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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서울 시정운영계획에 나타난 희망숫자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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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사람’ 키워드로 한 시정운영마스터플랜 발표 (서울시 보도자료, 2012. 1. 9)
- 2014년 목표로 한「시민과 함께 만든 희망서울 시정운영계획」9일 발표
- 두 달 간 74회 민간자문회의 내용 녹이고 시민 현장 목소리 최우선 반영
- 복지, 경제, 시민주권 등 5대 목표 설정, 15개 분야 285개 사업으로 뒷받침
- 개발 중심의 시설투자 → 시정의 최고 가치를 ‘시민’으로..꿈과 희망 보장
  ① 시민 누구나 적정수준의 복지를 권리로 당당하게 누리는 서울
  ② 모두를 배려하고 포용하며 동반성장하는 함께 잘 사는 서울
  ③ 창조력과 상상력을 키우고 문화 활력을 높여가는 서울
  ④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리고 살아갈 수 있는 기본이 바로선 서울
  ⑤ 시민의 참여와 의견을 반영하고 시민이 주인 되는 서울
- 2014년까지 3년간 시정운영계획 투자사업비로 25조 3천억원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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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2014년 목표로 한「시민과 함께 만든 희망서울 시정운영계획」을 발표했다. 25조원을 투입한 복지서울의 청사진이다. 핵심키워드는 당연히 복지이고, 이를 위해 전국 최초로 '시민복지기준선'을 마련하여 시민 누구나 복지를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제시된 것이 복지, 경제, 문화, 도시 지속가능성, 시민주권의 5대 목표이고, 15개 분야의 285개 사업이다. 이를 보고난 느낌은? 실망이다.
 
1. 이건 청사진일 뿐이라고는 하지만 분야별 전문가 74명이 모인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에서 60여일 간 74회의 민간자문회의를 거치고, SNS 등 시민의견조사, 청책워크숍, 공무원 `희망스케치단' 등의 의견을 반영해 확정되었다는 시정운영계획은 너무 내용이 빈약하고 구체적이지 못하다. 한마디로 박원순 시장이 시장후보로 나서면서 제출되었어야 할 공약 수준의 것이다.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이러한 시정운영계획이 마련되었다지만, 준비된 시장이라면 이미 후보시절에 이 정도가 마련되었어야 하고, 지금 발표하는 것은 이를 구체화하는 한편, 남은 임기 동안 이 중에서 무엇을 핵심적인 사업으로 가져갈 것인지가 주가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몇 개의 키워드만 보일 뿐 뚜렷이 와닿지 않는다.
 
2. 서울시의 보도자료에는 대신 맨 마지막에 참고자료로 0에서부터 7조원까지 시민이 누리게 될 희망숫자가 제시되어 있다. MB정부가 정권 인수위 시절에 제시했던 747 공약과 유사한, 희망숫자놀음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문제가 되기 때문일 터이다.
 
3. 15개 분야의 사업들을 보면 기존에 후보 시절 발표했던 것을 구체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공공투자관리센터 설립이나 주민참여예산제도 시행 등은 하겠다는 언급만 있을 뿐 더이상 진전된 게 없다. 어차피 지방재정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존의 형식화된 제도와는 다른 방식을 고민했다는 흔적이 보여야 하는데, 이게 빠져 있는 것이다.
 
4. 사람이 우선하는 편리한 서울교통이라... 나와 있는 내용은 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울시민들이 느끼는 불만과 요구를 해소하는 방안으로는 부족하다. 이명박 시장이 밀어부쳤던 지랄염병(GRYB)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같은 획기적인 방안은 빠져 있다. 명시적인 토건사업은 나열되어 있지 않지만, 공공서울을 위해 도시철도 9호선과 경전철 민자사업 철회와 같은 민자사업에 대한 재검토에서부터 버스 공영제의 단계적 추진, 교통카드 공영화, 지하철 통합운영, 혼잡통행료 부과 등의 교통수요관리 강화, 지하철과 버스의 대중교통수단간 지간선체계 재정립 등 이미 어느 정도 상이 나와 있는 대안들조차 언급되지 않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된 교통계획으로 볼 수 있을까. 
 
5. 복지에 대한 사업들은 정말 화려하다. 정말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도 든다. 근데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아마 전문가들께서 많은 고민을 했을 테고, 밖으로 공개되어 있진 않지만,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로드맵과 실행방안 또한 마련되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건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를 밀어부치다 좌절되면? 기득권세력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나중에 변명하는 꼴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 실행방안에는 이를 고려해야 한다. 덧붙여 비수급 빈곤층을 ‘서울형 수급자’로 지정해 최저생계를 보장하겠다는 언급 속에서 오세훈 시정 하에서의 '서울형 어린이집'이 떠오른다면 오바겠지?
 
6. 가장 우려가 되는 건 노동,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의식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단지 올해 안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적정 노동조건 보장 등을 위한 기본방안을 마련하고, 2014년까지 취약근로자의 복지증진을 위해 노동복지센터를 자치구별 1개소 운영하는 등의 방안이  일자리 창출 속에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이명박 정부와 무슨 차별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노동을 배제한 채 사람 중심의 서울이 가능한가? 특히 민간부문은 차치하고라도 공공부문에서라도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 다행히 내 기대수준이 낮았기 망정이지...하지만 서울시와의 노정협의에 많은 기대를 했던 노동계 쪽에선 반발할 수도 있을 듯하다. 이럴 줄 몰랐나.
 
게다가 공공운수노조와 관련된 연구소에서 일하는 내 입장에선, 서울시 공공부문과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어떻게 바꾸어 나가겠다는 마스터플랜이 결여되어 있는 것도 눈에 뜨인다. 물론 있기는 하지만, 모두 복지 속에 포함되어 있지, 사부문과 구별되는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조하는 측면에 배치되어 있지는 않다.
 
이렇게 언급하고 나니 내가 너무 삐딱하게 보는 거 아냐 하는 생각도 든다만, 이런 의견도 있을 수 있지 않겠나. 나도 서울시민이니까 이 정도는 말할 자격이 있다. 아니, 서울시민이 아니라도 '아닌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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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9 22:04 2012/01/0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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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호 열사를 추모하는 노래, 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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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배달호 열사의 9주기입니다. 예전엔 1월이 되면 기일을 떠올리곤 했는데, 트윗에 관련글이 올라온 걸 보고 알았습니다. 많이 무뎌진 모양입니다. 여전히 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기에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http://www.youtube.com/watch?v=ubS-TnScvIs
꽃다지 - 호각
 
언젠가 EBS 스페이스 - 공감이라는 프로에 꽃다지가 나와서 부른 노래 중에 '호각'이란 노래가 있었습니다. 2003년 한 노동자의 죽음을 소재한 노래라고 소개하였습니다. 꽃다지가 두산중공업에 가서 배달호 열사의 영전을 뵙고 착잡한 마음에 돌아오는 길에 조성일 님이 곡을 썼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곡 소개는 꽃다지의 민정연 대표가 쓴 '[문화] 노래로 보는 세상 - 꽃다지의 ‘호각’'이라는 글을 참조하시면 될 겁니다.
 
2011년 꽃다지 콘서트 '노래의꿈' 실황을 담은 위의 동영상에서는 곡을 차분하게 부르는데, 원래는 상당히 템포가 빨랐습니다. 그래도 그게 바로 열사의 마음이 아닐까 싶더군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동영상으로 보았던 배달호 열사의 호각 부는 모습이 생각나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그리곤 다시는 열사가 생겨나지 않았으면 하고, 그의 죽음을 소재로 한 노래도 나오는 일이 없었으면 했는데, 그 죽음이 노무현 정권은 물론 이명박 정권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현대자동차에서 한 '정규직 귀족 노동자'가 분신을 했다 합니다. 생명이 위독하다 했는데...
 
아래에는 예전 네이버블로그에 올려놓았던 글을 다시 담아옵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배달호 열사 추모사도 있습니다.
 
