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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10/28
    [일본5] 일본인의 생활2
    칸나일파
  2. 2008/10/23
    [일본4] 일본인의 생활1(3)
    칸나일파
  3. 2008/10/20
    [일본3] 오사카 까라 도쿄 마데(3)
    칸나일파

[일본5] 일본인의 생활2

>> 배려와 미루기

일본에 대해선 늘 많은 말을 듣는다. 어릴 적에는 대부분 책에서 접한 내용을, 이제는 미디어에서 접한다. 텔레비젼이든 포털이든 일본에 대한 이야기는 늘 차고 넘친다. 역사나 정치 문제로 반일감정이 심한 탓에 욕도 많고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 등 일상 깊숙이 들어온 일본문화에 대한 호감 때문에 칭찬도 많다. 일본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 온다. 한국어 강사인 누나는 수강생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본 사람들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래 저래 일본은 이제 정말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

언제나 일반화의 오류는 조심해야 겠지만  마음대로 느낀 것을 적어본다.

일본인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행사에 들러 만난 아나키스트들과, 빌려 쓴 숙소에서 만난 일본인들 몇몇을 제외하면 10여일 남짓한 여행에서 많은 일본인을 만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워들은 얘기를 억지로 짜 맞추는 것일지도.

일단 대화나 행동에서 늘 상대를 의식하고 배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인들은 화(和)를 중요하게 여긴단다. 어느 책에선가 섬나라에서는 화합과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특징이 있다는 내용을 읽었다. 사회갈등을 무마시키기 위해 외부로 시선을 돌리기 마련인데 섬나라는 지형이 고립되어 있어 그게 쉽지 않다며. 그래서 내적으로 조화를 강조하게 된다며. 섬나라인 영국과 일본에서 상징적으로 왕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국민통합의 상징성 때문이라며.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튀는 존재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개인보다는 집단을 강조하고. 그러다보니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존재는 이지매(집단 따돌림) 당하고. 사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니 늘 안으로만 침잠해서 오타쿠가 히끼코모리가 사회적 현상이 된 것도. 옴진리교 사건이 발생한 것도. 비디오 게임을즐기는 것도. 이런 식으로 분석하니 대충 설득력은 있다.

뭐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인들이 상대를 많이 의식하는 것은 맞다. 일본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을 만나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본인들은 상대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애쓴다. 그러다보니 말이나 행동이 늘 조심스럽고 돌려 돌려 말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자기 속내를 쉽게 비치지 않기 때문에 직설적이고 솔직한 성격의 사람은 조금 답답하고 짜증나게 느낄 수도 있다. 나를 포함한 친구 몇몇은 답답해서 절대 일본에 살지 못할 거 같다고 했다.

예를 들면 사랑을 고백할 때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라는 표현보다는 '제 사랑을 받아줄건가요?'가 더 잘 어울리고 이미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친구에게 물건을 빌릴 때조차 '내가 그걸 좀 빌려도 될까?'라고 물을 정도로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선물을 받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답례를 하지 않으면 그것도 폐를 끼친 것이라 생각한다니.

지나친 배려는 피곤하다고 이미 앞서 말했지만. 이와 같은 소통 방식은 내게는 쥐약이다. 돌려 말하고 있는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정신력을 집중해야 하니 엄청 짜증이 날 것이다. 게다가 표현도 조심스럽게 해야 하고 실수로 거친말이 나온다면 또 미안하단 말을 몇 번이고 해야할테니. 생각해보면 일본어에 욕이 거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인 듯.  인사는 또 어찌나 자주 하는지 아리가또랑 스미마셍은 확실히 배운 거 같다. 상대가 실수를 하면 미안하단 말을 하도 자주해서 괜히 내가 더 미안해질 거 같고. 상대가 고맙다는 말을 너무 자주하면 또 짜증이 날 거 같다.
그리고 지나친 배려는 어찌보면 선택을 늘 상대에게 미루는 것과도 같다. 이와 같은 태도는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고 그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령 연애를 하는데 매번 이런 식이라고 쳐보자.

'뭐 먹고 싶어?'
'넌 뭐 먹고 싶은데?'
'난 아무거나...너가 먹고 싶은 거 먹자.'
'아니 난 너가 하고 싶은대로 할께.'
......


