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탈주선님의 [폰마켓팅 노동자에게 전화가 오다] 에 관련된 글입니다.

탈주선 님의 글을 보니 내 생각엔 회사측에서 그런 설정을 한 것이고 탈주선 님과 그 신입사원이 회사측에 당한 것이다.

 

폰 마켓팅은 없어져야한다. 전화를 받으면 바로 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4년 전 쯤에 폰 마켓팅을 3개월 정도 한 적이 있다.

사실 뭔지 잘 모르고 갔었다. 어쨌든 일자리가 필요했다. 

나와 같은 날에 면접을 하려왔던 어떤 사람은 전화를 와글와글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자마자 '속았다'며 여기 이상한 곳이라며 도망나가버렸다.

나는 그냥 전화를 하는 일이구나 하고 생각했고 도망간 한 명 말고 3명이 면접을 보았고, 다음날 보니 나와 다른 1명의 남자가 들어왔고 다른 팀에 배치되었다. 

면접볼때 물어봤던 것은 전공이 뭐냐였다. 나는 조소과를 나왔는데요..하고 좀 위축되는 기분을 느끼면서(이 일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코메디다) 대답했다.

다음 질문은 전공 분야를 잘 했었냐..자신감이 있냐 라는 질문이었는데 자신 있다고 대답했다...기분이 참 묘했다.

 

팀별로 전화를 하는데 대사가 있는 종이쪽지를 준다. 나는 영어학습교재를 전화로 판매해야만 했다.

요구하는 것은 목소리를 크게 할 것과, 밝게 통화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물건을 파는 것.

지금 생각하면 누군가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억지로 넘기고 돈을 뜯어내고 필요하지 않은 통화를 강요했던 것이 수치스럽지만 그 때는 별로 남에게 관심을 가질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계란빵 같은 걸로 배채우고 어디로도 갈 곳이 없어서 고시원에서 살았으니 ..정말 추웠어!

 

그런데 다행히?^^ 내 경우는 통화는 잘 하고는 정작 돈을 받으려고 할 때는 너무 떨리고 기분이 나빠져서 결정적인 카드번호를 못 받아내곤 했다. 

보통 사람들도 그랬다. 많이 버는 사람은 있었지만 너무 적게 버는 사람도 있었다. 적게 버는 사람은 당연히 금방금방 그만두고.

내 인생에서 지각을 제일 하지 않았던 시절인데, 어쨌든 월급이 너무나도 많지 않아서... 약간의 빚도 있고 돈 한푼 없던 내게는 참혹한 상황이었다. 3개월간 150정도..벌었던 듯.  

 

목이 쉬도록 (목청이 좀만 훈련하면 좋아지는 편이다) 통화를 해도 돈은 벌고 싶지도 않고 벌리지도 않았다.

 

다만 주변 사람들이 좋았는데.. 다들 하나같이 지방에서 올라와서.. 맘 약하고.. 할 일 없는.. 임시로 하려고 하는.. 그런거였다. 

기분 나쁜 것은 그런 사람들을 정으로 엮어 놓았던 거다.

 

나를 분위기 메이커로 생각했던 이사..(사장?)는 항상 다정한 태도로 대했고 그건 지금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2년 같은 2개월 반쯤 지나자, 우울증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좀 업되어있는 상태가 많은 사람이었는데 전화기만 잡으면 눈물이 펑펑 쏟아졌고, 전화 받자마자 욕부터 하는 사람과 연짱으로 3번 쯤 통화하고 나면 하루종일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기 힘들었다. 순진하게 전화받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 더 팔기 싫어졌고 "원래는 이걸 팔려고 전화했는데요..필요없으시면 끊을게요"나 긴 수다를 떠는 것이었다. 지금 있는 곳은 어디며.. 요새 사는 것은 어떻고.. 뭐 그런.

 

어떤 아저씨는 들에 나가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며 정말 맛있다고.. 이리 와서 같이 먹으면 좋을텐데 하며 고생하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사람은 귀농을 해서 첫해인데 농사가 생각보다 바쁘고 힘들다고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그 이야기 듣고 나니 머리가 핑 돌았다. 너무너무 반갑고 고마워서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래서는 정말 미치겠다 싶어서 다른 아르바이트라도 하자, 고 마음을 먹고 그만 두었다.

웃긴것은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거다. 사기가 떨어진대나 소리소리 지르고 나오는건데 그 땐 지금보다 더 훨씬 찐따같고 소심하고 바보였다. 배신감에 치를 떨었을 같은 팀의 작은 여자애를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금방 그만 뒀을까. 뒀어야 되는데.

사실은 사회성을 좀 키워보려는 생각도 있었던 건데 도저히 말도 안 되는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지금 생각하면 별로 불쌍하지도 않을 지경이다.

     

 암튼 전화를 받으면 바로 끊는 것이 좋다. 뭐라고 하는 것도 상처나 되고.. 빨리 없어져야 돼.. 그런 일은...-_-

 

대체 왜 그런일을 했던거야? 이 미련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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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4 23:44 2005/01/14 2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