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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2] 출발, 배를 타고 오사카로

이번 일본 자전거 여행 일정은 대략 보름 정도였다. 그 가운데 실제 자전거로 이동하는 날은 대략 7~8일.
일단 부산까지 이동한 후 -> 오사카행 배를 타고 -> 도쿄까지는 자전거로 이동한 후-> 도쿄에서 대략 비비적대다가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단계별로 상세하게 서술해보자.


1. 서울->부산->오사카로 이동


자 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자전거가 얼마나 강력한 이동수단인지 알게 된다. 사람의 몸으로 직접 움직이는 수단 가운데는 가장 빨라서 나중에 이동한 거리를 보면 자신이 놀랄 정도다. 그렇지만 자전거를 쓰지 않을 때는 자전거는 엄청 짐스럽다. 크기나 무게가 만만치 않아서 운송이 매우 불편하다. 그나마 자전거 전용 공간이 있는 유럽은 좀 낫지만 한국에서 자전거로 일상을 영위하기란 참으로 힘겨운 노릇이다. 그래도 길이 있는 곳에 뜻이 있다고 열심히 연구하고 몸으로 부대끼면 수많은 꼼수와 해법이 나온다. 자전거여행 초반이 가장 힘겨운 이유는 자전거를 여행 출발지까지 나르는 일이 만만치 않아서다. 유럽에 갈 때는 자전거를 해체해서 자전거 전용 박스에 포장한 후 밴을 불러서 공항까지 이동했다. 비행기 선적은 생각보다 쉬었다. 비행기는 대형화물도 문제없이 실어준다. 대한항공이 경우 1인당 20kg까지 문제없이 짐을 실어주는데 좋은 자전거는 무게가 10kg 안팎이다. 여행 짐까지 더 실을 수 있고 살짝 20kg이 넘어도 보통 다 봐준다.

이번에는 또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유럽 때와는 달리 일단 부산으로 간 뒤에 오사카까지 배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동경로가 복잡해진다.

집->지하철 5호선 까치산->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김포공항 터미널->비행기->김해공항->부산 국제선 여객터미널->팬스타 페리->오사카


이 동 과정마다 자전거와 짐을 어떻게 이동시킬지 미리 다 계획을 짜야 한다. 이 번에는 자전거 전용 가방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해체한 뒤 패킹하고 페니어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지하철로 이동. 그야말로 살인적인 무게다. 같이 가는 친구 중에 힘이 좀 달리는 친구들은 무사히 공항까지 올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 예상대로 어깨가 조금 까지고 붉게 피멍이 들었다. 근데 더 짜증나는 건 자전거 가방을 G마켓에서 구입했는데 싼 게 비지떡이라고 바느질도 엉성하고 천도 약해서 금방 뜯어졌다. 정말 어찌저찌해서 공항까지 매고는 갔지만 죽을 맛이었다.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 역에 내려서 터미널까지 들어가는 길도 열라 길어서 피똥쌀 뻔했다. 항공 운송 시스템도 많이 좋아져서 자전거에 'fragile(깨지기 쉬운)'이란 딱지를 붙이고 조심스럽게 다뤄준다.

김 해공항에 무사히 도착. 여기서 또 부산 국제선 여객 터미널까지 가야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다들 너무 지친 상태라 밴을 불러서 이동. 자전거 3대와 3명 이동하는데 5만원 줬던 거 같다. 미리 계획한대로 일본가는 배편을 이용하려고 오사카행 티켓을 끊었다. 팬스타 크루즈 페리는 하루 한 번 오후 3시에 오사카로 출발한다.(물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배는 더 많다.) 유류세 포함해서 13만 7천원을 줬다. 그리고 자전거 운송이 문제인데 일반 화물은 8천원의 운송비를 받는데 자전거는 특수화물이라고 한 대당 4만원을 요구한다. 그런데 역시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친구들이 가만 있을리 없다. 해체해서 포장까지 해왔는데 그냥 싣고 가겠다고 우기다가 끝내는 해운사 직원까지 나와서 '망가져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고 그냥 8천원에 실었다. 참 대단한 애들이다~~ 경우에 따라 자전거가 한 때 뿐이거나 미니벨로같이 작은 자전거는 그냥 들고 타도 눈감아 준다는데 우리는 일행도 많고 짐도 많아서 짐을 내려놓고 휴식만 해도 사람들이 신기하다고 구경할 정도니...이건 내가 봐도 눈감아주기는 힘들고...적당히 쇼부보고 운송비 깍아주는 수준에서 그치려 했는데 나보다 더 강력한 친구가 하나 있어 기어이 끝을 본 것이다.