물론 어떤 성격이든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일본 사람들은 정말 예의바르고 친절하단 느낌을 받는다. 꼼꼼하고 세심하다. 철저하다는 말도 잘 어울린다. 나중에 일본에서는 못 살 거 같긴 하지만 일본 친구들도 사귀어 보니까 재밌더라.



>> 예쁜 가로수, 거리는 정말 깨끗하다.


>> 교토대학 미술 동아리 모집 광고. 귀엽다.


>> 이건 검도부겠지?? 크...많이 보던 만화다.



>> 번화가. 쇼핑을 위해 들렀다 .명동같은 느낌. 익숙한 ABC마트가 보인다.


>> 인도에 주차된 자전거들. 겁내 많다.



>> 우리가 7일간 머무른 일본인 친구 집. 넷이서 같이 살고 있었다. 모짱이라 불리는 재일교포 2세와 일본인 친구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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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4] 일본인의 생활1

1. 축소지향의 일본인?? 실용적인 일본인??

축소지향적이다.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일본인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본 표현이기도 하다. 책으로만 미지의 세계를 만나던 시절, 게다가 민족주의적 열정이 후끈 후끈 달아오른던 시절이었다. 말 속에 편견이 있음은 물론. 한국인들은 일본인을 무시하는 의미에서 저 말을 자주 쓴다. 상대를 비꼬려는 의도가 좀 우스워 보인다.
조그만 자가용이 아주 많다. 주차 공간을 최대한 아끼려고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뒷부분이 티코처럼 납작한 차들이 아주 많다. 프라모델이나 피규어, 분재만 봐도 그렇고 음식도 아주 조금씩만 나온다. 소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김도 조그맣고 반찬 그릇도 조그맣다.

어떤 의미에서는 축소지향적인 게 실용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오밀조밀하니 공간을 잘 활용한다는 느낌도 든다.  쓸 때없이 큰 차만 선호하는 거보다는 백 배 낫다. 주차공간도 부족한데 개나 소나 중형차 사서 비좁은 골목길 꽉 채우는 거 아주 짜증이다. 우리집은 빌라가 빽빽하게 들어선 좁은 골목길에 접해 있다. 가끔 좁은 골목길을 지나는데 큰 차가 길 하나를 다 차지하고 지나갈 때는 차를 피하려면 거의 벽에 붙다시피 해야하는데 그 때 기분이 되게 더럽다. 좀 막 화가나려고 한다.
빌라 입구에 큰 차가 주차되어 있을 때는 옆으로 게걸음을 걸어야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자전거를 들고 들어가야 하는 날은 완전 난감하다. 지난 번에는 주차된 차랑 부딪치지 않으려고 자전거를 어깨에 짊어졌는데 어찌나 다리가 후달리던지...게다가 그 좁은 틈에는 벽을 따라 쓰레기가 내버려져 있다. 비틀비틀 까치발로 걸어가는데 쓰레기 봉투가 발에 차인다. 완전 짜증 이빠이 폭발 직전. 이런 개XX...쏟아져 나오는 욕을 억누른다. 저 차를 발로 한 대 후려차야 시원한데...휴...Relax!!

여행 수기가 갑자기 차에 관한 이야기로 샜는데 이왕 샌 김에 이야기 좀 더 해야겠다. 쌓인 게 좀 있다. 남자들 차를 무지 좋아한다. 감빵에 있을 때는 자동차 잡지 사보는 사람들 꽤 많더라. 거의 차랑 연애할 테세인데... 주말이면 마당에서 세차하느라 여념없을 배나온 아저씨들이 떠오른다. 설거지는 한 번도 안 하면서 말이지. 그런데도 참 부지런도 하셔. 차 좋아하는거야 뭐 개인 취향이라 치자. 그런데 차 가지고 사람 평가하고 차 가지고 으시대고 싶은 진상 졸부들 참나...
며칠 전에 택시 타고 가는데 술 취한 아저씨가 택시에 탔다. 택시 기사 듣기 좋은 이야기를 주~~욱 늘어놓더니 아저씨가 호응해주니까 그 때서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차 뭐냐는 둥 내 차는 벤츠인데 몇 씨씨고 더 좋은 걸 사려고 했는데 참았다는 둥... 그러면서 아저씨가 보기에는 어느 기종이 좋아 보이냐는 둥. 하루 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벤츠 몇 씨씨가 더 좋냐고 물어보는 그 시방새 완전 골빈머리.