제가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고 하는 이들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배달호 열사와 같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서도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는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돌아가셨던 수많은 열사들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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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호 열사를 떠올리며... 2005/01/07 10:37

 

내일 모레는 두산중공업의 손배가압류 문제 등을 제기하며 분신자결한 배달호 열사의 2주기입니다. 이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와 배달호열사정신계승사업회 주최로 오늘 오후 12시30분에 창원 두산중공업 내 노동자광장에서 추모제가 열리고, 9일에는 양산 솥발산에 있는 열사 묘소를 참배한다고 합니다. 배달호 열사 하면 떠오르는 것이 손배가압류 문제와 호루라기입니다. 열사는 생전에 동지들의 노조활동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호루라기를 자주 불었습니다. 그래서 꽃다지도 배달호 열사 추모곡을 호각이라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꽃다지 - 호각 (조성일 글/가락)

새벽 흐린 광장에 그대 홀로 서있네
오십 평생 일해온 지난 시절의 기억
한번도 놓치 않은 호각을 입에 물고
다시 한 번 부르네 새벽 어둠을 너머
 
숨막히는 작업장 아무 대답도 없네
싸움은 지쳐가고 분노마저 사라져
무너진 현장 위로 조여 오는 칼날뿐
닫힌 나의 가슴은 숨을 쉴 수가 없네
 
길게 우는 호각 소리 깊은 잠을 깨우네
침묵하는 공장 어디에도 깊은 잠을 깨우네
 
검게 물든 깃발은 내가슴을 흔드네
천둥같던 그대의 호각 소리 들리네
세상은 그대론데 주저할게 무언가
그대 호각을 이제 내가 입에 물고서
  
길게 우는 호각 소리 깊은 잠을 깨우네
침묵하는 공장 어디에도 깊은 잠을 깨우네(반복)

   

15-6년 전에도 무슨 열사들이 그리 많은지 한숨을 내쉬었는데, 여전히 거의 매달 열사들의 추모일이 있고, 그 때마다 열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배달호 열사의 추모일이 지나면 또 얼마 안있어 박종철 열사의 추모일이 다가오네요. 앞으로는 달력에 표시된 이런 날들이 그냥 과거의 것으로, 저런 때도 있었어 하면서 옛날을 회상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우리 앞의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추모기간 행사중의 하나로 1월 12일에는 ‘노동운동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강연회가 있다고 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알게 된 것도 그의 배달호 열사 추모사 때문이었습니다. 아래 김진숙 지도위원의 2003년 1월 25일 창원에서 있었던 배달호 동지 추모집회의 추모사(고 배달호 열사 분신대책위에서 퍼왔던 글입니다)와 돌아가신 지 두달만에 치러진 열사의 장례식에서 낭독되었던 <배달호 열사 추도사>을 올립니다. 둘다 읽을수록 눈물이 나는 글들입니다. 이런 추도사가 여전히 가슴 뜨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2년전이나 지금이나 상황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이제는 이런 추도사를 다시는 떠올리지 않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003년 1월 25일 배달호 동지 추모집회(창원) 추모사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김 진숙

나이 50이 넘으면 새로 밭을 갈고 씨를 뿌리기보단 뿌려놓은 것들을 거둬들여야 하는게 훨씬 자연스러울 나이입니다.
그 나이쯤 되면 주머니 속 불룩한 지갑엔 황금빛 카드가 너댓장 꽂혀있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주눅들만한 장짜리 명함도 서너장쯤 구색갖춰 꽂아놓고 술자리에선 그들과의 인연을 힘주어 역설하며 '글마 내가 키웠다 아이가' 호기를 부려야 술맛도 나는 그런 나이입니다.
명절이면 하다못해 무슨무슨 과장이나 무슨무슨 이사장 명함 꽂힌 굴비두름에 갈비짝이 가슴께 까지는 쌓여야 명절기분도 날법한 그런 나이입니다.
몸이 재산이라며 가시오가피에 홍삼에 옥돌침대에 철따라 체질따라 끔찍히 지몸 챙기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그런 나이입니다.

별로 특별하지 않아도 입이 딱벌어지게 잘나가지 않더라도 대부분 그렇게 산다는데 남들은 그러고 산다는데 그걸 못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평생을 바둥거려도 그게 안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주머니 속에선 카드 대신 유인물이 나오던 사람.
나이 50이 넘어 허구헌날 호루라기를 불고 다니던 사람.
 
아빠를 잃고 남편을 잃고 아들을 잃고 그렇게 이 모진 세상 남겨질 가족들에게 마지막이라는 이름으로도 애비라는 이름으로도 수도꼭지 고쳐놓는 거 밖엔 남겨줄 게 아무것도 없었던 사람.
이 세상에서 가장 힘겨웠을 마지막 휴가를 보내며 마누라와 함께 저녁을 먹는 걸로 그동안의 고마움과 평생의 죄스러움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

수도꼭지 틀 때 마다 물보다 눈물이 먼저 쏟아질 가족들 생각을 그라고 왜 안했겠습니까?
막내딸 끌어안고 "못난 아빠 용서해라" 그게 마지막인줄 알았다면 '아빠, 괜찮아 난 그래도 우리 아빠가 최고야' 천만번이라도 더했을 그 한마디를 평생안고 살아야 할 막내딸의 한을 그라고 왜 헤아리지 못했겠습니까?
구속된 동지들 면회 가서는 어떤 신신당부보다 더 절박한 통곡을 목 메이게 쏟아놓고 돌아섰던 그 눈물의 의미를 이제사 헤아리며 가슴을 치는 동지들이 평생 안고 가야 할 짐을 그라고 왜 짐작치 못했겠습니까?
 
살기 위해서 호루라기를 불었던 사람.
제대로 한번 살아보고 싶어서 10년이나 기꺼이 대의원을 맡았던 사람.
정말 사는 것처럼 한번 살아보고 싶어서 어떤 타협도 할 수 없었던 사람.
그날 새벽 걸었다가는 끊고 걸었다가는 끊고 끝내 마지막 숨소리만 흘러나오던 전화.
당신과 함께 새카맣게 타버린 그 전화기를 통해 무슨 말이 하고 싶으셨습니까?
  
이 땅에 50년을 살았던 당신에게, 50년을 뼈빠지게 상머슴으로 살았던 늙은 노동자에게 전과자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당신이 떠난 1주일 후에도 법정에선 배 달호 피고인을 불렀다던 이 기가 막힌 나라에 무슨말을 더 남기고 싶더이까?
청년이었던 시절부터 그 날까지 큰 딸이 장성한 세월 20년을 고스란히 바쳤던, 소금꽃 흐드러지게 피고지는 소금꽃나무 당신을, 징계자 가압류자로 내몰던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가 천국에 어떤 말을 더하고 싶더이까?
50년을 살고도 영정에 쓸 사진 한 장 변변히 남길 수 없었던 이 빌어먹을 세상에 무슨 할말이 더 있더이까?

유서에 남긴 마지막 한마디  "미안합니다"
미안하다고 하셨습니까?
평생 노동으로 내려앉은 삭신에 신나를 붓고 다리가 오그라붙고 손가락이 타들어가고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가 숨통을 막아 마지막까지도 그렇게 고통뿐이었으면서도 뭐가 그리 미안합디까?
당신을 그렇게 죽인 자들은 문상 한번 안오는데 뭐가 그리도 미안합디까?
가압류가 생존권을 포기하라는 사형선고임을 뻔히 알면서도 변변한 투쟁 한번 못했던 자들에게 도대체 뭐가 그토록 미안합디까?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다음엔 또 누구 차례입니까?
도대체 우린 언제까지 만장을 앞세워야 합니까?
한진중공업에서 30년을 일했던 노동자가 명퇴로 짤리고 모가지가 짤렸는데도 30년 오래된 습관은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몸과 마음을 깨우는데 그 시간에 일어나 갈 데가 없는 게 새삼 또 서럽더라는 강씨 아저씬 보일러공장 하청 노동자가 됐다는데 언놈이 아직도 개혁을 말합니까?
파업 한번에 전과자에 징계에 가압류에 그야말로 합법적인 패가망신이 보장되는 5%의 왕국에서 누가 여전히 복지사회를 떠듭니까?

두산중공업 악랄하다지만 부산에 가면 한진중공업이 그렇고, 서울에 가면 재능교사노조, 건설운송노조, 한국 시그네틱스 노조가 그렇고, 목포에 가면 목포카톨릭병원 노조가 그렇고, 광주에 가면 동광주병원 노조가 그렇고, 울산에 가면 효성 노조가 그렇고, 태광 노조가 그렇고, 제주에 가면 한라병원 노조가 그렇고, 발전노조, 철도노조, 장은증권 노조 대우자판 노조가 그렇는데, 누가 또다시 변화를 얘기합니까?