그렇 게 하루를 자고 다음날 오전에 오사카에 도착했다. 중간에 현해탄을 건너면서 검은 바다란 이름에 걸맞는단 느낌이 들었지만 크게 멀리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인지 그닥 흥분되지는 않았다.  눈에 보이는 풍경들도 비슷하고 오며가며 배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낯익고...그 만큼 일본과 한국은 문화적으로나 심리적으로도 거리가 많이 좁혀진 느낌이다. 맥주bar에서 한 병에 7~8천원이나 하는 아사히나 기린 맥주를 300엔(대략 3000원)에 뽑아먹으며 이 번 여행에서도 일본 맥주를 엄청 마셔대리라 다짐했다.

>> 역시 잠부터 자고 본다. 오사카가는 배 밖




>> 그리고 바로 술. 여행갈 때마다 맥주를 미친듯이 사마신다. 국내에서 먹는 거보다 훨씬 싸니까...

>> 오밤 중. 밤바다를 배경으로 장난도 쳐보고.



2.  오사카 도착 -> 오사카 시내 1박

오 사카에 도착하자마자 패킹한 자전거를 다시 풀러 조립에 들어간다. 2년전 유럽에 갈 때는 엄청 개고생을 했었는데 이제는 다들 조립이 능수능란한다. 역시 큰 일을 한 번 겪어야 제대로 배운다. 여행에 필요한 공구도 이미 다 갖추어진 상태라 무리없이 조립 완료. 게다가 자전거 장비들이 업그레이드 되고 무엇보다 패니어를 달아서 이동 준비 시간이 크게 단축되었다.
오사카는 일본에서도 꽤 큰 도시에 속한다는데 지금은 지역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도시가 많이 쇠퇴한 느낌을 준다.  첫 인상은 오래된 인천과 조금 비슷해서 항만을 끼고 있는 공업도시로 인식했다. 시내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달라지겠지만 오사카가 번화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드디어 자전거가 출발. 일상에 찌들었던 오감을 열어제끼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한다. 눈과 귀, 코와 잎, 팔다리를 비롯한 모든 신체기관이 일제히 새롭게 쏟아져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를 분석할 채비를 갖춘다. 보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남기기 위해 보이는 모든 것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울 준비를 한다.
지도를 샀다.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가는 여러 가지 길을 두루 살핀후 대략적인 루트를 짜고 중간 중간 거점 역할을 할 캠핑장을 찾아본다. 대부분은 국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대략적인 루트를 짜는 건 어렵지 않으나 세밀하게 들어가면 고려할 사항이 많아진다. 일단 최대한 산지는 피해야 한다. 가는 길에 터널은 없는지도 살핀다. 자전거에게 터널은 공포의 대상이다. 자전거를 집어 삼킬 듯 소리는 크게 확대되고 갓길이 거의 없어 공간이 협소해진다. 습습한 느낌까지 더해 기분이 나빠지고 언덕이나 급커브길까지 끼고 있으면 위험도가 배가 된다. 그래서 최대한 터널은 피하고 싶다. 또 터널이 자주 나온다는 이야기는 고지대란 이야기니까 자전거를 타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캠핑장은 대부분 산을 끼고 있을테니 어쩔 수 없이 오르막을 자주 만나겠지만 최대한 편하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보고 또 보게 된다.
이럭저럭 출발 준비는 다 끝난 거 같다. 가장 힘겨운 자전거 운송 시간도 끝났고..첫 날은 오사카에서 일박.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 일본에 도착. 정말 깔끔하다. 예상대로 자전거를 엄청 많이 사용한다. 그 만큼 자전거 타기도 좋다.



>> 익숙한 풍경. 편의점은 대부분 일본에서 들어왔다.


 

>> 준비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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