차도 큰 거 좋아하고 음식은 남아서 버릴 지언정 가득 가득 담아서 대접해야 하고 기분 내키면 집문서라도 팔아버릴듯 허세부리고 명품 브랜드 아니면 쪽 팔리고 집은 넉넉하니 큰 게 좋고.....가끔은 나도 그러니까 뭐 통크고 화끈한 거 좋다 이거야. 말도 안되는 꼬리표 달아서 상대를 격하시키지는 말자 이거지.



>> 교토대학이었던가?? 대학식당에서 먹은 밥. 그릇별로 돈을 받는다. 한국보다는 조금 비싼 편.



>> 왼쪽에 보이는 차를 보여주려고 고른 사진인데...쩝 주인공 등장이오...semi방수 잠바를 입고 달리고 있다. 비를 완전히 막아주진 못하지만 비가 조금올 때는 쓸 만하다. 비가 그치면 좀 덥다.


2. 안전제일주의?? 통제사회??

일본 어디에서나 제복 입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사무직 노동자도, 생산직 노동자도, 학생도 모두 모두 제복을 입는다. 건물 관리인도, 은행원도, 경비원도, 학교 수위도, 배관공이나 전기공도...상대적으로 군인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공장 앞을 지나는데 공장 앞마당에 열을 맞춰 아침체조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거리는 늘 깨끗하고 대체로 뭐든 잘 정돈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그랬다. 이 두 나라가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뭐 좀 비약같긴 하다. 근데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더이다. 그냥 막 연결시킨다. 이런다. 편협하군...

근데 그걸 한국에서도 어지간히 배우지 않았을까? 열맞춰 체조를 보는데 애국조회가 생각났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그런게 많은 부분 일제의 잔재라는 말도 들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일본식 한자어가 많이 쓰인다. 공공영역으로 갈수록 더한데 대체로 관리와 통제가 필요한 곳, 특히 군대나 감옥 같은 곳에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러고보니 갑자기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일본 역시 캠핑 문화가 별로 없는 듯, 가는 캠핑장마다 문을 닫아서 고생했다. 유럽과 달리 캠핑장이 많지도 않은데 그 나마도 성수기 여름 한철 장사다. 그 중 한 캠핑장에는 관리인도 있고 운영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약을 했냐고 묻는다. 캠핑장엔 아무도 없고 텅 비어 있는데 미리 예약을 안 하면 절대 들여보내줄 수 없단다. 절대 자신이 책임지려 하지 않는 태도.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똥이 떨어지는걸 싫어하는 태도. 사람보다 규정이 먼저라는 태도. 그렇지. 한국에서도 늘 볼 수 있는 공무원과 관료들의 태도. 딱 그거다. 아~~구렸다.

광우병 사태 때 일본에서는 어떻게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가가 PD수첩에 나왔다. 전수조사는 물론이고 일본 국내산 사육소에는 유통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전자태그가 달려 있다. 30개월 미만 미국소는 절대 수입할 수 없다는 정부당국자의 인터뷰는 또 어떤가? 사람들은 안전제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의 관리 시스템을 칭찬했다. 일본인은 안전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다. 지진이 잦다보니 그럴 수 있다.  꼼꼼하고 완벽한 장인 정신으로 전세계 시장을 누비는 일본 제품을 보면 이해도 간다.

그런데 그게 안전과 통제는 늘 한 끝 차이라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캠핑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러브모텔에 들어갔다.  산 한 가운데였고 여름에만 문을 연다는 캠핑장을 목표로 달려온터라 딱히 갈 만한 곳도 없었다. 날은 너무 어두웠고 날까지 추워지는데다 비까지 내려 일행의 사기는 급저하. 도저히 어디를 갈 상황이 아니었다. 재정에 무리가 가더라도 그냥 모텔에 들어가기로 했다.
방에 들어가는데 키를 안 주는거다. 그래서 키는 없냐고 물어봤더니 '오토 라끄 시스템'이란다. 쉽게 말해 저절로 잠긴다는 이야긴데... 그럼 안에서도 못 여는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그럼 나갈 때는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데스크에 전화하면 열어준다는 거다. 퓨~~~도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데 왠지 갇힌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까지 외진 시골을 찾아 싸구려 러브모텔에 들어간 커플은 자신들도 열 수 없는 방에 갇혀 러브 러브를 하는거다. 이런 줸~~장. 어디 CCTV는 없는 것인지 원. 안전하긴 할 거 같은데 기분이 찝찝했다.