배 달호 동지, 배 달호 열사여!
혼자 가기엔 너무 먼 길... 새카맣게 오그라붙은 몸뚱아리론 너무 힘겨울 구비구비 구천길이 아득하거들랑 언제나처럼 호루라기 불며 앞장서시구려.
동지의 넋이 함성이 될 산자들의 투쟁속에 자본의 사슬을 끊어내고 노동해방 깃발 휘날리며 당당히 앞장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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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홈페이지 좋은글모임
글번호 : 23    
올린이 : 노동위    
등록일 : 2003년 03월 19일 09:54:50    
기  타 : 조회수(263),  

<배달호 열사 추도사>
                                         -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 진숙 지도위원-

죽은 듯 서있던 나뭇가지 끝이 색깔이 변했다 싶었는데, 좁쌀만한 새순들이 종주먹을 쥐고 막 일어서는 참이었습니다.
그 작은 것들마저 살겠다고 일어서는게 봄일텐데, 그 봄에게마저 화가나던 날이 있었습니다.
어느새 피었던건지 동백이 지는데, 붉은 꽃송이 모가지가 툭툭 끊어져 떨어지는데, 그 무심한 낙화마저 속상하던 날이 있었습니다.
늦은 밤 막차안에서 작업복을 입은 사내하나 고개를 떨군채 졸고있고, 종점이 다가오는데 그게 또 서러운 날이 있었습니다.

효순이 미선이 그 아이들이 나란히 새겨진 추모버튼 옆에, '배달호를 살려내라' 검은 깃을 달다말고, 그런거나 주렁주렁 달다말고 나도 모르게 하늘을 보게 됐는데, 어쩌자고 하늘은 저리도 맑은건지 그 푸르름마저 절망이던 날이 있었습니다.

무심하던 일상의 한 가운데서 밥을 먹다가도, 테레비를 보며 낄낄거리다가도, 버스에 흔들리다가도, 문득 한숨처럼 걸려 넘어지던 이름 하나, 그를 아십니까?
호루라기 하나로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던, 그를 아십니까?
다들 세상이 변했다는데, 너나없이 변화된 세상을 말하는데, 60년대를 살다가 전태일처럼 죽어간, 그를 아십니까?
 
18년을, 자기집 문지방을 넘나들던 시간보다 더 오랜시간 허덕거리며 드나들었을 공장 길목에, 감사비도 아니고 기념비도 아닌, 그을린 자국하나 흔적으로 남겨진, 그를 아십니까?
50평생 단 한번도 푸른색으로 바뀌지 않던,이 멋드러진 21세기에도 붉은 빛만 껌뻑거리던 신호등 앞에서, 붉게 검붉게 타오르던, 그를 아십니까?
 
병도 아니고 사고도 아니고, 견딜수 없이 부자연스러운 죽음앞에, "왜"가 아니라 "오죽 했으면"이 먼저 가슴을 치던, 그를 아십니까?
더는 밟힐 수가 없어, 도대체가 더는 당할 것도 없어, 마지막 일어서는 일이, 몸부림치며 일어서는 일이, 일어서 외마디 소리 친다는 일이, 제 몸뚱아리, 말라 비틀어진 몸뚱아리 장작개비 삼는 일밖엔 없었던, 그를 아십니까?

50년 그 긴긴 세월 그 몸뚱아리 하나로 살았으면서도, 기름기 흐르게 먹여본 적도, 늘어지게 쉬게 한 적도, 한번도 잘해 준 적도 없으면서 그 몸뚱아리를 그예 횃불로 밝혔던, 그를 아십니까?
이 세상에서 입어보는 가장 비싼 옷이 수의가 된 지지리도 못난 사내, 그를 아십니까?
그 마지막 호사마저 분에 넘쳐, 새까맣게 오그라붙어, 타다만 비닐처럼 오그라붙어, 그 마저도 64일을 꽁꽁얼어, 변변히 갖춰입지도 못한 채 먼 길을 떠나는, 그를 아십니까?
50평생을 밟히고 채이고 내몰리기만 하다가 죽어서야 꽃상여를 타는, 그를 아십니까?

다 태우고 마지막 한점까지 다 내주고 이제 그가 갑니다.
수십년 살 부비고 살았던 마누라에게 조차 차마 마지막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던 그가 갑니다. 살아서는 지구를 수 천 바퀴를 돈다해도 이 세상 어디서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그가 갑니다.
징계, 가압류, 전과자의 굴레를 이렇게 밖에는 벗어날 수 없었던 이 모진땅을 그가 떠나 갑니다.
권미경의 곁으로 조수원의 곁으로 신용길의 곁으로 양봉수의 곁으로 서영호의 곁으로 최대림의 곁으로 박창수의 곁으로 또 한사람이 갑니다.
 
그러나 남겨진 사람.
새끼들만 아니라면 수백번도 더 따라나서고 싶었을 그 길목 어디쯤을 날마다 서성이며 남겨질 사람.
가장이 버텨준 세상도 그렇게 버거웠는데, 수많은 날들을 홀로 휘청거리며 버텨야 할 사람.
오늘이 지나고 나면 이제 목놓아 울 수도 없을 황 길영 동지.
7평이라던가, 9평이라던가 그 좁아터진 집구석이 당장 오늘부턴 휑뎅그레 넓어져, 앉았던 자리도 누웠던 자리도 빈 자리만 눈에 가득하고, 코 고는 소리도 술주정 소리도, 술냄새 발꼬랑내 마저 아득한 그리움이 되고 회한이 될 황 길영 동지가 남겨졌습니다.
투사도 아니었고 간부도 아니었고, 그냥 남편의 뜻이 뭔지를 알기에 이 지난한 투쟁의 한 가운데서, 견딜수 없는 슬픔의 바다에서 외롭고 처절한 사투를 벌여온 황 길영 동지가 이제 아빠의 몫까지, 아들의 몫까지 홀로 짊어져야 하는 가장으로 남겨집니다.

대구지하철 청소 용역 아줌마들이, 그게 무슨 보물이라고 마지막 가는 길까지 손에 쥐고 죽었다던, 껌떼는 칼을 들고 있는 황 길영 동지의 모습을, 아마 모르긴 몰라도 어느 백화점 계단 쯤에서 조만간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0년을 일한 회사에서 용역으로 내몰렸던 어느 식당 아줌마들처럼, 노동조합앞에 천막을 치고 막막한 눈길로 앉아있는 그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저임금법이 뭔지도 모른 채 38만원 주면 38만원 받고 40만원 주면 40만원 받다가, "철의 노동자" 를 "사랑은 아무나 하나" 처럼 부르는 아지매들 틈에 섞여있는 그를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파업이니까 9시 까지 출근해도 된다는 집행부의 지침을 한달 째 어기며 7시면 어김없이 출근하는, 수십년 습관을 못 버리는 어느 병원 청소 용역 아줌마들처럼, 새벽 댓바람 버스를 기다리는 그를 만나거들랑 잠깐 차세워 잘 지내시냐고 안부라도 물어주시구려. 태워 주시면 더할나위 없구요.

그리고 두 딸내미 선혜, 인혜.
그 아이들만한 보석을 준다 해도 안 바꾸었을 새끼들.
가시는 걸음 걸음마다 눈에 밟히고, 가슴에 밟혀 가다가도 골백번을 되돌아보고 또 돌아볼 그 아이들.
백번의 열사보다 단 하나의 아빠가 아직은 더 절실할 아이들.
  
이 땅 여성노동자 70% 이상의 삶이 그렇듯 머잖아 비정규직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그 아이들을, 백화점에서든 마트에서든 보게 되거든, 화끈거려 제대로 내딛지도 못하는 발바닥 먼저 헤아려 주시구려.
엄마땜에 앓는 소리 한번, 힘들다는 투정 한번 부리지 못할 아이들의 어깨라도 한번 따뜻하게 두드려 주시구려.

