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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지방선거 생각 1

나는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절실하게...전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따라서 진보정당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패쓰. 그런 입장에 대해서도 할 말은 있지만

여기서는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1.

나는 진보신당을 지지한다. 진보신당의 어떤 정책이나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진보신당을 지지한다는 말은

사소한 실수에도 불구하고 당을 지지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내 입장은 편파적이다.

비판을 해도 애정을 전제로 깔고, 욕을 해도 변화에 대한 열망을 담는다.

냉소보다는 관찰이,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참여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그런 상태다.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을 하는 것은 입장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중립성 따위의 말장난은 싫어할 것이다. 그런데 유독 선거나 정당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관조적이다. 남 이야기 하듯 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중립놀이를 하는

것처럼 진보정당들 사이에서 중립놀이를 하고, 심하게는 그 전체를 대상으로 무관심을 표한다.

 

"진보정당이 정신차리고 잘 했으면 좋겠지만 아님 말고..."

 

대체로 이런 식이다. 선거나 정당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의식적인 무효표

행사라든가, 선거에 대한 보이콧이라든가, 정당정치에 대한 거부 역시 그 나름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건 말을 거는 태도다. 삶에 영향을 주는 사소한 일들에도 뜨겁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선거와 정당에 보이는 무관심과 시크한 태도는 어디에 기인하는가? 정말 고민스런 주제다.

 

시크한 척 한다면 그것은 상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실망과 좌절을 나름의 내공으로 극복한

방식. 정말 시크한 것이라면 매력없다.

이런 시크함은 정치라면 다 관심없다고 말하는 태도 만큼이나 무지하고 비겁하다.

"깨어 있는 시민이 민주주의의 힘이다."는 노무현의 말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냉소할 게 아니라 왜 그 이상의 설득력을 갖춘 언어가 없는지를 고민할 일이다.

정당으로 얻을 게 별로 없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얻을 게 있긴 있다는 뜻인데...

딱 그만큼만 지지하고 선택하고 관심을 가지면 될 일이다. 정당이 아예 무용하다고 말한다면

그런 비판은 어디에서 뜬구름 잡는 소리쯤으로 흘려넘기고 말 일이다.

 

2.

 

그래서 당원이 되었고 지방선거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는 사람이 있어야지...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강서구에도 진보신당 후보가 거의

없다. 강서구 비례대표 서울시의원 후보 한 명과 방화동 기초의원 후보 한 명, 도합 2명이 전부다.

내가 사는 곳은 까치산역, 화곡8동이다. 이 동네 사람들은 진보신당을 거의 접해본 적이 없다. 민주노동당

플랭카드는 종종 보인다.

 

지방선거 때 명함이라도 같이 돌려주려면 인사라도 터야 할 거 같아서 방화동 기초의원 후보 박현숙씨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갔다. 그 곳은 박현숙 씨가 활동을 해오던 공간이기도 한데 여기 저기 널부러져

있는 선전물, 개소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 박현숙 씨가 그간 활동해 온 궤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지역에서 학부모 운동과 환경 운동을 열심히 해 온 거 같았고 선거 전략 역시 그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선거 이미지와는 달리 개소식 내내 느꼈던 후보의 이미지는 체 게바라처럼 강한

혁명 전사였다. 흡사 대학생 때 메이데이 티셔츠를 방불시키는 단체티(체게바라와 박현숙씨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가 전면에 박혀 있고, 뒷면에는 무슨 공산당 선언급의 무시무시한 말들로 도배가 되어

있어서 다 읽기도 벅찼다. 다행히 선거티는 아니고 예전에 찍은 티셔츠인듯)도 그랬고, 영상물에

나오는 후보의 이미지도 그랬고, '박게바라'라고 굳어진 후보의 별칭이 그랬다.

 

친구가 영등포 당원인데 그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영등포 구청장 후보도 따뜻한 생활정치의 이미지를

강조하는데 정작 후보는 웃는 얼굴이 영 어색하다고 한다. 그나마 포스터에 나온 얼굴이 제일 밝은

얼굴이라고...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가능성을 본다.

 

3.

 

이것이 현실적인 진보정당의 고민이다.

 

 

"야권연대와 진보대연합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사이, 진보신당만 피봤다. 선거전략이 없다."는 비판에

공감한다.

 

그러나 지지율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이건 언제나 결과적인 이야기다. 야권연대에 참여했다가

양자 대결구도에 묻히고, 그나마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줬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러나 그것이 지지율과 어떤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 분석하는 건 내 능력 밖이다.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동시에 야권연대에 엄청난 기대를 갖고 있다.

