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관계의 치유

예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벌써 7년이 넘었다.

 

3년이란 시간을 함께 보냈었기 때문에

헤어진 후에도 계속 친구로 만나고 싶었다.

 

내 찬란한 청춘 중 3년이라니!

얼마나 귀한지.

 

근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헤어진 남자친구와 친구가 된다는 것.

 

어물쩡 어물쩡

같은 모임을 하는 게 있어서

두어 번 만나긴 했는데

그 이상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짐바브웨에 오고 나서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나의 결정에, 그 결정까지 오게 한 나의 고민에

많은 응원을 해 주었다.

그리고

비슷한 고민과 살고 싶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히 나눠 주었다.

 

그리고

그의 엄마와 누나들에게

내가 아주 좋은 아이로 남아있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고마웠다.

나를 좋은 아이로 기억해주는 그 분들.

 

이때였던 것 같다.

그와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 것.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치유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 것.

 

많이들

애인과 헤어지면 다른 애인을 만나야 한다고 얘기한다.

관계의 상실을 채우기 위해

 

그런데 그게 관계의 상실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건 아니었나 보다.

적어도 나에겐 그런 것 같다.

 

헤어짐이라는 이유로

그와 관계를 끊고

그리고 나에게 잘해 주셨던 그의 가족들과도 관계를 끊고

그러면서

내 마음 한 켠은 내내 아렸던 것 같다.

 

요새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짐바브웨에 와서

전혀 모르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하더라도 관계를 맺는 일이 우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낯선 곳에서의 관계 맺음은

내가 친숙했던 공간에서의 관계맺음과 달리

나를 한 발짝 물러서게 한다.

 

그래서 서툴고, 더디다.

 

참 좋은 관계도 있고

어려운 관계도 있다.

 

어려운 사람은 그냥 보지 않는 것도 좋다... 라고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라는 인간이 그렇게 안 되는 것 같다.

 

어려워, 어려워,

이렇게 불평을 늘어놓아도

사실은 다시 잘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숨어 있다.

 

브릿지 프로그램으로 이 곳에 있는 나.

무엇을 성공이라 하고, 무엇을 실패라 할까.

나에게

실패는 결단코 관계 맺음의 실패다.

 

아마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예전 남자친구와는 7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나는

관계 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이란 걸 알기 때문에

나를 믿고

상대를 믿고

주욱~~~ 가보련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