마지막 결단의 순간까지 끝내 놓지 못했을, 어쩌면 맨 앞에 놓고 싶었을 마지막 한마디
"내가 없더라도 우리 가족 보살펴 주기 바란다"

그 유언은 비정규직이 없어지는 그 날까지 아마도 그렇게 남아 떠돌게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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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9 12:30 2012/01/0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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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보험확대, 한미FTA에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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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부가 한미 FTA 시행 전 우체국보험의 가입한도를 높이려 했다가, 미국 상공회의소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된 일은, 한미 FTA가 공공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년 11월에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보험의 가입한도를 50% 올리려 했던 것은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한미 FTA가 시행되면 시행규칙 개정이 곤란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5일 우본은 보도자료를 내어 보험업계 등의 입장과 입법 예고기간(8일)이 짧아 충분한 의견수렴 및 협의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을 감안해 연기한 것이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반대 의견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리고 미국 상공회의소 서한에는 가입한도액 증액을 중지하지 않으면 보복이 따를 수 있다는 내용이 없으므로 한겨레, 뉴스핌 등의 기사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였다. 덧붙여 보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종합적 검토와 보험 업계 및 관계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우체국보험 가입한도 증액을 추진할 예정이란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가입한도 증액에 반대하고 있고, 보험업계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가입한도 증액이 과연 가능할까. 실제 우본이 어떻게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과연 한미 FTA가 발효된 후에 우체국보험 가입한도를 올리는 관련 규정 개정을 할 수 있을까. 이를 지켜보느니 한미FTA 발표를 저지하고, 폐기시키는 게 낫겠지.

 
이번 우체국보험 사안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 상공회의소의 개입은 공공운수노조 논평에서 언급된 것처럼 단지 우체국 보험상품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부문의 운영과 공공성 확대 등 정부정책에 대해 외국기업의 논리가 철저하게 우선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케 하는 사례다. 국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위해 공공정책을 결정하려 한 것인데, 아직 발효되지도 않은 한미FTA에 의해 좌절된 것이다. 만약 한미FTA가 발효되는 경우 공공정책이 어떤 상황에 처할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가 문제 삼은 것 중 하나인 입법예고 기간은, 전형적인 공공정책이다. 이에 외국자본을 대변하는 단체가 이의를 제기한 것은 입법, 행정 주권이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경부 우본이 이 사례가 별 것도 아닌 것처럼 치부하고 얼렁뚱땅 넘기려 하는 것은 쪽팔리는 짓이다.

 

관련기사 모음: http://gimche.springnote.com/pages/1025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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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5 20:29 2012/01/0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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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를 위한 클래식, <레 미제라블>, 세계 99%의 민중의 노래 <Do You Hear The People 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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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훈의 음악편지에서 클래식만 다루는 줄 알았더니, 뮤지컬도 다룬다. 아니, <레 미제라블> 정도면 클래식이라 해야 맞다. 이채훈 PD 말대로, 1985년에 초연된 <레 미제라블>은 영어로 된 ‘20세기의 오페라’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이채훈피디는 아마 서울지하철노조 노래패 '소리물결'에 의해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 <민중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번안된 것을 모를 것 같다. 번안된 곡도 좋고, 원곡도 좋다. 이거야말로 전 세계 99%를 위한 클래식이다. 이 노래도 인터내셔널가처럼 집회장에서 모두다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
저번에 올렸던 동영상 중에서 전 세계에서 온 가수들이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로 <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부르는 장면은 다시 봐도 감동적이다. ‘인터내셔널가’에 버금가는, ‘세계 99% 민중의 노래’라는 이채훈 피디의 언급에 동의.
이채훈 피디의 글을 발췌해서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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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를 위한 클래식 음악은 가능한가? (미디어오늘, 이채훈·MBC PD, 2011.12.30 08:19:01)
[이채훈의 음악편지] <레 미제라블>, 뮤지컬과 오페라의 경계를 넘다

<레 미제라블> 중 1막 피날레 ‘하루가 지나면’ (One Day More)
[HD] One Day More - Les Miserables 25th Anniversary
 
1985년 카메론 매킨토시가 뮤지컬로 만들어 런던 바비컨 센터에서 초연한 뒤 지금까지 ‘팰리스’ 극장 (Palace Theater)에서 27년째 공연 중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라이센스 공연이 예정돼 있어. <캐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함께 4대 뮤지컬의 하나로 꼽히는 걸작이야.
20세기에 등장한 뮤지컬과 정통 클래식 오페라 사이의 경계도 딱 부러지게 얘기하기 어려운 것 같아. 그런데, 분명한 건 이 뮤지컬 장면이 어느 오페라 못지않게 감동적이고 훌륭하다는 점이야.
<하루가 지나면>(One Day More)처럼 여러 출연자가 제각기 다른 가사로 노래하는 기법은 모차르트가 <피가로의 결혼>에서 처음 선보였고, 이 뮤지컬에서 차용했어. 주인공 장발장의 비감한 심정,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사랑, 혁명 전야의 갈등, 그리고 테나르디에 등 탐욕스런 민중의 속내가 어우러져 극적인 효과를 높이지. 주요 등장인물에게 한 막에 한 번씩, 평균 두 번씩 독창을 하도록 배치한 것도 모차르트 오페라를 닮았어.

무장봉기를 계획하는 학생들의 모임을 묘사한 1막 <ABC 카페>(ABC Cafe).
Les Misérables " ABC Cafe / Red and Black " Do You Hear the People Sing?"

(1분 52초) 이 때 멀리서 민중의 행진 소리가 들려오지. 클라리넷이 차분하게 연주하는 이 대목이 일품이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대목이야. 어느 오페라에서 이만큼 섬세한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앙졸라스는 “세계의 색깔이 하루하루 변해 가는 지금, 우리가 누구인지 확실히 결정해야 할 때”라고 선언하고 ‘빨간 색과 검은 색’의 행진곡을 노래해. (2분 33초)
“빨간 색, 분노한 자의 핏빛 / 검은 색, 지나간 시대의 어둠 /
빨간 색, 밝아오는 세계 / 검은 색, 마침내 끝나는 밤”
마리우스는 사랑에 빠진 달콤한 느낌을 같은 멜로디에 담아서 노래하지. 그녀를 만난 뒤 한 순간에 변해 버린 세상. (3분 19초)
“빨간 색, 불타오르는 내 영혼 / 검은 색, 그녀가 없는 세상 /
빨간 색, 욕망의 색깔 / 검은 색, 절망의 색깔”
마리우스의 노래에 합창이 가세하여, 혁명 전야인데도 친구들이 마리우스의 사랑을 축복해 주는 느낌이야. 얼마나 사랑스런 젊은이들인가! 앙졸라스는 “마리우스의 선의를 인정하지만 지금은 더 높은 목적을 위해 개인을 바쳐야 할 때”라고 강조해. (3분 56초) 금관과 드럼이 가세, 다시 한 번 우렁찬 합창이 이어지지. 오페라다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고, 음악도 여느 클래식 못지않게 훌륭해.

이 뮤지컬의 로고송이라 할 수 있는 노래는 꼬마 코제트가 부르는 <구름 위의 성>(Castle on a Cloud)이야. 1996년 뮤지컬 다큐를 만들 때도 이 노래를 제일 먼저 썼지. 가난한 어머니 팡틴의 품을 떠나 테나르디에 부부의 주막에서 하녀 노릇을 하는 꼬마 코제트의 환상. 구름 위의 성에는 장난감도 많고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해 준다는 꿈. 매켄토시 프로덕션이 해외 순회 공연할 때면 해당 나라의 어린이를 오디션 해서 꼬마 코제트를 뽑지. 흥행 전략일 거야. <구름 위의 성> (Les Miserables) 25th Anniversary - Castle On A Cloud
 
이 뮤지컬에는 전세계 99%에 해당하는 민중이 함께 부름직한 노래가 나와. 99%를 위한 월가 점령 시위 때 사람들이 이 곡을 불렀는지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유럽과 미국 대중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 노래야.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Do You Hear the People Sing?)
Les Misérables "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 분노한 사람들의 저 노래 소리 /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 사람들의 음악 소리 / 네 심장의 고동이 / 드럼 소리에 메아리 칠 때 / 내일이 밝아 오고 /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네”
민중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가사지만 끝부분에서는 단조로 어둡게 물들어 버리지? 2막 바리케이드 봉기 장면에서 정부군에게 무자비하게 진압 당할 운명을 예고하는 듯 해. 이 노래가 피날레에서 다시 한 번 나올 때는 장조로 씩씩하게 끝나지.
 
링크 6분 37초 지점. les miserables 25th anniversary Part 12 (Finale)
<레 미제라블> 초연 25주년 기념 행사 때, 장발장을 맡았던 세계 각국의 17명 주연배우가 이 노래를 차례로 이어 부르는 앵콜 이벤트가 있었어. 동영상을 볼까. 상업적 이벤트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암튼 대단한 무대였던 것 같아.  
 
