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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3] 오사카 까라 도쿄 마데

여행기록을 재밌게 봤다는 이야기에 또 몇 달 만에 글을 쓰는 이 한심한.
오늘은 모처럼 쉬는 날 뒹굴뒹굴 거리다 생각나는 대로 떠 써내려 간다.
디카가 없어 사진을 못 찍었으니 친구들에게 사진을 받아야 하는데 그마저 소극적. 일본 여행기는 아무래도 비주얼이 떨어질 듯. 말로 때우는 자전거 여행 기록이다.


오늘은 대략적인 경로를 이야기해보자.
일본 여행에서는 경로를 미리 짜두지 않았다. 그냥 일본에서 산 지도를 따라 가능한 최단 거리로 달렸다. 산지는 최대한 피하려고 했지만 일본도 산이 많아서 완전히 평지로만 달리기는 어려운 일. 길은 대부분 국도를 따라 달렸다.



>> 한꺼번에 주차해 놓으면 볼 만하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일본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24시간 편의점. 일본 발음으로는 콤비니. 한국에서 자주 보던 편의점들이 사방에 널렸다.



>> 일상적인 일본 시내 풍경. 인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전거 도로. 보행자들보다 자전거 탄 사람들이 더 많다. 곳곳에 주차해놓은 자전거들이 엄청 많다. 일본어로 된 간판들이 그 때를 생각나게 한다. 한국과 차도 진행방향이 정반대다. 처음엔 조금 헷갈렸다.



>>  재패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아톰을 입고 달리는 센쑤.


일본은 자전거 사용이 일상화되어 있다. 평범한 동네 보도에는 행인보다 자전거가 더 많다. 특징이라면 대부분 자전거 도로가 인도와 함께 있다는 정도. 길이 좁은 편이다. 운전자들은 양보심이 넘쳐난다. 안전제일을 지향하는 일본인들, 상대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애쓴다는 일본인들. 그래서 그런지 한국 운전자들처럼 욕을 하거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추월하는 일도 거의 없다. 답답할 정도로 천천히 뒤따라 오는 경우도 많다. 신호도 엄청 잘 지킨다. 신호 대기선이 건널목 한참 앞에 있는데도 거의 그 선을 넘는 경우가 없다. 신호 바뀔 때 꼬리물기도 거의 하지 않고 바로 정지한다. 그래서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도 크게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그래도 역시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위험한 순간이 있다. 한 번은 국도를 따라 신나게 달리다 타이밍을 놓치고 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는데 거의 미친 질주였다. 완전 아찔했다. 그것도 좌우로 푸른 강물이 넘실대는 고가 도로를 거의 10km가까이 달린 거 같다. 정말 무서웠다. 갓길이 없어 엄청 비좁은 틈으로 달렸다. 아차하면 죽겠구나 싶었다. 게다가 나는 물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다리를 건널 때는 심하게 긴장한다. 그 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일념으로 옆도 쳐다보지 않고 미친듯이 달렸다. 평균 시속 30km정도를 계속 유지한 거 같다.
친구들도 모두 마찬가지. 모두 각자 달린다. 거리가 벌어지면서 친구들이 보이지 않는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다. 모두가 혼자다. 혼자 사고가 나도 아무도 모른다. 돌발 상황이 벌어져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빨리, 빨리, 하야끄, 하야끄....허거걱 근데 전용도로가 30분 가까이 끝나질 않는다.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긴장감과 공포심이 생긴다. 제발, 제발...그러다 멀리서 쉬고 있는 친구들을 발견하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운전자의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이 일행을 향해 접근한다. 우리는 고속도로인지 모르고 달렸다, 한국에서 왔다, 처음 왔다, 자전거 여행 초행길이다, 봐달라...그냥 저냥 일본어와 영어와 몸짓을 섞어가며 설명했고...역시 경찰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관대하다.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주의만 주고 떠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위험한 짓이었다.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달렸지만 미리 알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그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은 운전자들 감사하다. 아리가또...


>> 현지. 한결 여유로운 모습으로 독일의 악몽을 씻고 완주.



>> 영국에 가 있는 날맹. 삐쩍 고른 빨래판 갈비뼈. 마른 애들이 자전거를 잘 탄다. 굉장히 잘 탄다.



>> 최고령 오리. ㅋㅋ...귀엽다. 카와이...


>> 새 멤버. 큰머리 조은. 카메라만 들이대면 장난질. ㅋㅋ...저러다 한 번 자빠질 뻔했지...


>> 용석과 날맹. 용석이 독사진이 없다.(쏴리~~~) 용석은 특유의 낙천성으로 일행에게 큰 힘이 되었다.


>> 아침. 힘겹게 산길을 달리고 있다. 제대로 갖춘 모습. 오토바이 폭주족 같다.



그 다음 고비는 산길과 터널. 오르막이 많으면 힘들다. 유럽 여행 과정에서 수 많은 상처를 입은 내 자전거는 3*7=21단 기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을 가야할 때는 좀 답답해진다. 기어를 최대한 낮게 설정하고 죽을 똥 살 똥 밟아야 하는데 앞바퀴 1단은 아예 먹통이다. 기어를 바꿀 때도 힘을 많이 줘야 한다. 그래서 기어를 바꾸기가 조금 힘들었다.
기어를 안 바꾼채 힘으로 올라가려니 당연히 근육에 무리가 가고. 여행 중간 2~3일 정도는 오른쪽 무릎이 심하게 아파서 고생했다. 한 번도 건강이 딸려서, 나이가 들어서 뭔가를 못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내게는 심리적으로 조금 당황스런 일이었다. 이제 나도 몸 관리를 해야할 때가 되었구나 .... 그리고 조금은 신중해지고 조금은 영리하게 행동해야겠구나. 몸만 믿고 까불다가 다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최대한 친구들에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달렸다. 무릎 아픈데 오르막 계속되고 터널까지 나타났을 땐 정말 피똥싸면서 달렸다. 이러다 사고라도 나면 무슨 개죽음이란 말이냐....

이렇게  고통스럽게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기분 최고다. 기분이 좋아지는 내리막길. 경치까지 끝내준다. 왼쪽으로 산이, 오른쪽으로 바다가 보인다. 조금 더 들어가자 울창한 산 속이다. 덥고 습도가 높은 일본 날씨는 4월부터 한국 여름같았다. 식생은 한국과 비슷했지만 훨씬 나무들이 크고 숲도 울창하다. 언젠가 일본으로 등산을 와도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달렸다. 울창한 산 속을 달리는 기분 힘들지만 최고였다.


>> 이런 길이다. 동해안이 생각난다. 달려보고 싶다.


그리고 후반부는 계속 산업도로같은 분위기였다. 도쿄에 가까워질수록 교통량은 많아지고 그 만큼 주변 풍경은 단조롭고 공기는 탁하고 매력은 없다. 마치 서울로 들어가는 느낌처럼. 그렇게 1주일 남짓을 달리고 자전거 여행이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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