그러나 저러나 우리는 내일 여행 경로를 짜기 위해 함께 모여 토론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이 방 저 방을 들락거렸다. 그랬더니 아예 문을 열어두더라. ㅋㅋㅋㅋ...게다가 우린 그 안에서 규정을 어겨가며 밥까지 해먹었다. 모텔에서 취사라니~~ 이런 식으로 지낸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암튼 그 주인 우리가 되게 싫었을 거 같다.

꼼꼼하고 세심한 배려라고 보기에는 왠지 통제받는 기분이 들 거 같아서 일본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
한 편으로 이렇게까지 공간을 폐쇄적으로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느끼는 편안함이란. 그닥 지향점이 아니다. 난 지나치게 세심한 배려는 불편하다. 간섭으로 느껴진다.



>> 우리가 떼거지로 잔차질을 하면 대략 이 모양이다. 개성이 강하다고 해야할 지...뭔가 코믹하다. 모냥이 좀 빠지고...그래도 자전거는 잘 굴러간다.



헉...더 쓸려고 했는데 원더걸스 nobody 다운 받아 듣다가...어느새 졸립다.


 
>> 모처럼 맘에 드는 멋진 캠핑장 도착. 아 힘들고 덥다...


>> 바다가 나왔으니 각자 멋진 포즈로 취하라고 했건만...이거 원...


>> 비옷 사입었다. 일제다.


>> 여기에서도 자전거는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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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3] 오사카 까라 도쿄 마데

여행기록을 재밌게 봤다는 이야기에 또 몇 달 만에 글을 쓰는 이 한심한.
오늘은 모처럼 쉬는 날 뒹굴뒹굴 거리다 생각나는 대로 떠 써내려 간다.
디카가 없어 사진을 못 찍었으니 친구들에게 사진을 받아야 하는데 그마저 소극적. 일본 여행기는 아무래도 비주얼이 떨어질 듯. 말로 때우는 자전거 여행 기록이다.


오늘은 대략적인 경로를 이야기해보자.
일본 여행에서는 경로를 미리 짜두지 않았다. 그냥 일본에서 산 지도를 따라 가능한 최단 거리로 달렸다. 산지는 최대한 피하려고 했지만 일본도 산이 많아서 완전히 평지로만 달리기는 어려운 일. 길은 대부분 국도를 따라 달렸다.



>> 한꺼번에 주차해 놓으면 볼 만하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일본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24시간 편의점. 일본 발음으로는 콤비니. 한국에서 자주 보던 편의점들이 사방에 널렸다.



>> 일상적인 일본 시내 풍경. 인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전거 도로. 보행자들보다 자전거 탄 사람들이 더 많다. 곳곳에 주차해놓은 자전거들이 엄청 많다. 일본어로 된 간판들이 그 때를 생각나게 한다. 한국과 차도 진행방향이 정반대다. 처음엔 조금 헷갈렸다.



>>  재패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아톰을 입고 달리는 센쑤.