시간 날 때 전곡을 다 찾아서 들어보기 바래. 그리고 기회 되면 라이브로 감상해도 좋겠지. 뮤지컬 티켓이 너무 비싸서 쉽진 않겠지, 쩝. 혹시 런던에 갈 일 있으면 시간 내서 웨스트엔드의 ‘팰리스’ 극장 (Palace Theater)에서 직접 봐도 좋아. 한국보다 티켓이 덜 비싸고, 극장이 생각보다 작아서 배우들의 호흡을 가까이 느낄 수 있어.
이탈리아어 오페라의 최고봉 <돈조반니>(1787), 독일어 오페라의 최고봉 <마술피리>(1791), 그 후 200년 가까이 지나서 비로소 누구나 즐길 만한 좋은 작품이 나왔어. 1985년에 초연된 <레 미제라블>, 영어로 된 ‘20세기의 오페라’라고 생각해도 좋아.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른 지 27년, 앞으로도 오래 공연될 것 같지? 이 뮤지컬을 ‘클래식 오페라’로 분류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이 언젠가는 증명될 거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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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민중의 노래 2009/07/03 03:51

 

최근에 레미제라블에 삽입된 노래를 접하게 되는 일이 흔하다. 작년 가을 즈음에 이승열이 진행하는 EBS 라디오 'English Book Cafe' 프로그램에서 레미제라블을 한 주동안 들려주면서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뮤지컬에 삽입된 노래를 틀어주었다. 또한 최근은 아니지만 최장집 교수가 자신의 책 서문에 장발장이 부르는 'Who Am I'를 들먹이면서 자신의 얘기를 풀어나갔던 것이 기억난다.  
 
얼마 전에는 수잔 보일(Susan Boyle)이 Britain's Got Talent에 나와 뮤지컬 배우 뺨치는 목소리로 'I Dreamed a Dream'을 멋지게 불러 화제가 된 바 있다. 가난 때문에 온갖 험한 일을 해야 했던 팡틴의 독창으로 흘러나오는 이 노래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사랑을 그리워한다.
하는 노래
가난하지만 아름다웠던 지난 시절, .그가 노래 한 소절을 부르자 심사위원을 비롯한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이 전율감에 빠져들었고, 이어 그의 계속되는 목소리에 일어나 박수를 치면서 환호성을 올렸다. 가사가 참 서글프고 처량함에도 환호성이 터져나온 이유는 그가 부른 노래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이 노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Fantine 역을 맡은 Gunilla Backman이 부르는 것이다.  
 
Susan Boyle - Singer - Britains Got Talent 2009 (With Lyrics)
  
[Les Miserables] 10th anniversary - I Dreamed a Dream 
 
I Dreamed a Dream (Lea Salonga) - Les Miserables 25th Anniversary O2 Concert HQ
  
하지만 오늘 갑작스레 블로그에 레미제라블과 관련된 글을 올리게 된 것은 네이버 블로거인 모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깔아놓은 것을 보고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도 '이 노래를 다시 블로그에 올려야지' 하는 맘을 먹고 있기는 했다.
 
유튜브 덕에 다양한 버전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제일 많이 알려진 것은 10주년 기념 콘서트 동영상이다. 영어 자막도 있고, 배우들의 발음도 또박또박해서 따라 부르기 쉽다. 그리고 검색을 해보면 알겠지만, 뮤직비디오도 있다. 만든이는 영화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1998)에서 뽑아낸 것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
 
[Les Miserables] 10th anniversary - Do You Hear the People Sing 

 
Do You Hear the People Sing (music video)
  
이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30여개가 넘는 나라에서 나온 가수들이 자기 나라의 언어로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부르는 동영상이다. 이 노래가 국경을 뛰어넘어 전세계의 공감을 얻는 노래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본, 중국도 있는데, 한국은 여기에 없다. 인터내셔널가의 각국 버전에서는 남과 북이 모두 들어있는데 말이다.
이 노래가 집회시위현장에서 불리워진 걸 본 적은 없지만, 1996년 웸블리 경기장에서 있었던 유로96(EU총회?) 폐막식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도 이 노래의 보편성을 잘 드러내준다. EU 각국 정상들 모인 자리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니... 
 
[Les Miserables] - Do You Hear The People Sing - International

 
Les Miserables - Do you hear the people sing (Excerpt from closing ceremony of Euro 96 at Wembley Stadium)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다시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것도 좋지만,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이 노래가 집회장에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울려퍼지는 것을 더 보고 싶다. 물론 거의 희박한 일이겠지만... 참, 올해 1월 초에 있었던 언론악법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 결의대회에서 MBC노조 노래패 '노래사랑'이 이 노래를 불렀다 한다. 사실 집회장에서 이 노래가 불리워진 경우는 보지 못한 것 같은데...
 

꿈꾸는 닭님의 카페에 갔다가 레미제라블에 대한 글이 있길래 퍼오면서 2002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레미제라블을 봤을 때의 생각을 떠올리며 글을 쓴다. 꿈꾸는 닭님은 아마 98년도에 판을 사서 들었나 보다. 나는 이 뮤지컬을 2002년에 김강기선, 구태옥 동지하고 함께 세종문화회관에서 보고, 판을 샀다. 물론 하이라이트 앨범이다.
 
그 때만 해도 내 주위에는 내가 뮤지컬을 보았다고 하니 다들 놀랬다(당시에는 이게 오페라인 줄 알았다. ㅡ.ㅡ;;). 난 그런 거 보면 안되나? 쓸 때 돈을 쓴다고 생각하면 될텐데. 8만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었는지 여부가 문제되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괜찮을 듯 싶다. 게다가 그 내용이 일반적인 사랑타령의 뮤지컬과는 구별되는 것이니까. 물론 재정적인 여유도 있어야겠지만...
2002년 8월 이 뮤지컬을 보면서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 하루내내 레미제라블 시디만 듣다.   
  이름 : 길잡이 번호 : 296
  게시일 : 2002/08/03 (토) PM 09:26:07 조회 : 21
  
  어제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레미제라블 공연을 김강기선씨, 구태옥씨와 보았다. 음향이 좀 떨어지는 편이고, 로얄석이 아니라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이 흠이었지만, 그 오페라는 8만원이라는 거금을 주었지만, 그리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나도 이런 것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꺼리가 생겼다는 데 더 의의가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 감동 때문에 다시 1만원을 주고 하이라이트 시디를 사서 오늘 연구실을 정리하면서 계속 그 시디만 듣고 있었다. 한 5번 정도 왕복한 것 같다. 그리고 주제곡인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은 거의 20여번 들은 것 같고...^^
  
  근데 이 노래의 MP3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인터넷 서핑을 했는데, mid파일만 찾고 mp3는 발견하지 못했다. 아쉬운데로 홈페이지의 배경음악을 '전화카드 한장'에서 이 노래로 바꾸었다. 소리는 왜 그리 큰지... 

 
당시 나는 레미제라블의 내용이 프랑스의 대격변기를 배경으로 성장하는 민중들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때,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사회단체에서 나서서 연세대 노천극장 같은 음향시설이 잘 되는 곳에서 싼 값에 몇회를 공연하도록 하여 소위 민중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더 잘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물론 나같은 사람도 세종문화회관에 비싼 돈을 주고 가긴 했지만, 사실 거기 온 사람들이 대부분 나름대로 시간 및 재정의 여유가 있으니까 온 것 아니겠는가?
 
이번에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주관으로 시사회를 한다고 한다. 먼저 영화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하는데, 이런 식의 기획이 자주 있었어야 했다. 말로만 문화정당이라고 하면 다가 아니지 않은가? 단지 비싸다고 비판만 할 것은 아니고, 이런 것을 어떻게 민중들이 향유할 수 있게 하는가가 중요한 것 아닐까. 예전에 소련이 망한 후에 선배들이 구 사회주의권의 우월성을 예시하는 근거로, 우리나라에서라면 노동자들이 꿈도 꾸지 못할 볼쇼이의 공연을 마음대로 보고 풍요한 문화적 여유를 누렸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 생각난다. 구 소련이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였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고 내가 레미제라블을 보았던 시기에 발간되었던 시사저널에 정준영 교수가 레미제라블을 본 소감을 시론 비슷하게 썼던 것이 생각난다. 월드컵 때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 어떤 사람은 몇백을 들여 월드컵 경기장으로 가고, 어떤 이는 광화문으로 가는데, 이런 사람들간에 계층간 차이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그리고 자신이 본 레미제라블에서도 아이들을 데리고 온 어른들이 많이 보였는데, 아이들이 뭘 아는지 공연 중간에 통로를 뛰어다니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들의 문화와 여기에 오지 못하는 사람의 문화를 비교했던 것이다. 그것이 교양인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되었을까? 이 글을 보면서 서로간에 동질감을 느끼면서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문화는 없을까 하고 고민했다.
 
