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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환경에서 미디어 공공성이라(1)

민주노동당, 문화연대, 미디액트, 언개련 등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모여서 만든 미디어정책포럼이라는 모임에서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실의 후원으로 10차에 걸친 '뉴미디어 난개발, 그 현실과 대안'이라는 공개세미나를 진행했다. 오는 11일과 18일 참세상과 RTV 주최로 이 공개세미나를 정리하고 평가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참조 기사: 이것이 미디어 공공성이다) 나는 공개세미나 8회차 "공유자원으로서 주파수의 배분과 활용방안"이라는 주제에서 발제자 중에 하나로 발표를 했다. 그래서 18일 제2부 '이것이 미디어 공공성 실천 해법'이라는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가하게 됐다. 그런데, 여기서 어려운 점이 좀 있다. 당의 정책연구원으로서 정보통신 분야를 담당하고 있지만, 미디어에 대해서는 그리 아는 바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관심이 주로 통신 분야인지라 그 이해 수준이라는 것이 구체성도 떨어지고, 관련성을 파악하는 것도 부족한 것 같다. 여기까지는 핑계고, 정보통신 정책에서 통신(주로 유무선 전화, 요즘은 데이터 통신도 점점 중요), 방송, 그리고 인터넷 관련한 것들이 주요 영역이어서 정보통신 정책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방송(또는 미디어 일반)도 전체 정보통신 정책에서 균형 있게 다루어지고,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먼저 뉴미디어 환경에 따른 변화의 큰 방향(선수들의 변화, 기술적 변화, 이용 형태의 변화, 콘텐츠의 변화)을 제시하고 나서 이어지는 다른 글에서 변화에 따른 정보운동(미디어운동을 포함해서) 추구해야 할 정책 과제들을 권고하려고 한다.


