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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28
    뜨거움을 안고 사는 울 엄마(10)
    붕자
  2. 2011/03/28
    관계의 치유(3)
    붕자
  3. 2011/03/27
    친구가 아이를 가졌다.(2)
    붕자

뜨거움을 안고 사는 울 엄마

우리 엄마는

우리 엄마지만

참 좋다.

 

우리 엄마는 때론 나쁘다.

욕도 잘 하고

화도 잘 내고

어렸을 때는 나를 많이도 때렸다.

 

나는 엄마를 참 안 닮았다.

엄마는 화를 잘 낸다.

 

나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

우리 엄마는

잘 울고 잘 웃는다.

 

한마디로

엄마는 뜨거움을 가진 사람이다.

 

브릿지 프로그램 때 주민조직(Community Organizing) 수업을 들으면서

지도자에 대해 배울 때

난 우리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는 부당함에 대해 비판하고 화낼 줄 알고

다른 사람의 이목에 신경씀 없이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안다.

그리고 추진력이 있고 사람들을 모으는 힘이 있다.

 

버스에서 침 뱉는 사람이 있으면 항의하고

형식적인 농협 조합장과의 모임에 가서는 지난 조합장들의 부당함에 대해 얘기하며 혁신적인 조합장이 되어줄 것을 얘기하고

마을에 수도 놓는 일을 정부에서 해 주지 않았을 때 직접 담당 회사와 만나 담판을 짓고

마을 사람들을 모아 수도를 놓았다.

 

적극적인 엄마 때문에 때론 아빠가 피곤해하시기도 하시지만^^;

 

우리 집은 장미 농사를 짓는다.

2개의 농장이 있는데

하나는 우리 부모님이 직접 관리하시고

다른 하나는 필리핀 부부가 관리한다.

 

필리핀 부부에게는 다운증후군이 걸린 어린 아들과 학교갈 나이가 된 어린 딸이 있다.

다운증후군이 걸린 아들은 병원에 자주 가야하는데

차도 없고, 어느 병원에 가야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이 직접 병원에 데려다 주면서 치료를 했었다.

 

그 필리핀 아줌마, 아저씨는 우리 부모님께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릴 존중해 줘서 고맙다고.

그 때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우리 부모님이 그저 너무 고마웠다.

사람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대우를 한 것이지만

그런 당연함을 잃지 않은 부모님이 존경스러웠었다.

 

얼마 전 엄마랑 통화를 했다.

필리핀 부부의 딸 이름이 장미인데

장미 학교에 갔다 오는 길이라고 하셨다.

 

장미는 학교 다닐 나이가 지났어도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학교를 다닐 수가 없었었다.

배우고 싶어하는데도 집에만 있어야 하는 장미를 보면서

그저,, 가난한 나라에 태어난 죄인가.. 라며 속상해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교육을 못 받아 가난을 대물림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었다.

 

그 때 우리 엄마는

빨간펜 선생님을 소개시켜주시기도 하셨었는데

 

얼마 전 통화에서는

이제 장미가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엄마가 학교를 알아봐주셨고

마침 학부모 모임이 있는 날이라

엄마가 대신 가서 엄마 스타일대로 하고 싶은 말 죄 하고 오셨다 한다.

 

아....

우리 엄마가 너무 예뻤다.

 

마음 속 뜨거움을 가진 우리 엄마

 

장미는 이제 학교에 다닌다.

공부를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적극적인 성격의 장미는

뭐든 잘 해낼 것이다.

장미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지

정말 기대된다.

 

단순히 돕는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면

우리 부모님도 그렇게까지 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언제나 성실하고 주인된 마음으로

농장을 봐주시는 필리핀 아줌마, 아저씨가 고마워서,

똘똘한 장미가 예뻐서,

엄마, 아빠가 마음 하나를 줄 때마다

그 이상으로 고마워하며 마음으로 보답해주는 그 가족들 때문에

엄마, 아빠도 행복해서

하시는 일이실 것이다.

 

따뜻함을 서로 나누는 두 가족.

 

짐바브웨에 와서

흑인을 비하하는 한국인들을 더러 본다.