대대로 진보후보가 받은 표들을 생각하면, 지역에선 어떨지 몰라도 중앙 정치판에서는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한다. 주위에 아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이런거다.

 

"한명숙과 유시민이 당선되는 동시에 노회찬이나 심상정이 10%쯤 나오면 좋겠다."

 

한나라당이 졌으면 좋겠고, 진보정당도 조금 컸으면 좋겠고 이런 이중적인 심리를 가진 사람이 많은데

현실에서 진보정당이 표를 너무 많이 가져가서 한나라당이 되면 어쩌나 하는 이중적인 고민을 한다.

그래서 이해하는 면이 없지는 않다.

그래도 이게 20년간 반복된 레퍼토리인데 이제는 분명한 선택을 할 때가 아닐까?

선거는 어차피 표싸움이고 현실정치의 최고 이벤트다. 현실이 암담하고  우리가 힘이 부족하니 봐달라는

말은 정당이 할 말은 아니다.

 

그런데 협상 테이블에 나간 것 자체를 욕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예 정치 자체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에는 동감할 수 없다. 여론이 그럴 상황이 아니지 않았나?

여론과 무관하게 갈 길을 가는 것도 정도껏이지...

오직 선명한 입장만이 선이라는 엄숙한 도덕주의는 사실상 현실정치는 똥통이라 나는 관심없어

라고 말하는 거랑 똑같다. 그래서 현실정치에서, 현실적인 정치세력이 되지 말라는 말과 같다.

진보정당은 언제까지 이상만 먹고 살아야 하나? 현실 정치에서 한 일도 많고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은데...

 

 

 

"선거 이후가 중요하다. 진보신당이 노심당을 넘어서려면 평당원 민주주의가 회복되어야 한다."

어느 정도 애정이 담긴 비판이고 건강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엔 문제가 많다. 노회찬/심상정 VS 일반당원 이라는 대립구도는 너무 불편하다.

조선일보 기념식 참가건, 야권연대 참가/불참 등  노회찬 후보에 대한 말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근데 그건 게시판에서 떠드는 얘기고 내 심정은 노회찬에게 과도한 권력이 주어져서 문제인 게

아니라 노회찬 마저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 심정이다.

 

존재감도 별로 없는 진보신당이 여전히 언론에 나오는 건

노회찬, 심상정이란 자산 때문이다. 그들이 잘했다 못했다 평가와 별개로 스타 정치인이 평당원

민주주를 막고 있는 게 전혀 아니다. 평당원 민주주의가 활성화 되어야 하는 건 맞는데

그게 대립항이 없다는 게 더 골치아픈 문제다. 촛불시위 때처럼 데모 아니면 활력이 살아나지 않는

이 관성은 대체 뭘로 극복해야 하는 건가? 이건 내 문제이기도 하다.

 

덧붙여 스타 정치 시스템 자체에 혐오를 갖는 건 이해하지만 너무 답답하다. 노회찬, 심상정, 강기갑

같은 스타 정치인이 생긴 것은 진보정당의 성과다. 그래서 스타 정치 시스템이 뭔가를 왜곡하면 그 점을

비판해야지 왜 그들이 유명해지는 것 자체가 문제인가? 이건 마치 강기갑이 개그 소재로 쓰인 것

자체를 불편해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개념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뭔 별나라 존재처럼만 여겨지던 진보정치인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서...

오히려 대다수 당원보다 가장 앞서 있는 건 노회찬이 아닐까 하는 이 기분 씁쓸하다.

 
4.


노회찬과 진보신당은 진보정치 전체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신당이 잘 되면 좋은데 아님 말자는

식으로 나는 편하게 생각할 수가 없다. 진보신당이 맛이 가고, 그 진보신당에서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이

맛이 가고, 진보신당을 열심히 지켜보던 사람들이 맛이 가는 그런 상황은 생각만해도 갑갑하다.

그 소중한 자산들이 다 사라지고 나면 이 척박한 상황에서 누가 또 그 많은 일들을 해내나?

그 소중한 에너지와 열정들이 안타깝다.

 
보수 정치인들도 싸움을 한다. 그리고 치고 박는 와중에 누군가는 쓰러지고 누군가는 성장한다.

그러나 보수 정치 전체의 이해관계를 뒤엎지는 않는다.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해야지...

진보신당이 공공의 자산이란 생각에 변함이 없다.

 

 진보정치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무결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도덕적 엄숙함으로 무장한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 오지 않는 미래를 끌어다 현실을 비판하는 것은 결국 현실에서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말이다. 그러니까 늘 이 세상의 속물성이 역겹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 순간 자신은

천상의 세계로 올라가서 그들을 내려다볼 수 있겠지만 그 현실은 영원히 시궁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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