미디어 환경 변화

미디어 환경 변화의 근원은 바로 통신방송 기술의 변화와 기존 사업자들의 사업 전략의 변화가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 기술 환경 변화를 요약할 수 있는 키워드는 융합(통신과 방송의 융합 그리고 통신 기술과 여타 전자 기술의 융합. 유비퀴터스도 이러한 융합 현상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이다. 융합 현상은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쉽게 휴대폰을 통해 제공되는 DMB서비스, 인터넷을 통한 방송을 포함하는 데이터통신(초고속인터넷, 휴대폰의 무선인터넷, 그리고 2006년 시작될 휴대인터넷-WiBro)을 이용한 방송 콘텐츠, IP-TV 등 이미 실례가 많다. CATV 사업자들의 방송(디지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VoIP(Voice over IP, 데이터 통신망을 이용한 음성 통화), 초고속 인터넷을 함께 제공하려는 결합 서비스(소위, Triple-play) 등에서도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기존의 전화망(유선 또는 무선)을 중심으로 하는 통신 사업자, CATV 방송 사업자, 지상파 방송 사업자, 지상파 및 위성 DMB 방송 사업자들은 저마다 융합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역을 넘나드는 사업 전략과 투자를 이미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영역 파괴 현상은 이미 각국에서 상당히 진척된 상태다. 우리나라나 해외 경우에서도 이 과정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부분은 기존의 유무선 통신 인프라를 소유하고 있고 자본력이 월등한 통신사업자들이다. 이러한 융합 현상을 가능성에 주목하여 긍정적인 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이전의 지상파 중심의 방송 형태에서 주파수 자원의 제약과 초기 고비용으로 방송의 양과 다양성 등에서 근원적으로 제약 받던 부분이 많은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방송이나 유사한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진입이 쉬워진다.
  • 지상파 방송 사업자 중심의 경쟁제한적이던 시장에 경쟁이 가속화될 수 있다(대체재의 등장).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 확대와 가격 하락이 가능하다.
  • 다양한 무선 통신 기술과 결합되어 휴대성 및 이동성의 측면에서 개선될 수 있다.
  • 방송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가 방송 광고로 제한되어 있던 것에서,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하여 경제적 가치 창출(예, 홈쇼핑)이 가능하다.
  • 방송 서비스가 유선 분야로 일정 정도 이전이 가능해짐으로써 지상파 방송이 사용하던 주파수를 다른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디지털TV의 등장도 주파수 자원 확보에 도움이 된다).
  • 주문형방송(VOD), 데이터 방송, 개인 방송 녹화기 등을 통해 방송사나 프로그램 프로바이더들이 결정한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정해진 시간대에 보던 것에서 벗어나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이용하는 것이 쉬워진다
위에서 지적한 내용은 긍정적인 가능성이지만, 현실의 시장 내의 역관계나 현재의 법제도 환경 등을 고려하여 살펴본 변화의 방향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몇가지 위험들에 대해서 열거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 거대 통신 자본에 의한 콘텐츠와 망 독점: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위성DMB사업 진출, 콘텐츠 프로바이더(CP) 합병, 음반사 합병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통신 자본 중심의 수직적 결합(망, 서비스, 콘텐츠)은 상당 수준 진척되어 있다. America online Time Warner(ISP-America OnLine, 소프트웨어-Netscape, TV-CNN, HBO, 음악-Warner Music, 영화-Warner Bros, 잡비-Time, People 등을 포함), AT&T(TV-Discovery Channel, Encore, 기타 지분 참여-AOL Time Warner, News Corporation) 등이 대표적이다. 콘텐츠의 독자성이나 다양성 등에 위협이 될 수 있다
  • 특정 콘텐츠에 대한 수요 집중: TV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대형 스포츠 이벤트(월드컵, 프로 축구 등)와 같이 장시간에 걸쳐 시청자를 붙들어 둘 수 있고, 시청자들의 수요가 높은 콘텐츠에 대한 확보가 경쟁이나 수익성에서 중요한 요소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수요가 기형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시사보도나 토론 프로그램 등과 같은 경우, 오락적 요소가 강해진 쇼프로그램 형태로 바뀌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시사보도의 경우, 심층보도보다는 다양한 플랫폼(platform-지상파 방송, 휴대용 방송, 인터넷 방송)에 이용이 쉬운 짧고 단편적인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 급감(공영 방송 위상 추락): 공영 방송, 민영 방송 모두 융합 환경에서의 대응력이다른 분야의 사업자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현재 상태라면 융합이 일정정도 진행되고 나면, 지상파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제작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몇가지 콘텐츠를 통해 가지는 강점 외에는 현저하게 그 영향력을 상실할 것이다. 공영 방송의 위상 하락은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정치 참여 촉진, 다양한 집단들의 대중 매체에서의 발언, 국가적 비전 형성 및 여론 형성 등의 공영 방송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 지역 콘텐츠 생산과 유통 상대적 감소: 이는 참이면서도 거짓일 수 있는 주장이다.다수의 시청자가 존재하는 매체와 채널만을 본다면, 지역의 콘텐츠보다는 상업적으로 성공적인 전국적 시청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콘텐츠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지상파를 이용하는 방송에서는 전파의 특성 상(전파의 출력 및 지형적 특성에 따른 전파의 도달 범위의 한계) 명목상으로라도 지역 방송이라는 것이 성립하고 이를 토대로 한 지역 콘텐츠 생성이 가능한 면이 있지만, 융합 환경에서는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제약이 크게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총량 면에서 지역 콘텐츠가 증가할 수도 있지만, 상대적인 양에서 지역 콘텐츠의 양은 적어질 것이다. 반면, 인터넷을 통한 방송이나 케이블을 통한 방송 등에서 지역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채널의 수효는 현재와 비교해서 증가할 수도 있다. 동시에, 소규모의 콘텐츠 제작자들이 방송에 진입하는 것은 지금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이때, 현재의 법제도가 제약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 전체 콘텐츠에서 전통적인 방송 콘텐츠 이용 감소: 방송과 통신 전체를 대상으로 봤을 때, 이용자들의 콘텐츠 이용에서 전통적인 방송 콘텐츠(시사보도, 드라마, 연애 오락 프로그램 등)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감소할 것이다. 이용자의 구매의사나 구매력이 제한적이고, 광고 시장의 규모가 제한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뉴미디어 환경에서 개발되는 또는 융합을 통해 제공되는 켄텐츠 서비스들과 방송 콘텐츠의 경쟁은 불가피하며 이에 따라 전통적인 방송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감소할 것이다. 전통적인 방송 콘텐츠만이 아니라 공익적 콘텐츠라는 일반적인 범주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나타날 것이다.
  • 매체에 따른 이용자의 양극화: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공유자원인 전파를 이용한다는 측면과 기타 정책적 목표에 따라 보편적 서비스로서 규정되던 지상파 방송의 경우와는 다르게 모든 매체에 이와 같은 수준의 접근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매체 사업자들은 매체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광고를 나누어 먹는 것으로 수익 모델을 추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유료 가입자 기반의 수익 모델 등을 추구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은 이용자들의 자신들의 문화적 기호와 더불어 경제적 여건에 따라 선별적으로 매체를 이용하게 된다. 이는 정보 이용에서의 양극화를 가져올 수 있다.
2편은 내일 정도에 올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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