일본은 자전거 사용이 일상화되어 있다. 평범한 동네 보도에는 행인보다 자전거가 더 많다. 특징이라면 대부분 자전거 도로가 인도와 함께 있다는 정도. 길이 좁은 편이다. 운전자들은 양보심이 넘쳐난다. 안전제일을 지향하는 일본인들, 상대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애쓴다는 일본인들. 그래서 그런지 한국 운전자들처럼 욕을 하거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추월하는 일도 거의 없다. 답답할 정도로 천천히 뒤따라 오는 경우도 많다. 신호도 엄청 잘 지킨다. 신호 대기선이 건널목 한참 앞에 있는데도 거의 그 선을 넘는 경우가 없다. 신호 바뀔 때 꼬리물기도 거의 하지 않고 바로 정지한다. 그래서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도 크게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그래도 역시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위험한 순간이 있다. 한 번은 국도를 따라 신나게 달리다 타이밍을 놓치고 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는데 거의 미친 질주였다. 완전 아찔했다. 그것도 좌우로 푸른 강물이 넘실대는 고가 도로를 거의 10km가까이 달린 거 같다. 정말 무서웠다. 갓길이 없어 엄청 비좁은 틈으로 달렸다. 아차하면 죽겠구나 싶었다. 게다가 나는 물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다리를 건널 때는 심하게 긴장한다. 그 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일념으로 옆도 쳐다보지 않고 미친듯이 달렸다. 평균 시속 30km정도를 계속 유지한 거 같다.
친구들도 모두 마찬가지. 모두 각자 달린다. 거리가 벌어지면서 친구들이 보이지 않는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다. 모두가 혼자다. 혼자 사고가 나도 아무도 모른다. 돌발 상황이 벌어져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빨리, 빨리, 하야끄, 하야끄....허거걱 근데 전용도로가 30분 가까이 끝나질 않는다.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긴장감과 공포심이 생긴다. 제발, 제발...그러다 멀리서 쉬고 있는 친구들을 발견하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운전자의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이 일행을 향해 접근한다. 우리는 고속도로인지 모르고 달렸다, 한국에서 왔다, 처음 왔다, 자전거 여행 초행길이다, 봐달라...그냥 저냥 일본어와 영어와 몸짓을 섞어가며 설명했고...역시 경찰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관대하다.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주의만 주고 떠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위험한 짓이었다.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달렸지만 미리 알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그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은 운전자들 감사하다. 아리가또...


>> 현지. 한결 여유로운 모습으로 독일의 악몽을 씻고 완주.



>> 영국에 가 있는 날맹. 삐쩍 고른 빨래판 갈비뼈. 마른 애들이 자전거를 잘 탄다. 굉장히 잘 탄다.



>> 최고령 오리. ㅋㅋ...귀엽다. 카와이...


>> 새 멤버. 큰머리 조은. 카메라만 들이대면 장난질. ㅋㅋ...저러다 한 번 자빠질 뻔했지...


>> 용석과 날맹. 용석이 독사진이 없다.(쏴리~~~) 용석은 특유의 낙천성으로 일행에게 큰 힘이 되었다.


>> 아침. 힘겹게 산길을 달리고 있다. 제대로 갖춘 모습. 오토바이 폭주족 같다.



그 다음 고비는 산길과 터널. 오르막이 많으면 힘들다. 유럽 여행 과정에서 수 많은 상처를 입은 내 자전거는 3*7=21단 기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을 가야할 때는 좀 답답해진다. 기어를 최대한 낮게 설정하고 죽을 똥 살 똥 밟아야 하는데 앞바퀴 1단은 아예 먹통이다. 기어를 바꿀 때도 힘을 많이 줘야 한다. 그래서 기어를 바꾸기가 조금 힘들었다.
기어를 안 바꾼채 힘으로 올라가려니 당연히 근육에 무리가 가고. 여행 중간 2~3일 정도는 오른쪽 무릎이 심하게 아파서 고생했다. 한 번도 건강이 딸려서, 나이가 들어서 뭔가를 못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내게는 심리적으로 조금 당황스런 일이었다. 이제 나도 몸 관리를 해야할 때가 되었구나 .... 그리고 조금은 신중해지고 조금은 영리하게 행동해야겠구나. 몸만 믿고 까불다가 다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최대한 친구들에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달렸다. 무릎 아픈데 오르막 계속되고 터널까지 나타났을 땐 정말 피똥싸면서 달렸다. 이러다 사고라도 나면 무슨 개죽음이란 말이냐....

이렇게  고통스럽게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기분 최고다. 기분이 좋아지는 내리막길. 경치까지 끝내준다. 왼쪽으로 산이, 오른쪽으로 바다가 보인다. 조금 더 들어가자 울창한 산 속이다. 덥고 습도가 높은 일본 날씨는 4월부터 한국 여름같았다. 식생은 한국과 비슷했지만 훨씬 나무들이 크고 숲도 울창하다. 언젠가 일본으로 등산을 와도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달렸다. 울창한 산 속을 달리는 기분 힘들지만 최고였다.


>> 이런 길이다. 동해안이 생각난다. 달려보고 싶다.


그리고 후반부는 계속 산업도로같은 분위기였다. 도쿄에 가까워질수록 교통량은 많아지고 그 만큼 주변 풍경은 단조롭고 공기는 탁하고 매력은 없다. 마치 서울로 들어가는 느낌처럼. 그렇게 1주일 남짓을 달리고 자전거 여행이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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