2002년 당시에 뮤지컬 바람을 타고 장발장은 6권짜리 소설로도 출간되었다. 그리고 그 저자인 빅톨 위고 또한 민주노동당 기관지인 진보정치에서 '세계의 사회주의자'라는 연재물 중에 다루었던 것 같고...
 
나는 레미제라블에 삽입되었다고 알려진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의 원곡을 듣고 싶었다는 열망 때문에 그 뮤지컬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이클럽이나 하늘사랑, 민지네에서 민중가요 방송을 하면서 지하철 노조 노래패인 소리물결이 그것을 번안하여 불렀을 때 이것이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삽입되었던 메인테마곡이라고 다른 이들에게 멘트를 하였으면서도 확신할 수 없었거든. 그래서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거지.
   
그리고 예상외로 레미제라블은 재미있었다. 장막의 전환도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분위기가 실감나더군. 배우들이 외국배우였던 만큼 당연히 영어로 대사를 진행했다. 나의 짧은 영어로는 이해하기 어려워 양옆으로 나오는 자막을 많이 참고했다. 그리고 예전에 장발장을 본 기억이 남아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되었고... 하지만 꿈꾸는 닭님과 같은 포인트는 아니었던 듯 싶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은 두 번 반복되는데, [The ABC Cafe  - Red and Black]이라는 노래가 끝나고 한번 나오고, 맨 마지막에 합창으로 부르는 것이 나온다. 한국어로 번안된 것은 첫번째 것이다. 한국어 가사는 다 외웠지만, 영어가사는 아직 못외웠다.
 
첫번째 것 가사는 다음과 같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
 
Enjolras: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a song of angry men?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Combeferre:

Will you join in our crusade?
Who will be strong and stand with me?
Beyond the barricade
Is there a world you long to see?

 
Courfeyrac:

Then join in the fight
That will give you the right to be free!

 
All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a song of angry men?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Feuilly

Will you give all you can give
So that our banner may advance
Some will fall and some will live
Will you stand up and take your chance?
The blood of the martyrs
Will water the meadows of France!

 
All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a song of angry men?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소리물결의 번안곡 "민중의 노래">
 

너는 듣고 있는가 성난 민중의 노래
노예를 거부하는 민중들의 뜨거운 숨결
우리 심장의 고동 북소리 되어 울릴 때
새날은 밝아오네 태양과 함께

 
우리 함께 나가자 혁명의 깃발 올리자
압제를 부숴라 그곳에 자유가 있다
자 힘내어 싸우자 자유의 동지들아

 
너는 듣고 있는가 성난 민중의 노래
노예를 거부하는 민중들의 뜨거운 숨결
우리 심장의 고동 북소리 되어 울릴 때
새날은 밝아오네 태양과 함께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가사는 아래와 같다.
죽었던 사람들도 다들 다시 나타나 한 소절씩 부른다.
 
Valjean:(to Cosette)
Now you are here
Again beside me
Now I can die in peace
For now my life is blessed...

 
Cosette:
You will live, Papa, you're going to live
It's too soon, too soon to say goodbye!
 

Valjean:
Yes, Cosette, forbid me now to die
I'll obey,
I will try.
On this page
I write my last confession.
Read it well
When I at last am sleeping.
It's the story
Of those who always loved you.
Your mother gave her life for you
Then gave you to my keeping.

 
The other spirits, including Eponine appear.
 

Fantine:
Come with me
Where chains will never bind you
All your grief
At last, at last behind you.
Lord in Heaven,
Look down on him in mercy.
 

Valjean:
Forgive me all my trespasses
And take me to your glory.
 

Fantine and Eponine:
Take my hand
And lead me to salvation.
Take my love,
For love is everlasting.
 

Valjean, Fantine, and Eponine:
And remember
The truth that once was spoken
To love another person
Is to see the face of God!
 

Finale
Do you hear the people sing - Finale
  

Chorus:
Do you hear the people sing
Lost in the valley of the night?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are climbing to the light.

 
For the wretched of the earth
There is a flame that never dies.
Even the darkest night will end
And the sun will rise.

 
They will live again in freedom
In the garden of the Lord.
They will walk behind the plough-share,
They will put away the sword.
The chain will be broken
And all men will have their reward.

 
Will you join in our crusade?
Who will be strong and stand with me?
Somewhere beyond the barricade
Is there a world you long to see?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ay, do you hear the distant drums?
It is the future that they bring
When tomorrow comes!

 
Will you join in our crusade?
Who will be strong and stand with me?
Somewhere beyond the barricade
Is there a world you long to see?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ay, do you hear the distant drums?
It is the future that they bring
When tomorrow comes...
Tomorrow c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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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31 06:54 2011/12/3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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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민주화 시대, 한국사회와 좌파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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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사회공공연구소 송년회 때던가 쏭이 나보고 당 밖에 있으면서도 정당을, 나의 당활동 경험을 지나치게 우월하게 평가한다는 말을 했다. 아래 참세상의 정세좌담회를 보면서 실제 내가 정세를 보는 시각이 정당, 그리고 공공부문 노동운동 쪽에 쏠려있었다는 평가를 하게 되었다. 물론 정세좌담회에 참여한 이들 중에 제도정치권을 제대로 경험한 이들이 없다보니 진보정당의 힘과 영향력을 너무 과소평가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지난 10여년 동안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받으면서 노동자당원들을 입당시켰지만, 애초에 이루고자 했던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그리 진전되지 않았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진보정당 밖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과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그리고 최근 조직노동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노동자들이 현장내에서는 단련되지 못한다는 점 또한 확인했다. 아래 좌담회에서 언급되는 좌파운동의 여러 가지 한계 때문일 터이다.
 
