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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추석여행

추석여행 2008년 9월 13일(토) - 15일(월)

추석 후 여행 2008년 9월 16일(일) - 23일(화)

총 11일 간의 여행

 

1. 여행 가기 전날

 

정유 친구들과 추석여행을 가기로 했다. ㄲ ㅑ ㅇ ㅏ ~  정유 친구들과는 작년 8월에 처음 만나서 애틋함을 키워오다(?) 작년 추석여행을 기점으로 사랑의 절정을 맛보았었다. 같이 걷고 비를 맞고 길가에서 잠시 잠이 들고 무거운 배낭을 서로 들어주고, 그러다가 이름 모를 정자에 자릴 잡고 막걸리와 함께 서로를 알아가고 배우고. 같이 길을 걷다가도 혼자가 되고. 그렇게 사랑스러운 년들과 또다시 여행을 가게 되다니. 게다가 올해는 새로운 년들도 많이 들어와서 또다른 기쁨을 맛볼 것이기에 여행 전부터 마구 설레였다.

 

추석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관두게 되었던 터라 이리저리 정리할 게 많아서 몸과 마음이 바빴다. 그래서 한 동안 모임에도 못 나가고 새로운 년들 얼굴도 보지 못했으며, 여행 자체에 설레임만 가졌을 뿐 경로 짜기 등 여행 중비에 마음을 쓰지 못했다. 나는 왜 이리 수동적 인간인 것인가 -.-

작년에도 여행을 간다고 추석 때 가족과 함께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꽤나 눈치가 보였다. 처음이 아니라는 것과 어차피 곧 백수가 될 터인데 굳이 추석 때 가겠다는 것에 불만인 엄마. 흠... 듣고 보니 맞는 것 같아서 추석 전날과 추석 당일 오전만 같이 있다가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가족이란 것, 명절을 같이 보낸다는 것, 함께 음식장만을 한다는 것... 이런 것들 아직 잘 모르겠다. 명절증후군 뭐시기뭐시기 하여 명절은 불편한 무엇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은 그 무엇..인 것 같다. 잘 모르겠다. 난 모르는 게 너무 많다. ㅠㅠ 모르는 게 많아서 싫은데... 그래서 책도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듣고 해야 하는데 읽을 게 너무 많다. 그래서 친구들 만나는 게 좋다. 친구들을 만나면 배울 게 정말 많다. 사랑스러운 친구들~~ 케케케

 

갑자기 며칠 전에 아빠가 아프셨다. 아빠와 엄마가 같이 일을 하시는데 아빠가 아프시니 엄마가 아빠 일까지 하시느라고 추석 전날 큰집에 가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엄마 대신에 내가 가서 열심히 음식을 만들라고 하셨다. 이건 뭐지... 여자만 음식 만드는 거 싫어하는데... 엄마가 못 간다니깐 나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이 생각은 도대체 뭔지 --;;; 에효... 그래서 어쨌든 추석 전날 큰집에 갔다.

 

근데 마음먹은 것보다 늦게 가게 되었다. 그 전날 친구네 집에서 잤기 때문이다. 친구가 곧 결혼을 하는데 함 받는 날이라고 놀러오라고 했다.  아~~ 그런 거 싫어하는데, 친구가 부르니깐 안 가기도 거시기했다. 내가 안 가면 자기 친구 없다고 --;; 그래서 다른 친구랑 같이 가게 되었다.  근데 함 받는 게 그런 건 줄 전혀 예상 못하고 갔던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신랑 친구들이 얼굴에 오징어 쓰고 함을 들쳐메고 "함 사세요~"를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네는 잔칫집마냥 많은 음식을 해놓고 있었다. 별 생각없이 갔던 나는 치장을 하고 온 친구 동생의 친구들의 모습에도 깜짝 놀랬다. 그래도 평소 난 뇌출혈한 내 모습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기죽지 않았다.

 

얘기가 자꾸 다른 데로 새는구나...여행 전날 얘기를 쓰다가 여행 전전날 얘기까지 쓰고 있다니...

 

함이 집으로 들어오려면 함 파는 애들한테 좋은 술도 주고 안주도 주고 그래야 한단다.

그리고 신부 친구들도 가서 술도 따라주고 그래야 한단다.

이게 무슨 불에 기름 붓는 소리인가.

제길슨.... 그런데 난 술도 따라주고 게다가 춤까지 췄으며 원샷까지 했다. ㅠㅠ

근데 나의 뇌출혈한 모습에 함 파는 애들이 "장모님 친구가 오셨나" 이런 얘기나 하고..--;;

갑자기 열이 확 받았다.

어찌저찌하여 함이 들어오고 같이 술을 마시는데 신랑 친구들이 우리보고 자꾸 나이 많다고 그랬다.

지네랑 동갑인데도 그런다. 전혀 재밌지 않은데 술자리의 웃음코드인 것마냥 자꾸 그런 소리를 한다.

어후. 진짜~~~

 

 모르겠다. 결혼이란 것, 함 받는 문화, 그리고 함..

신랑의 남자친구들이 함을 갖고 들어오고 신부의 여자친구들은 그 앞에서 술을 따라주거나 애교를 부려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칫집의 시끌벅적하고 웃음이 넘치는 분위기는 좋았다.

논술 글쓰기마냥... 결론은 장점은 살리되 구태의연한 것은 버리고 성평등하게 문화를 만들어가자...로 끝내야 하나?? 어렵다. 이런 미묘한 것들 사이에서 방향을 잃는다.

 

에효..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추석 전날 음식을 하고 다음날 여행의 설레임을 안고 잠이 들었다.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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