄새도 장난이 아니었던 게다. 뮤지엄에 있는 것이 민폐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심지어 우린 한인 혜택도 받아서 입장했다. 테디베어뮤지엄은 정말 무지무지 크고 예쁜 인형들이 사진 찍기 좋게 되어 있더라. 상당히 많은 민폐들을 끼치며 신나게 사진 찍고, 다시 나와서 마의 고지를 넘어 화순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그날 일정이 밀리고, 코스가 길어서 결국 해가 진 뒤에서도 우린 달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개인적으로 약간의 야맹증이 있는 지라 겁도 많이 났는데, 심지어 자전거에 조명등 설치도 안해 놓은 상태에다 해수욕장까지 가는 길이 공사중인 곳이어서 인도가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았고 장애물도 엄청나게 많았다. 앞에 가는 메티스가 '언니 돌!' ' 언니 구멍' ' 언니 장애물!' 이런 식으로 힌트를 주면서 가드를 했고 오르막길 이후에는 계속 내리 막길이어서 마구 달려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물론 이날도 야영할 계획이었으나 상태들이 너무 안좋았던 관계로 민박을 하기로 했다.
 
정말 신기하지만 아침에 눈 떠서 김밥 도시락을 준비하고, 하루 종일 내내 자전거 타고 (거의 쉼없이 사진 몇장만 찍고 달렸는데..), 또 끼니 되면 끼니 챙겨들 먹고, 샤워 하고, 빨래들 해서 널고, 심지어는 밤늦게 까지 소주 걸치며 뒷풀이 하지만..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기상시간에 맞춰들 일어난다..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녀석들이 없다. 졸리다고 찡얼 거리는 녀석도 없다.. 왕어른신들도 꿋꿋하다.. 물론 뒷풀이때도 조는 한이 있어도 같이 끝까지 있는다.. 참..정말 죽이는 팀웍, 팀원들이었다..

 

9월 4일

이제 하이킹 일정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정도 들고, 자전거에 익숙해 지려고 하니 마지막 날이 온다. 심날은 타입캡슐을 묻는 날이다. 제주사랑도 그날은 개인 일을 뒤로 하고 우리와 함께 한다. 쿠키 빵을 엎어 놓은 것 처럼 생긴 산방산 지나서 송악산으로 가서 타입캡슐을 묻고.. 난 타입캡슐에 나에게 쓰는 편지와 당시의 느낌을 적은 쪽지와 사탕 그리고 당시 신었다가 쟁여 놓았던 양말을 넣었다. 다들 나에게 항의 많이 했지만 썩던지 어쩌던지 3년 뒤에 열어 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우겨서 넣었다. 그리고 우린 사진 한 장을 찍고 3년 뒤에 다시 모여서 다시 여행하자는 약속을 했다.

 

이후 코스는 널럴하다. 추사적거지를 지나 소인국테마파크에 가서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고..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달려라~ 달려라~ 해서 오설록통과~ 분재예술원통과~금릉청소년수련장 통과~ 여섯시도 채 안된 시각에 우린 정말 쉽게 협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마에 고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던 제주사랑의 경고는 결국 뻥으로 드러났고, 우린 협재 해수욕장에서 그간 못 놀았던 물놀이를 하며 마지막 날의 뒷풀이를 세게 했다. 협재의 노을도 예뻣고, 함께 여행하면서 그을린 멤버들의 모습도 감동 적이었다. 하하.. 어디서 이런 괴물들이 모였을까 싶은..

 

그 날 저녁 우리는 하늘이 보이는 밖에서 고기를 한껏 구워 먹으며 이것 저것 많은 대화를 했다. 밤세.. 하하.. 밤세..그래도 아침은 온다...

 

9월 5일

다음날은 정말 코스대로 한림공원 ☞협재해수욕장 ☞애월전망대 ☞하귀 해단도로 ☞ 이호 해수욕장 ☞ 제주하이킹 랜드 로 왔다. 물론 중간에 애월 봉수대를 전망대로 착각하고 사진 찍고 놀고 했던 약간의 에피소드를 빼면.. 멀리서 보이기 시작한 하이킹 랜드, 출발점이 보이자 정말 가슴이 뻐근하고 아쉬움이 밀려 왔다.. 물론 실감도 안났다. 커피도 한잔 마시고, 자전거에서 실었던 짐 내리면서 반납하는데 그렇게 섭섭할 수가 없다. 에이.. 기분이다. 다시 한번 타고 한바퀴 돌아보다가 반납했다.

 

물론 그날 우린 두 번째 공식 뒷풀이를 했다. 물론 공식적으로 처음으로 목욕탕도 다 같이 갔다. 어찌나 냄새나고 지저분하던지..우리가 떼거지로 움직이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처다 보는 상황이었다...노래방 알바스 소화기, 대장 실종 사건, 메티스의 술버리기 작전 등 제주도에서 잘나간다는 시내에서 술도 한잔하고..다들 뻗는 상황에서 알바스와 동동주가 술마시러 가자고 꼬득인다..음.. 갈까 말까 하다가.. .. 잘못 걸리면 녀석들에게 죽겠다 싶어서 방에 숨어서 결국 마지막 밤을 그렇게 보냈다. 

