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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에 대한 비난, 미래를 고민하는 자의 언어일까?

1. 우리는 꿈을 꾸기에, 진보정당을 만들었다.

노회찬 후보가 거의 집단 매도에 가까운 비난을 받고 있다.
진보신당 당원으로서 나는 이 돌팔매를 그냥 얻어 맞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진정성을 보여주는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도를 넘었다.

사람들이 왜 진보정당이냐고 자꾸 묻는다. 나는 왜 진보정당을 안 만드냐고 묻고 싶다. 이건희 같은 범죄자가 떵떵거리고 사는 나라, 유엔에서도 금지한 동절기 강제철거가 자행되고 무슨 테러리스트처럼 집단 매도되고 급기야 죽음에 이르는 나라, 개발과 기업의 논리가 사방팔방 다 지배해버려서 그저 돈이면 뭐든 단 된다는 물신주의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나라, OECD 국가 중 출산율 최저에 노동시간 최고인 그래도 경쟁의 무한질주가 멈추지 않는 나라. 내 집 한 칸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이자와 원금을 20년 넘게 갚고 늙어 고부라질 때쯤 내 집 하나 장만한 기쁨으로 노년을 맞이하는 나라. 그래서 젊은 시절의 그 고통을 돌려받고 싶은 심정에 너도 나도 집투기를 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만 기다리고 뉴타운이라는 환타지에 모든 인생을 거는 나라.

왜 이런 나라에서 진보정당을 안 만드냐고 묻고 싶다.

단계적으로 가라고 한다. 난 이 말을 20년째 듣고 있다.
저 위에 있는 질문으로 돌아가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10년 동안에도 왜 저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는지, 아니 오히려 더 강화되었는지 진지한 고민을 던졌다면 우리는 왜 제자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정당이 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누구도 위에 적힌 문제들에 대해 진지한 해결을 모색하지 않는다.
단언컨데, 저런 문제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국참당도 해결 못한다.
아니 그럴 의지가 없다. 동네에 나오는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을 봐라...
대부분 먹고 살만 해지니까 자리 하나 차지하려고 나와서 1-가, 1-나, 2-가, 2-나 후보들끼리 지역개발 공약 내세우기 바쁘다. 민주당만 해도 돈이나 권력이 걸리지 않으면 지역 조직들이 움직이질 않는다.

'4년만 더 하겠습니다.' '상구라면 ok'(민주당 후보 이름이 박상구였다.)
이런 슬로건을 내세운다. 그냥 보면 한나라당인지 민주당인지 구분도 안간다.

그런 정당들에 왜 우리가 미래를 맡겨야 하나?
물론 정책연대 할 수 있다. 사안별로. 그리고 선거전술 잘못짜면 혼날수도 있고 진보정당 뜻이 좋아도 대중과 괴리되고 대중의 말을 못 알아들으면 혼나야 한다.
진보신당에 화난 마음 이해한다. 애정이 없다면 화도 안난다.
그러나 지금 비난은 그런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가려 한다. 내 삶에 진보정당이 왜 이리 절실했던가?
나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은 버리고...


2. 뼈 아픈, 너무나 뼈 아픈 기억들.

난 96학번이다. 학생운동 내내 김대중, 노무현 욕 많이 했다. 우리는 시작부터가 민주정권하고 싸웠다.
지금 생각해보니 많은 부분 과도했다. 객기도 있었다.
졸업하고 나서보니 역시 학생 때는 시야가 좁았다는 생각도 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죽었을 때는 울기도 많이 울었고 생각도 많았다.

그럼에도 모두 진지했다. 그냥 지나가는 한 때의 반항은 아니었다.
학생운동 내내 철거민들하고 싸우다 두들겨맞던 기억들.
구속도 됐었고 국가보안법으로 수배 생활도 1년 넘게 했다.
수도 없이 닭장차에 실려가고 두드려 맞아서 머리 찢어지고...
소위 민주정권 10년 동안 강제철거로 돌아가신 분이 내 기억에만 10명이 넘는데...

민주정부가 10년을 집권했다.
그러다가 정권 놓치고 궁해지니까 용산에 와서 함께 싸우겠다고 떠들던 소위 민주투사들.
난 정동영이 용산에 올 때 거의 토나올뻔 했다.

