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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5

제목 : in Tafara

날씨 : 화창

 

타파라에서 처음 쓰는 일기. 실로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아는지? 오늘은 크리스마스라는 걸~^^

이렇게 화창하고 초록이 가득한

여름 속의 크리스마스는 처음이다.

찜통처럼 푹푹 찌는 내 방을 잠시 탈출해

나무 밑 그늘을 찾아왔다.

누워도 충분할 만큼 너른 바위까지 있어

시원함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집에서도 가깝고

사람들로부턴 조금 떨어진...

이 공간을 자주 찾아야겠다. ^^ 아~ 시원해~ ^0^

 

일기를 안 쓴 사이

여러 일들이 있었다.

비자를 받았고,

마을에 들어왔고,

사무국에서 출장을 다녀가셨고,

여러 생활용품들을 구입하는 중이고,

여전히 한국의 가족들과 지인들과는 연락을 주고 받으며

관계 속에서 얻는 행복의 소중함을 느꼈으며,

이런 행복은 여기서는 채워질 수 없는 거라며

스스로 경계를 짓는 나를 발견하고

심리적인 공간으로서의 나의 방,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나의 방을 벗어나길, 활보하길 꺼려하는

나는 발견하고는 한다.

그러나..

사비나 가족들의 관심 속에서 스르르 경계가 풀리는 걸 느끼며

한사람 한사람 마을 사람들을 천천히 알아가는 중이며

쇼나와 영어도 실력이 늘어가는 재미를 붙이는 중이다.

참 더디지만

스스로 요리해서 먹는 밥의 소중함을 느끼며

먹고 살기 위해 천천히 배워간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난 지금 짐바브웨에 있고

수도인 하라레 근교 타파라라는 마을에서 짐바브웨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어제는 크리스마스 이브라 성다엥 모임이 있다 해서

수민과 함께 칼빈을 따라 그 모임에 다녀 왔다.

모임의 리더로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그 순간을 즐기고 있는 사비나를 봤으며,

그 엄마의 그 아들인지

노래 장단에 맞춰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다가

기도의 순간이 찾아오면 지체 없이 무릎을 꿇어 앉아

내가 모르는 세계로 떠났다 오는

새로운 모습의 칼빈

기도의 순간들이 경건해서

노래의 순간들이 흥겨워서

알아들을 수 없는 쇼나 말에 가끔 하품을 하긴 했지만

그들을 따라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중간에 피곤하면 먼저 집에 가도 되지요? 하고

사비나에게 확인까지 하고 따라왔건만...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흐르는 세 시간 동안

그 속에 녹아드는 칼빈과 사람들을 보면서

집에 가자는 얘기를 할 수 없었다.

 

300명 가까이 모인 사람들

이 센터는, 이 성당은, 종교는,

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성당을 꽉 채우는 사람들의 에너지에 놀.랐.다.

거기에 이곳 사람들의 힘이 있었다.

 

누가 그들에게 무기력하고, 게으른 아프리카 사람들이라는 오명을 씌우는가?

누가 이들에게 식민지 유산으로서 자존감이 없고, 눈치만 보는, 비겁한 사람들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가?

글쎄... 더 살아봐야 겨우 조금 알아갈 노릇이지만,

종교라는 것을 통해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해가는 그들을 난 새삼스럽다는 듯이... 사실은, 그게 사실인데.. 바라본다.

내가 과연 주민들을 조직할 자격이 있을까?

괜히 더.. 그들과 나의 보이지 않는 계층 차이를 이용해 내 말을 따르는 것을

마치 주민을 조직했다는 착각으로 알고 자위하게 되진 않을까?

그들이 나한테 필요로 하는 건 돈일 텐데. 어쩜 돈만 주고 가는 것이

비겁하지 않은 우리의 이해관계가 아닐까?

아니지... 아니지... 그래도 그건 아니야.

주민들을 믿고, 그들의 가능성을 발견하라고?

이미... 믿고... 발견했다면?

 

오늘은 사비나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

처음 6개월은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는 시간.

이를 위해 워크캠프, 주축그룹지원사업 등을 만들어, 해야 하지만

이미 조직들, 모임들이 있는 이상 우선은 기존의 모임과 조직들에 다 참여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게 우선이겠지.

 

아~ 좋다.

다음엔 사진기를 가지고 나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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