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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 다녀왔다.

친구들과 설악산에 다녀왔다. 

아래 지도를 보면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 코스를 선택했는데

산을 타는데는 1박 2일이 꼬박 걸리기 때문에 실제로는 2박 3일로 일정을 잡아야 한다.

6시 30분쯤 강변역에서 버스를 타고 속초에 도착. 대략 3시간. 여기서 시내버스를 타고 설악산 입구에

도착. 대략 30분. 10시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다.첫 날은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짧은 코스를 선택.

신흥사 -> 소공원 -> 비선대 -> 양폭 대피소 -> 희운각 -> 중청 대피소를 따라 이동.

중간에 점심 식사 1시간 잡고 저녁 7시쯤 도착했으니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하루코스로 적당하


>> 설악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퍼왔음. 당일, 1박, 2박 등등 여러 가지 코스가 있더이다. 요즘은
국립공원 홈페이지가 잘 돼 있어 편리하다. 홈페이지로 대피소 미리 예약하는 건 필수.



>>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기 직전. 기념으로 셀카를 찍었다.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풍경. 겨울산을 타면 산행 초입에는 조금 풍경이 건조하지만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방이 눈으로 덮여 있어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광경을 볼수 있다. 설악산은 다양한 종류의

바위가 많아 웅장하고 담대한 느낌을 준다. 지리산보다는 훨씬 다채롭고 역동적이다. 중간 중간 너무 너무

멋진 풍경 때문에 육체 피로를 싹 잊어버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겨울산의 매력은 고요함에 있다. 봄에는

꽃, 여름에는 계곡, 가을에는 단풍을 찾아 오는 사람들로 산이란 산은 죄다 인파로 북적대지만 겨울산에는

아주 적은 사람들이, 정말로 산을 좋아하는 매니아들만이 산을 찾는다. 그래서 적요로 둘러싸인 산과

하나가 되고 싶다면 겨울산행이 제격이다. 오직 내 발에 의지해 산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호흡은 거칠어지고

두툼한 등산복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거친 숨소리만이 온 산을 가득 메우고,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오르막을 치달아 올라 고개를 들었을 때 눈 앞에 펼쳐지는 그

놀라운 광경. 나도 모르게 '와아~~~' 탄성이 흘러 나온다.

와이드 샷으로도, 그 어떤 매체로도 기록할 수 없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 정상에서부터 중턱까지

절반쯤 눈에 덮인 산, 그 앞으로 뒤로 옆으로 사방으로 온통 산이 수묵 담채화처럼 조금씩 흐려지고.

그 사이 사이로 웅장한 바위들이 솟아 있다. 그리고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아...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 세상 모든 고민과 욕망이 다 사라진다. 그냥 산이 좋다. 그냥 이 순간이 좋다. 그냥 내가 좋다.

이 순간, 이 느낌, 이 만족감 아주 오래 오래 내 마음 속에 담아두고 새겨두고 그래서 카메라를 누르고 또

눌러도 부족하다. 너무 부족하다.



>> 산행 초입. 멀리 울산바위가 보인다.


>> 계속 올라가면 이 계곡이 다 얼어 있다. 이렇게 시작된 산행.



>> 비선대에서 찍은 바위. 여기까지가 딱 수학여행 코스여서 오래 전 그 때 기억이 되살아났다.


>> 요즘은 통신 가능지역과 불가능지역까지 표시되어 있더라. 국립공원도 서비스 시대??



>> 와 저 하늘 좀 봐. 정말 날 제대로 잡았다.


>> 산과 산 사이로 또 다른 산이...


>> 슬슬 계곡이 얼어간다. 독특하게 생긴 바위나 암벽이 많다.


>>그러게...정말 신기하다.


>> 오르막에선 체력 소모가 심하다. 그래도 하늘을 오르는 기분이다.


>> 점심 먹고 오후...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


>> 이제 산은 완연하게 겨울의 모습을 드러낸다.


>> 사위가 어두워진다. 해가 저물어간다. 밤이 다가온다. 밤에, 산은 포근하지 않고 무섭다.


>> 정말 재수좋게 목적지에 거의 다다라 일몰을 목격. 죽음이다. 뒤처진 친구들은 못봤다....이 멋진 걸.





중청대피소에서 1박하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 대청봉에 올랐다. 일출을 보기 위해.

중청대피소 -> 일출 -> 희운각 -> 공룡능선 -> 마등령->금강굴->비선대를 따라 이동.

첫날보다 이동거리가 길다. 일출에 취하고, 신나게 봅슬레이를 타며 내리막길을 무지 빠른 속도로

내려올 때까지... 이토록 길고 힘든 하루고 될 줄 몰랐다.

코스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 미리 준비해 온 지도에 예상 시간이 적혀 있었지만 내리막이니 더 빨리

내려갈 수 있으리라 자신했지만. 공룡능선은 이름에 걸맞게 울퉁불퉁 거칠었다. 마등령은 오르막이

많아서 어찌나 속도가 나질 않는지 마등령이 마귀의 등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계속 생각했다.

시간은 계속 늦어지고 친구들도 지쳐갔다. 기어이 해는 지고, 친구 하나는 다리가 아작났다. 친구

배낭까지 배낭 두 개를 매고 내려오는데 오깨랑 허벅지가 미치게 아팠다. 그런데 너무 무섭고 신경이

곤두 서서 아픈건 느낄 새도 없이 미친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도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지를

않는다. 뒤에 처진 친구들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미 다 뿔뿔이 흘어져서 천상 목적지에 도착해서

만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마에 걸친 전등에 의지해서 가는 길. 내리막이 계속되어도 경사가

줄어들지 않고 가끔은 길이 혼동스러워서 잘못된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너무 무서워서 다른 곳은

비출 엄두도 못 내고 딱 내 발만 비추며 걷는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고 발을 헛딛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끝내 10시 30분이 넘어 비선대까지 도착했지만 모두들 너무 지쳐 있었다.
(후유증이 장난 아니었다.)

그래도 다시 와야지...다음엔 준비를 좀 더 해서 말이야...



>> 일출...멋지다.


>> 해가 떠오른다.



>> 여기는 설악산 정상. 대청봉에서 ..


>> 해가 뜬 직후. 여전히 멀리 달리 떠 있다.



>> 내리막길. 봅슬레이. 어린애 마냥 즐겁다.



>> 산행 친구들. 슬슬 지쳐갔어...



>> 온 몸으로 바람을 맞아온 나무는, 마치 왁스를 떡칠한 머리처럼 한 쪽으로 심하게 쏠려 있다.


>> 바위 틈새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갔어. 마치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을 넘어선 기분이야.
왠지 이 길을 따라가면 홍길동이 살던 율도국이나 반지의 제왕이 살고 있을 것만 같아.



>> 저 하늘 좀 봐.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그리고 그 하늘을 배경삼아 멋지게 서 있는 나무는 어떻고...



>> 그래도 꾸역구역 봄은 온다.


>> 설악산 바위들. 정말 멋지다.




>> 뉘엿뉘엿 해가 진다.



>> 비선대까지 불과 3.7km인데...줄지를 않는다. 이게 마지막 사진이 될 줄이야. 서편으로 지는
해가 낮게 깔리자 그림자가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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