그런 모습은 그들의 자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흑인들의 나라인 짐바브웨에 살면서

철저히 스스로 격리되어 살기도 한다.

 

우린 다 같은 인간이라는 당연한 명제.

이 당연함을 다시 찾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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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치유

예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벌써 7년이 넘었다.

 

3년이란 시간을 함께 보냈었기 때문에

헤어진 후에도 계속 친구로 만나고 싶었다.

 

내 찬란한 청춘 중 3년이라니!

얼마나 귀한지.

 

근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헤어진 남자친구와 친구가 된다는 것.

 

어물쩡 어물쩡

같은 모임을 하는 게 있어서

두어 번 만나긴 했는데

그 이상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짐바브웨에 오고 나서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나의 결정에, 그 결정까지 오게 한 나의 고민에

많은 응원을 해 주었다.

그리고

비슷한 고민과 살고 싶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히 나눠 주었다.

 

그리고

그의 엄마와 누나들에게

내가 아주 좋은 아이로 남아있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고마웠다.

나를 좋은 아이로 기억해주는 그 분들.

 

이때였던 것 같다.

그와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 것.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치유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 것.

 

많이들

애인과 헤어지면 다른 애인을 만나야 한다고 얘기한다.

관계의 상실을 채우기 위해

 

그런데 그게 관계의 상실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건 아니었나 보다.

적어도 나에겐 그런 것 같다.

 

헤어짐이라는 이유로

그와 관계를 끊고

그리고 나에게 잘해 주셨던 그의 가족들과도 관계를 끊고

그러면서

내 마음 한 켠은 내내 아렸던 것 같다.

 

요새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짐바브웨에 와서

전혀 모르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하더라도 관계를 맺는 일이 우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낯선 곳에서의 관계 맺음은

내가 친숙했던 공간에서의 관계맺음과 달리

나를 한 발짝 물러서게 한다.

 

그래서 서툴고, 더디다.

 

참 좋은 관계도 있고

어려운 관계도 있다.

 

어려운 사람은 그냥 보지 않는 것도 좋다... 라고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라는 인간이 그렇게 안 되는 것 같다.

 

어려워, 어려워,

이렇게 불평을 늘어놓아도

사실은 다시 잘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숨어 있다.

 

브릿지 프로그램으로 이 곳에 있는 나.

무엇을 성공이라 하고, 무엇을 실패라 할까.

나에게

실패는 결단코 관계 맺음의 실패다.

 

아마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예전 남자친구와는 7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나는

관계 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이란 걸 알기 때문에

나를 믿고

상대를 믿고

주욱~~~ 가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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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아이를 가졌다.

오랜만에 한국의 친구와 통화를 했다.

아이를 가졌다고 한다.

와락 눈물이 났다.

친구가 그토록 원하던 거였기 때문이다.

 

그 동안 아이를 갖고 싶어했는데도

원하던 대로 잘 안 되서

속상했었을 텐데

이제는 그런 속상함이 다 날아가버리고

예쁜 아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설레어 할

친구를 생각하니

좋았다.

 

친구는 내가 소개시켜 준 오빠랑 결혼했다.

처음에는 결혼한다고 해서

내가 좋은 일을 한 거구나 싶어 기뻐했었는데

혹시 행복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행복해하는 친구 모습을 보니

넘 좋더라.

 

부부 모두 잘생겼으니

아이도 정말 예쁠 것 같다.

 

친구와 나는 중학교 때부터 함께 해 왔다.

학생 때는 다들 고만고만하니깐 몰랐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 다른 인생의 결을 살아가고 있는 친구와 나를 발견한다.

 

친구는 결혼해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고

나는 이렇게 짐바브웨에 있고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더라도

언제나

친구의 존재에 감사하고

친구의 행복에 함께 행복하고

친구의 슬픔에 함께 울고

....

이런 것이 친구인 것 같다.

 

그냥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응원하는 존재

 

사실

한국의 친구들과 연락 거의 안 한다.

 

연락해야 서로의 존재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안다.

이렇게 내 마음 한 켠이 든든한 건

친구들의 응원이 있어서 그렇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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