돌파가 필요하다. 진보정당 쪽은 차치하고라도 제도정치 밖 좌파운동세력이 진보정당과의 연대활동에 좀더 관심을 두기 바란다.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이 아니라고 한다면, 나머지 정당과의 연대를 풀어나가는 방식, 개입형태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당으로의 흡수가 염려된다면, 최소한 장기적인 변혁의 전망을 고민할 수 있는 연석회의체라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대로 지리멸렬해서는 죽도 밥도 안된다. 그나마 남아있는 역량을 묶어세우고 유지, 강화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튼 아래 정세좌담회를 접하게 되어 반갑다. 적어도 현 정세 진단에는 동의할 수 있고, 향후 어떻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좌파운동은 어떠해야 할지를 고민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볼 만한 내용만 발췌했는데도 그 양이 꽤 길다. 이럴 때 보면 뭘 간단하게 요약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아직은 좌파라는 말이 익숙치 않다. 내가 그럴 정도의 뭘 갖추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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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민주화 시대, 한국사회와 좌파운동 (1) (참세상, 참세상 편집팀 2011.12.30 17:26)
[참세상 정세좌담회](1) MB시대의 진보란? 거대한 자유주의화
서영표 : 소위 ‘진보 내지는 진보 정당이 없는 진보정치’가 될 것 같다. 녹색정치, 좌파 또는 진보 세력의 자기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당하는 상태가 되지 않을까 제일 우려되는 측면이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통합진보정당은 진보정당이라 할 수 없다. 문제는 진보신당 등 바깥의 정당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자기 위치를 잡아주고 있느냐 할 때, 그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잘 봐야 할 부분은 박원순 서울 시장으로 인해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떤 결과를 맞을 거라는 거다. 박원순은 진보가 아니다. 그저 인간의 얼굴을 한 착한 자본주의 하자는 것이다.
박원순에 대한 실망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문제는 그 실망을 누가 뒤집어 쓸거냐 하는 점이다. 결국은 좌파, 진보들이 뒤집어 쓰게 될거라 본다. 그 사람들은 개인적인 명망을 이용해서 정당 들어가면 되고 정치적으로 성공하면 된다. 때문에 소위 박원순 시장의 서울이라는 걸 우리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형식 : 거대한 자유주의화 물결이란 말에 동감을 하는데, 거기에 대해서 우리의 차별성을 어떻게 드러낼 거냐는 거다. 좌파라고 할 때 좌파임을 드러낼 수 있는 변별점은 경제적 자본주의 또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경제적 비판과 경제정책에 있어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라고 보는데. 그게 잘 안되는 이유는 역량이 없어서다.
2008년 이후 금융위기 이야기 하는 진보진영의 많은 담론도 분석이 아니라 객관적 기술만 가능할 뿐, 구조적 분석은 없다. 좌파 진영 내에 구조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선수(사람)가 없다. 연구 인력이 재생산 되지 않은지 오래 됐다. 원론적 비판조차 제대로 못하는 상태에서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정책적으로 여기에 대한 대책이 있지 않은 이상 거대한 자유주의화 물결에서 좌파가 대응하기는 힘들 수 있다.
배성인 : 좌파도 자유주의자들처럼 콘서트를 해야 한다. “나는 좌파다” 같은 좌파 콘서트 하자 그랬는데 아무도 반응이 없더라. “나는 꼼수다” 에, 꼼수가 뭐냐 이런 걸 하자고 해도 응답이 없다. 우리도 입 다물지 말자는 거다. 좌파가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 기획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그게 안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운동진영 뿐만 아니라 학문진영까지 죽는다.
김규항 : 나꼼수는 문화적 측면에서 자유주의화가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컨텐츠다. 나꼼수는 마치 뜬금없이 나타나서 대중들에게 “쫄지마, XX” 하면서 권력에 대한 저항을 선도하는 듯한 폼을 잡고 있지만 사실은 거대한 자유주의화에 따른 대중의 욕구나 의식에 편승한 히트상품이다. 그게 폭발한 건 대중들의 의식변화 현상의 폭발을 반영한다.
중요한 건 소통과 언어다. 나꼼수는 내용상으로 별게 없다. 그러나 소통과 언어, 대중의 마음을 읽어내고 위로 해주는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뭐가 옳으냐의 문제 이전에 위로받고,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어 하는 데 거기에 나꼼수가 딱 맞아 떨어진 거다. 우린 MB의 덕을 볼 수도 없고 어찌됐든 뭐가 옳으냐의 문제를 짚어야만 하기 때문에 몇 배는 더 어렵다.
서영표 : 문제는 소위 좌파 내지 진보인 사람들이 그걸 방어하거나 공격할 수 있는 어떤 이론적 무기도 없는 상태에서 무기력하게 그냥 주저앉아 있는 거다. 그러니까 어디까지가 좌파고 어디까지가 진보인지 모호해진다. 상대적인 거지만, 최소한 누구와 상대적인가를 밝혀야 한다. ‘여기까지가 진보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가 좌파다’라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게 없다.
배성인 : 진보정당에 대한 개념규정을 다시 해야 한다. 진보정당은 계급정당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유럽 사민당 식으로 가고 있는 경향인데 확실히 개념 정리를 해야 한다. 대중적 진보정당이냐, 좌파정당이냐 확실하게 개념정리를 해야 하는 거다.
김규항 : 한국에서 일반 대중에게 진보는 자유주의를 의미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인거다. 개인적으로 자유주의 정권 10년 동안 ‘개혁은 진보가 아니다’라는 소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것도 그런 보수 진보의 프레임이 바로 잡하지 않으면 진보는 진보끼리만 말하는 사람들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젠 다시 보수 가 집권해서 그나마 진전되었던 정치적 자유주의까지 무시해버리니 앞서 말한대로 아예 “가상 민주화 투쟁” 상태가 되어버렸다.
자유주의로 통합 현상이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전체적으로 자유주의로 통합하면서 진정한 의미에서 보수, 진보의 구도가 가능해졌다. 소통 이전에 좌파의 실력이나 내용에 대한 냉정한 성찰을 하는 건 좋은데 기억할 것은 우리의 목표는 소통의 자격이나 준비가 아니라 소통 자체라는 점이다. 이쪽에서 내는 논평들이 질이 좋은데, 시민대중과 만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테면 저쪽에서 내세우는 최선은 케인즈주의의 복원이나 실체없는 복지담론 같은 것인데 그것이 현재의 자본주의 상황에서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차근차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대중과 이야기 해낼 수 있어야 한다.
한형식 : 소통하는 방식으로 언어가 세련되지 못했다는 건 오래된 문제다. 언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소통의 물적 토대를 빼앗긴게 크다. 대중 매체에 좌파들이 진출하지 못하고, 좀 더 폭 넓게 진보담론이 유포되는 통로 안에서도 자유주의자들이 대세다. 프레시안, 오마이뉴스가 좌파 담론을 생산하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급진적 자유주의 정도의 담론일 뿐이다.  우리가 아무리 대중에게 잘다가갈 수 있는 언어가 있더라도 그걸 소통시킬 구조가 없다.
SNS가 아무리 자생적이라 하더라도 대중매체가 장악하는 기본적인 담론의 장에서 움직이지 그걸 넘어서는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 SNS를 통해서 유통되는 담론의 주류는 이미 주류 담론의 물적토대가 생산한 것을 재생산할 뿐, 그걸 넘어서는 새로운 담론을 거의 유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걸 통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건 너무 섣부른 낙관주의다.
김혜진 : 사회주의나 좌파단체의 신문이나 이런 걸 보면 “자본주의가 문제고, 자유주의자들은 죽어도 안된다”라는 결론 말고는 실제로 찾아볼 수 있는 분석은 별로 없다. 현실운동에 대한 개입력이 점차로 약해지면서 점차로 정보에 취약해지고 그 과정에서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의 활동가들이 이 공간을 떠나면서 결과적으로 다시 개입력이 약해지는 악순환을 겪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면서 점차로 다양한 의제에 대해서 분석할 수 있는 정보력이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김혜진 : 우리의 입장을 명확하게 하면서 다른 복지담론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수식어붙이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가끔 한나라당의 복지는 ‘자유주의적 복지’이고, 박근혜식 복지는 ‘국가주의적 복지’이고, 또 어떤 이들은 ‘사민주의적 복지’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유주의적 복지에 가깝다거나, 그래서 우리의 복지는 ‘민중복지’ 혹은 ‘사회주의적 복지’라는 방식으로 자기 입장을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비교해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자기 정체성을 보여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특정한 주장에 대한 안티의 방식을 뛰어넘어 우리가 주장하는 담론이 어떤 내용인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해야 한다.
서영표 :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반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을 그들의 언어로 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 하면 우리를 더 고립시킬 수 있다는 거다. 선명성이 약해서 운동 능력이 약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서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선명성을 계속 강조하게 되는 거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고립된다. 반자본주의라는 말이 이념적인 선만을 긋고 정치성을 확립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반자본주의라는 걸 선명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더 고립될 수 있다.
 
