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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사람들에게..

한 선배가 옛날 달력을 내게 끄집어 냈다. 난.. 이미 태워버린 달력이었는데 그 선배는 고스란히 그 달력을 끄내 들었다. 더럽다... 어떻게 잊으려고 애썼던 건데.. 그걸 그렇게 쉽게 꺼낼 수 있지.. 원망스럽다.. 난 정말 당신을 아무렇지도 않게 대했는데.. 낸 들 당신들에게 감정없고, 기억이 없겠소.. 난 그 사람들 다 알고 있다는 걸 알아도 그냥 모르는 척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대했는데 ...이제와서 그런말들을 내게 꺼내다니... 발등을 찍는 기분에 기분더럽다 생각하고 눈 감았는데..그게 아니란 생각을 했다.. 다시 이렇게 그냥 묻을 일이 아니라고..

 

그래서 2000년 당신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소. 누가 남고 누가 떠나고 그 불분명한 시점에 왠 장벽이 그리 많고 왠말들은 그리 많은지 ..갑자기 든 우울한 생각에 2000년도 살았던 사람들에게 글을 쓰요.. 그리고 그 안에.. 액자처럼 내 모습도 있고..

 

누군가는 읽겠지.. 그리고 다시 생각하겠지.. 그때가 어땠더라.. 블로그에 쓰는 이건 내 고백이야.. 다들 일일이 찾아가서 말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아는 사람들이 있으면 이 고백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좀 나눠줬으면 해...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좀 생기면 .. 짐을 벗고 좀 살았으면 좋겠거든.. 다시 만나도 정말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 그때의 사실들은 정말 내게 중요하지 않다고.. 지금 난 현재의 모습들이 더 중요하고.. 그러니 다 잊고 좋았던 기억들만 남겨서 다시 만나자고..그리고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을 다 용서해 줬으면 좋겠다고..

 

2000년은 질곡이었고.. 많은 사람의 삶이 꼬여 버린 한해였어. 혹시 난 아닌데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니였겠지... 그렇지만 내 삶은 정확히 꼬여 버렸지. 내게 하늘이었던 선배들은 그랬고, 선배들의 모습은 비수가 되게 꽂혔고..내 학생운동은 깨졌고, 후배들도 버렸고..철저히 부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난 내 전부였던 학교를 떠나야 된다고 생각했고.. 어디서 부터 어떻게 그렇게 살맞대고 활동했던 우리들한테 그런일이 벌어진 건지.. 정말 전쟁같다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어.. 어쩌면 미리 예감했었어야 했고, 알았었어야 하는건데.. 그러지 못해서.. 내가 바보 였던 게지..내 바보스러움이 일을 더 크게 만들었을 수도 있지..

 

드럽게 꼬여버린 교투와 막판 모든 상황의 결정판이 됐던 선거와..

다시 그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 00들의 선거와

이제와서 사실여부의 시시 비비를 따지고 싶지 않아.

그리고 이제와서 너 그때 왜 그랬냐고 묻고 싶지않아..

후배들한테 그렇게 까지 해야 했냐 묻고 싶지 않아..

누군 뿌락이 됐고, 누군 미친년이 됐고, 누구는 죽음을 택했고, 누구는 자살 미수로 마무리 했고, 누군가는 너무 싫어 떠났고 누군가는 잊지 못해 사는 거고..

승리도 없고 패배 없는 감정 대립이 싫소 .. 그 껄끄러움이 정말 싫소....정말 지긋지긋하게 만나지는 사람과 정말 풀리지 않는 과거의 짐을 질질 끌고 다니면서 사는 것이 정말 싫소.

 

아니.. 사실은 나..묻고 싶은게 너무 많아..당신들 그렇게 까지 나한테 할 수 있어? 내게 당신들은 내 세상이었어 근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왜 그랬어? 라고 악다구니 하면서 소리 지르고 싶기도 해..

 

그치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어.. 되돌릴 것도 없고, 입증할 것도 없고,, 지우지 못할 기억과 상처만을 확인할 뿐일텐데.. 그렇다고 해서 바뀔 것도 없고..내 속 시원할라고 괜한 상처들 들춰 내고 싶지 않아.. 그래서 좀 잊고 공개적으로 묻었으면 해..

 

그간 내가 옹졸스럽고 좀스러웠습니다. 그러니..

내가 빗장을 닫아서 문제였다면 그 빗장을 열겠습니다.

내가 먼져 인사를 안해서 문제였다면 이제부턴 제가 먼져 인사를 하도록 하지요...

내 시선이 차가워서 힘들었다면 색깔 안경을 써서라도 시선에 온기를 담아 보지요..

아직도 만나는게 불편하다면 불편하지 않게 재밌는 이벤트로 자리 한번 만들겠습니다..

 

당신들에게 내가 문제였다면 이제 나를 용소해 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고립된 과거와 짐이된 과거 ..그 사실과 경험 만으로도 나 충분히 괴로웠고 벌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내게 준 그 벌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부족하니 더 받아라는 말이라도 좀 해 주쇼..그냥 그렇게 입다물고들 가끔 가끔 들춰내지 말고..

 

이 글을 쓰면서 난 2000년의 기억을 지워 버릴 겁니다. 누가 무슨말을 했던 누가 내게 무엇을 했건.. 누구도 저에게 다시 그 기억들을 들춰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얘기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말 나 이제 그 때의 상황에 대해 판단 하지 않을 테니.... 그렇게들 이해해 줬으면 합니다..

 

운동 안해도 좋소. 선생님 되면 어떻고 대학생 되면 어떻소. 어디서 무엇을 해도 좋소.. 그냥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채플 선전전 위해 그렇게 뛰던 우리들 기억만으로도.. 그렇게 하루라도 집회 안가면 근질근질했던 집회쟁의 기억으로..그냥 그런 기억들만 가지고 만납시다...아마 그렇게만 만나도 난 정말 좋을 것 같소.. 선배나 후배가 아니라 이제는 그냥 사회에서 알아서들 살아가는 사람들로...

 

그리고 너 어느 정파 였냐라는 질문도 이제는 사절이요. 나 또한 과거 어느 정파에서 어떤 사람들과 활동을 했었겠지. 다들 궁금하겠지. 근데 그렇게 들춰 내는 얘기들이 사실 나에게 상당히 괴로운 문제였요. 그냥 난 과거의 활동과 과거의 사람들에 대한 그렇고 저렇고 한 활동을 잊었으니.. 너 누구를 아냐, 어떻게 활동했냐, 무슨  정파였냐라는 식의 질문들을 피해 줬으면 합니다. 그것보다 제가 지금 더 건강하게 계급적으로 잘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 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되는 사람들은 현정언니 한번 같이 찾아갔으면 합니다. 하루 하루 빚은 갚고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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