 

9월 6일

제주하이킹랜드에서 주최한 제 1회 제주국토대장정의 공식 일정은 5일로 마무리 됐다. 그렇지만 다들 시간의 여유가 있는지라 좀 더 제주도에서 놀기로 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온 나와 샐리 언니 그리고 강원도에서 온 알바스는 모든 일행과 갈수 있는 최대한 같이 가기로 하고, 배를 타고 부산으로 가서 각자의 목적지로 가는 것으로 결정. 6일을 그렇게 보내기로 했다. 

물론 한라산을 가고자 했으나 그 전날 과한 술로 인해 출입 시간을 놓쳤고, 우린 봉고차를 렌트해 제주도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못 가본 한라산도 차로 가고, 도깨비 길도 하고.. 뭐 .. 여기 저기 많이 다녔는데 기억이.. ^^;

 

팀웍이 빛을 발한 일이 있었다. 봉고차를 렌트해서 다니다가 운전을 하던 막걸리 녀석이 '어 사고 난 거 같은데요' 하는 거다. 다들 화들작 놀랐는데 아니나 다를까 앞서 고개를 넘어 오던 트럭이 단 몇초 차이로 우리 앞에서 길가의 돌에 부딪 힌 사고가 발생 한거다. 보조석에 있던 아주머니가 튕겨 나와 쓰러져 있고, 아저씨도 운전석에 끼어 있고 주변에는 트럭에 실었던 짐 때문에 난리가 나고.. 한 녀석이 나서서 다른 차량 소통을 돕고, 한 녀석은 보험사랑 119에 전화해서 견인차를 부르고, 의대생이었던 두 사람은 아저씨와 아줌마를 돌보고 착한 한 녀석은 그 둘을 보조하고, 나랑 메티스는 길거리에 쏟아진 짐들을 다시 트럭에 옮기는 일을 했다. 잠시 후 보험회사와 견인차 응급차가 왔고 상황은 마무리 됐다. 정말 놀라운 상황이었지만 긴급 사태를 신속하게 처리 한 이후 하이킹 멤버들 간의 멤버쉽은 더욱 강화 됐지.. 어찌나 뿌뜻하던지.. ^^.. 생각해 보면 당시 나만 할 일이 별로 없어서.. 참 계면쩍였는데.. 다들 멋지더라고..

 

돌아다니다 시간 늦어서 제주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간신히 부산 배시간에 맞췄다. 버스를 타고 배를 타러가면서도 계속 웃음이 난다. 제주도에 와서 단 한번도 여유롭게 이동해 본적이 없다. 간당간당 시간 맞춰 뛰고, 넘어지고, 팀을 나눠 역분하고 하면서도 그래도 어떻게든 이동했던 거고 그때 부산 가는 배도 마찬가지 였다.

 

공식 일정은 여기 까지..

사진 찾고, 제주도에서 부산가는 동안 밤새 내내 여행 얘기 하고 물론 또 뒷풀이 하고.. 마피아 게임도 하고 놀다가 .. 부산에 가서는 또 부산 토박이들이 이것 저것 구경 시켜 줘서 영도 대교도 친구 흉내내서 건너 보고, 부산 영화제 한다는 거리도 가보고, 생선 많이 파는 시장도 가보고.. 부산 출신들이 내는 회도 찐하게 먹어보고.. 간신히 또 기차 시간에 맞췄다. 사실 부산역 사물함에 짐을 놓고 놀러 다닌 상황이었는데 간당하게 지하철을 타게 된거다. 음.. 뛰고 뛰고 언니는 먼져 뛰어가서 기차 잡고, 난 사물함에 가서 짐 꺼내 가기로 역분하고 계속 뛰었다..기차역에 갔더니 출발하겠단다.. 에구 놓치나 보다 생각하면서 뛰면서 층계를 내려오는 데 샐리언니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문이 닫히고 있었다. 물론 극적으로 또 닫힌 문을 열고 기차 타고 올라 왔지..뭐.. 긴장의 연속이지라.. 올라오는 기차에서는 물론 시체가 됐고..

 

하이킹을 마치고..

 

하이킹을 통해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배려 할 줄 알고, 배려할 생각을 하는 그런 가슴이 따뜻하고, 따뜻하게 살려고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각박하게 싸우고, 농성하고, 푸념하다가 만난 이 사람들이 정말 감동스럽게 다가왔다. 운동하는 사람의 헌신성이 아니어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저런 정서로 열심히 사는 구나 하는 일반의 느낌, 고스란히 체험한 상황이었다. 음.. 여행 좋았다. 그리고 그 때 사람들도 정말 좋고.. 이제 이런 여행에서 난 왕고가 되겠지만.. 다시 이런 기회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여행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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