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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떠나며...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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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선배 한 분이 교수직을 그만두었다. 그 문제의식은 내가 공공운수노조의 지원을 받는 사회공공연구원에 재직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본다. 물론 나 또한 연구에 나름의 제약이 있고, 주어진 것을 초과하는 노동, 자발적인 무료노동을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하고 싶은,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걸로 무마가 된다. 더욱이 부족하나마 생계도 유지하고 있고...
 
내가 있어야 할 위치에 잘 있는 것만은 사실인 듯한데,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은 항상 존재한다. 지금도...   

 
“독서와 사색이 대학교수에게 사치라니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한국 사회 자체의 모순들을 논외로 한다면 지식생산체제로서 대학의 의미와 기능이 근본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 연구중심대학-산학협력모델에서 대학은 실용지식의 생산공장이다. 대학의 존재의미는 고도 자본주의에 필요한 유용한 지식의 생산과 기업의 직무훈련비용 절감에 있다. 20세기 말 한국에서 시작된 대학개혁의 목표이기도 하다. 자유롭고 비판적인 사유가 아니라 ‘국민의 삶’(사실은 자본)에 직접 기여하는 지식의 생산이 중요해졌다. 모든 것이 엄정화되었다. 연구재단의 기준에 맞는 논문과 학술지만 업적으로 인정받게 됐고, 정부와 대기업 프로젝트의 수주로 연구자의 능력이 판가름나게 되었다. 정부와 언론은 평가를 통해 대학을 줄 세웠다. 자유로운 비판적 연구모임들은 제도권 학회로 변신했고, 대중을 향해 말을 걸던 독립 학술지들은 필자와 심사자만 보는 연구재단 등재지로 변신했다. 혹은 동의해서, 혹은 살아남으려고 상당수 ‘교수지식인’이 이 체제에 순응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6466.html
[세상읽기] 대학을 떠나며 (한겨레, 조형근 ㅣ 사회학자, 2019-11-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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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1 14:15 2019/11/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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