난 그 역겨움을 넘어서는 방법은 진보정당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늘 비판적 지지를 내어주는 것, 그래서 당선되고 무시당하고 떨어지면 와서 또 빌붙고, 이 아니꼽고 치사한 역사를 끝내는 것 그것은 비판적 지지를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주투사들로 바글거리는 170석 거대 여당,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하나 개정조차 못 시키고, 부자들 이익을 대변하다 지리멸렬 해가고 개발공약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강제철거/정리해고 서민들 고통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을...너무나 오래 보아왔다.

없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유일한 자리가 선거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이 선거 결과에 제일 허탈해하고 그 아쉬운 마음을 여기 와서 분노로 표출하고 그런 마음을 이해한다. 되는 사람 밀어줘서 저 악마같은 한나라당 밀어내야 한다는 그 심정 이해한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히 제자리를 돈다. 보수정당들이 궁할 때 이용당하고 그 사람들에게 대접받다가 자기들 살만해지면 외면받으며 그렇게 계속 산다.


3. 진보신당의 아픔, 진보의 아픔

며칠째 욕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나는 그 욕을 먹는다. 내 기분이 그렇다. 그 욕이 내가 먹는 욕이라고...
성의껏 이야기하는 사람 열명보다 막말하는 사람 한 명을 찾아 백사람이 막말에 막말을 달고...서로 그런다.
그래서 이제는 집단을 매도하고...
평론가들도 많고, 화풀이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소위 민주주의자, 진보주의자 자처하는 사람들이 무한 복수의 막말을 되풀이한다. 

그것은 진보신당이 어지간히 고립되었다는 뜻이기도 할테고
그 만큼 이번 선거에 대한 외부 평가가 좋지 않다는 뜻이기도 할테다.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나는 이토록 진보의 문제를 남의 이야기하듯 헐뜻는 사람들이 왜 민주주의를 자처하고 나서는지 모르겠다. 그냥 내가 이기는 게 최고고, 내 편을 안들면 패대기를 치고, 그런게 민주주의인가? 나는 그래도 진심으로 토론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향해 며칠째 계속 썼다. 반성의 글도 쓰고, 그러면서 조금씩 내 주장도 했다.
내 주장을 많이는 안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분노를 읽었고, 이해했고 거기에 이기려들어봐야 상대방 감정만 상할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제 진보정당 운동 자체를 통으로 부정하려 한다.
내가 진보신당에 가입했던 이유, 이런 저런거 다 떠나서 진보정당 자체가 필요하다는 그 믿음 하나. 보수 양당제로는 절대 고단한 이들의 삶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며, 언제나 고단한 노력을 고스란히 남에게 갖다 바치게 된다는 그 뼈아픈 교훈을 넘어서자는 그 이유. 그런 것들을 통으로 부정하려 한다.

이런 건 진보가 아니다. 이런 건 민주주의도 아니다.
난 사실 선거 끝나고 이런 현상을 예상하고 가슴이 떨려서 며칠을 제대로 못 잤다.
진보정당의 실험에서 숱하게 벌어졌던 일들이다. 대학 때 참 좋은 정당 하나 만들어보자고 열심히 했던 친구들 열에 아홉이 사라졌다. 그들 대다수가 한명숙 씨를 찍고 비례를 진보신당을 찍었다.
진보정당이 필요하긴 한데, 당장 한나라당도 막아야겠고. 그런 고민 속에서 그냥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들로 남는다.

나는 선거운동을 하는 내내 그 친구들과 함께했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5명, 6명이 고작인 선거운동원들을 보며...저 친구들이 단 하루만이라도 자원활동을 나와주면 참 즐거울텐데...
진보고 나발이고 즐겁다면 힘들지 않다.

진보는 언제나 가슴 아프지만 마이너스의 정치를 한다.
아주 예민한 일에도 서로 가장 격렬하게 반응을 하고 상처를 준다.

이번 선거가 끝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진보신당의 깃발을 내릴 수 없다.
더 열린 마음으로, 더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이며 토론할 것이다. 그러나 일방적 매도는 참을 수 없다.

진보신당의 아픔은 진보의 아픔이다.
생각이 너무 많은 밤이다. 그 만큼 더욱 자신을 곧추세우게 되는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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