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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4
    긴 불황의 시작점에 벌써 벼랑 끝에 선 삶들이 있다
    바람-1-9

긴 불황의 시작점에 벌써 벼랑 끝에 선 삶들이 있다

기륭전자의 투쟁과 이에 대한 탄압 소식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벼랑 끝에 내몰린 삶이 기륭전자 조합원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제는 주변 곳곳에서 보고 듣는다. 이미 붕괴 직전에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있다.

딸이 저녁에 친구를 데리고 왔다. 같은 방과후 교실에 다니다 보니 잘 아는 이웃이다. 들어보니 부모 모두 이제 직장도 없이, 있는 돈을 야금야금 까먹고 있는 것 같다. 원래 형편이 넉넉치 않았던터라 모아둔 돈이 있을 것도 아니다. 얼마나 이 가족이 버틸 수 있을까? 암울하기만 하다. 몇달이 지나면 아마 그 얼마 안되는 전세 돈을 빼서 월세로 옮겨야할지도 모른다. 전세 돈으로 또 얼마나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이 어쩔지 감히 상상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이미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도 무참한 상황이긴 하지만) 장기 불황의 시작에 들어섰다. 부의 양극화, 내수의 몰락, 부동산과 주식과 같은 자산의 거품 붕괴는 단기간에 세계 경제가 살아난다고 해결될 가능성이 없는 문제다. 사실 요즘 주식의 거품 붕괴를 보며 공포에 떠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이며 주식은 극히 일부라는 점을 생각하면 부동산 거품이 이제 제대로 빠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놓고 보면 진짜 거품 붕괴는 이제 시작이라고 해야한다.

자산 거품의 붕괴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필요한 것이지만, 현재와 같이 경제 전체가 불황에 빠지는 상황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들은 이미 가진 것도 없고, 장사를 할 밑천도 없고 (사실 지금 장사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돈 빌리기도 어렵지만 시작을 해도 망하기 십상이다) 적은 임금이나마 받을 수 있는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현금 가진 사람들만 살아남을 힘이 있다. 경제가 다시 팽창하는 시기가 와도 이들이 집중적으로 부를 다시 가져게 된다. 새롭게 형성된 부가 우리 이웃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

나는 이런 많은 서민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이들이 조직을 이루는 것뿐이라고 믿는다. 정당에 가입하고, 노조에 가입하는 것이다. 기존 정치인들과 국가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정당과 노조도 신뢰의 대상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몇년에 한번씩 있는 선거가 유일한 민주주의 참여 장치에 불과하고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할 조직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삶은 혼자서 지고가야 할 짊이다.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사람들이 개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별로 없다. 기껏해야 허리띠 졸라매고 예금이라도 하거나 보험 하나 들거나 아니면 빚을 내서라도 집장만해보려고 아둥바둥하는게 전부다. 이렇게 개인으로 존재하는 우리가 환율을 어쩔 수도 없고, 사회보장제도를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이런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당과 노조를 만들기 위해서 이미 있는 정당과 노조를 다 때려부수어야 한다면 나는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깊고 암울한 시대의 초입에 우리는 발을 들여놓았다. 많은 이들이 고통 받고 많은 가정이 파괴되고, 많은 아이들이 희망이라는 말을 잊게 될 것이다. 대단히 고상하고 정교한 이념의 문제가 결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정당과 노조가 진정 누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인가, 그렇게 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 고상한 이념이 아니라 도대체 누가 그 조직의 구성원이 되고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이것에 모든 상상력과 실천력을 모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가 더 늦어진다면 더 많은 개인과 가정, 공동체가 파괴된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한 번도 겪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사방에 비명소리가 가득한데, 무엇을 해야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워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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