가상민주화 시대, 한국사회와 좌파운동 (2) (참세상, 참세상 편집팀 2011.12.30 17:51)
[참세상 정세좌담회](2) 2012년, 한국사회는 어디로?
선지현 : 야권의 대통합 담론은 노동운동 안에서는 엄청난 재편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과거에는 지금까지의 정치운동이 노동운동이나 대중운동에 기반해서 정치의 변화를 추동했다면 지금은 정치운동의 변화가 대중 운동을 재편하는 상황으로 까지 온다는 것에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김규항 : 세계경제위기와 자본의 운동 방향으로 볼 때, 자유주의 정권 교체로는 경제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후 실망감과 혼란상황은 상당할 걸로 보인다. 그 반동으로 파시즘을 우려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우리의 언어와 소통 능력을 재정비해야 한다.
좌파 독자후보를 내든, 진보정당연석회의 같은 것이 뜨든 할 수 있는 노력은 해야 하지만 그런 한계에 대해선 분명히 전제하고 가는 게 현명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우리를 정비하고 장기적인 활동을 준비하는 1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여유로운 태도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서영표 : 억누를 수 없는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투표 밖에 없다는 말이 좌파들에게 시사하는 봐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꺼리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존재감조차 주지 못한다는 것이 아픈 비수로 꽂히더라.
김규항 : 그래서 정치라는 것에 대해서, 정치가 무엇이냐는 것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은 투표와 선거가 소중한 권리라고 세상이 변화하길 바란다면 투표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원론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투표와 선거가 대다수 노동자 서민의 삶을 반영하지 않는 정치놀음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할 수 있다. 위축될 필요는 없다.
제도정치가 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전제되어 있던 프레임에 갇혀 있지 않았나. 한국역사를 보면 해방 이후 주요한 정치적 변화 중에 제도 정치 안에서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것이 선거 때만 되면 최악을 막아야 된다는 형식으로 해소되는 게 문제다.
정치라는 것이 대통령이 누가 되나, 어느 당이 되고 하는 게 중요하지만, 우리가 참여하는 모든 것이 정치라는 것, 정치에 대한, 노동자란 개념에 대한 환기 등 앞으로 우리 언어를 확보하는 소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형식 : 아무리 좌파정치라 하더라도 선거 정치의 영향력 아래에서 결국은 움직이는 일이 벌어지지 않나. 결국은 제도 내에서의 의회정치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노동자 정치에까지 4년에 한 번 씩 긍정적이든 파괴적이든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정치우위에서 그 정치의 형태가 의회정치라는 것으로 획일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공천 구조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고 본다. 그래서 이쪽에서 내세우는 직접민주주의 성격의 강화라든지 이런 여러 가지 제안을 하면 상당히 급진적인 제안으로 내세우는 것들도 최종적인 정책적인 대안에서는 비례대표 강화라는 방향으로 귀결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김혜진 : 우리의 언어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자유주의에 대당하는 논리로서 ‘국가가 책임져라’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때로는 위험한 논리일 수 있다. 한나라당 등과 대응할 때에는 자유주의 논리를 가져다 쓰기도 한다. 경쟁논리가 때로는 우리의 논리 안에 포함되기도 한다. 좌파운동의 중심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철학적인 고민에서부터 철저할 필요가 있다.
한형식 : 그 문제에 대해서는 좌파진영에서 경제학적 접근을 터부시한 영향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 15년간, 경제학적 접근을 하면 상당히 낡은 것이라거나 스탈린주의 심지어 경제결정론으로 싸잡아서 매도하는 경향이 좌파 내부에도 있었다.
왜 자유주의자들이 진보의 탈을 쓸 수 있었나를 보면, 문화적인 이데올로기 담론을 선점했기 때문에 이게 좌파진보의 전부인 것처럼 선점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경제이야기는 주류들이 하는 이야기, 그리고 거기에 대해 비판하는 거는 아예 탈경제 비경제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하는 사람들이 좌파진보 제도 바깥에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대중적으로 일반화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진보진영 스스로가 거기에 종속되고 그래서 경제학적 접근을 폐기하고 문화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접근만이 신자유주의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틈이라고 선전하는데. 지난 15년 10년 동안의 좌파 진영의 내부에 널리 퍼져있던 풍조다. 이 과정에서 속에서 좌파 담론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사라졌다.
선지현 : 경제문제를 이론적 접근만이 아니라 노동자 대중이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대중의 행동들을 만들어내고 조직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왔었던 자본에 대한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타격하거나 공격할 수 있는 기제들이나 요구들이 있다. 그런 문제들로 투쟁을 만들어내야 하고 체계가 완벽하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보는데, 그런 급진화된 요구들을 가지고 조직해가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 좌절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핵심적으로) ‘좌파운동의 지도력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가 어떤 현상으로 드러나는가 하면, 노동자들이 자유주의로 빨려 들어가는 결과로 나타나, 소위 진보적이고 좌파적인 사고나 의식에 동의하는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정치적 비관주의와 무기력으로 귀결된다. 현장에 비타협적 활동가들이 많은데 활동가들 상당수가 국민참여당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지만 새로운 대안의 정치, 노동자의 정치보다는 무기력과 냉소로 온다.
김규항 : 제 주변을 보면 특별하고 희망적인 건, 노동자로 생각지 않던 사람들이 자신을 노동자로 인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거. 희망버스에서도 그게 좀 드러났고, 우리도 조직된 노동자는 극히 일부고 그 안에서 좌파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정말 일분데, 그것이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현장에 대한 협소한 전제가 발목을 잡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보통의 대중들과 하는 소통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시민은 사실 모두 노동자’라는 시민과 노동자라는 언어의 대결을 대단히 중요하게 본다.
김혜진 : 민주노총이나 비정규직 단위에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전략조직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사업을 하는 이들은 중소영세사업장들에게서 뭔가 변화의 조짐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아직 이들이 그런 변화를 직접적인 자기 실천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지만 그런 갈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갈망이 왜곡되지 않도록 다른 이들에게 활용되지 않도록 하려면, 그리고 그것이 급진적이고 사회적인 투쟁이 되도록 하려면 우리가 그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권리의 주체라는 것’이어야 한다.
선지현 : 조직된 노동자 중심 사업에 대한 생각이 있다. 왜냐하면 기존에는 ‘아니다’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그게 지금은 ‘보루’인 것 같다.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 시민이라고 호명되는 노동자에 대한 전략적 운동의 고민은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하나의 측면에서 보면 소위 좌파 운동에서 예컨대 노동, 쉽게 조직돼서 흐름을 만드는 운동에 천착하다 보니까, 사회운동 부분에서 사회주의적 담론을 형성할 수는 없었다. 녹색, 여성 그런 지향에 걸맞는 주체 단위는 없는 상황이다. 지역, 부문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주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20세기 사회주의 운동이 아니라면 그것을 뛰어넘는 전략과 경로는 뭐냐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20세기 사회주의와 그렇지 않은 사회주의로 구분하는 것도 문제라고 보는데, 어떤 전략이 필요한 건지 의논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있었으면 한다.
문제는 이런 전략적 중요성과 단기적으로 부딪히고 있는 문제와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통합진보당으로 가고 있는 진보운동 흐름에 맞서는, 뭔가 저게 진보정당이 아니라면 무너지고 있는 이 진보정치를 어떻게든 모아가지고, 대항하는 연대적 흐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보정치라고 하는 건 실종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통합진보당은 민주노총의 상층부나 주요 간부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고 움직이는 게 있다. 일정한 흐름의 실천적 지향뿐만 아니라, 이론적 측면에서도 이런 다양한 영역에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게 필요한데, 개별적인 목소리가 아니라 집단적 공동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통합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큰 전선 안에서 자본주의 가치에 대항하는 넓은 의미에서 진보의 가치는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지금 현재 민주대오나 반MB로 활용되는 거대한 흐름에 작게라도 유의미한 일정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한 상황이지 않나 생각한다.
서영표 : 영국에서도 보수당이 내세우는 담론이 뭐냐 하면 ‘큰 사회’, ‘빅 소사이어티’ 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자신들 당론에 위배되니까 실제로 재정지출을 늘릴 수 없으니까, 지역에, 마을에, 가족에 책임을 지우고 그게 바로 사회적 자본이고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라는 식으로 유포 시키고 있다. 재분배 할 순 없지만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지고 사회적 불안이 커지니까 이걸 어떤 식으로든 봉합해야 하는 이데올로기적인 뭔가가 필요해 진거다. 그게 바로 ‘소설캐피탈(사회적 자본)’로 들어온 거다.
한형식 : 선거 국면에 들어서면서 진보를 표방한 자유주의들이 사회적 자본을 집중적으로 유포시키기 시작하지 않았나. 좌파들이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전혀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히 많은 좌파들이 이런 담론에 수렴되고 있다.
서영표 : 녹색의 담론을 빼앗겼는데, 녹색적 비판을 자본주의 시스템 비판으로 어떻게 가져갈 건가를 고민 중이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로컬한 수준에서 지역 정치를 할꺼냐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지만 부빌 언덕이 없다.
한형식 : 좌파의 자유주의로의 전향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지금 다시 경제학적 담론으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은 기본적으로 그 사람들이 트랜드를 먼저 보는거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좌파들이 이런 문제의식에 둔감하고 자유주의자들이 경제 문제가 진짜 중요한 문제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좌파들이 주도권을 선점 당하고 있다.
김혜진 : 지금까지 주류가 아니었던 운동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지속되어왔던 많은 운동이 어떻게 사회를 변혁하는 운동과 만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운동들이 전체 운동 속에서 어떻게 서로 주고받는 힘으로 형성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선지현 : 2012년 이후를 어떻게 살아갈지를 가지고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2012년 이후, 급변하는 정세에 맞춰 좌파 운동이 어떻게 갈지를 가지고 2012년의 과제를 정립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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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31 01:09 2011/12/3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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