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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5] 일본인의 생활2

>> 배려와 미루기

일본에 대해선 늘 많은 말을 듣는다. 어릴 적에는 대부분 책에서 접한 내용을, 이제는 미디어에서 접한다. 텔레비젼이든 포털이든 일본에 대한 이야기는 늘 차고 넘친다. 역사나 정치 문제로 반일감정이 심한 탓에 욕도 많고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 등 일상 깊숙이 들어온 일본문화에 대한 호감 때문에 칭찬도 많다. 일본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 온다. 한국어 강사인 누나는 수강생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본 사람들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래 저래 일본은 이제 정말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

언제나 일반화의 오류는 조심해야 겠지만  마음대로 느낀 것을 적어본다.

일본인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행사에 들러 만난 아나키스트들과, 빌려 쓴 숙소에서 만난 일본인들 몇몇을 제외하면 10여일 남짓한 여행에서 많은 일본인을 만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워들은 얘기를 억지로 짜 맞추는 것일지도.

일단 대화나 행동에서 늘 상대를 의식하고 배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인들은 화(和)를 중요하게 여긴단다. 어느 책에선가 섬나라에서는 화합과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특징이 있다는 내용을 읽었다. 사회갈등을 무마시키기 위해 외부로 시선을 돌리기 마련인데 섬나라는 지형이 고립되어 있어 그게 쉽지 않다며. 그래서 내적으로 조화를 강조하게 된다며. 섬나라인 영국과 일본에서 상징적으로 왕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국민통합의 상징성 때문이라며.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튀는 존재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개인보다는 집단을 강조하고. 그러다보니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존재는 이지매(집단 따돌림) 당하고. 사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니 늘 안으로만 침잠해서 오타쿠가 히끼코모리가 사회적 현상이 된 것도. 옴진리교 사건이 발생한 것도. 비디오 게임을즐기는 것도. 이런 식으로 분석하니 대충 설득력은 있다.

뭐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인들이 상대를 많이 의식하는 것은 맞다. 일본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을 만나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본인들은 상대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애쓴다. 그러다보니 말이나 행동이 늘 조심스럽고 돌려 돌려 말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자기 속내를 쉽게 비치지 않기 때문에 직설적이고 솔직한 성격의 사람은 조금 답답하고 짜증나게 느낄 수도 있다. 나를 포함한 친구 몇몇은 답답해서 절대 일본에 살지 못할 거 같다고 했다.

예를 들면 사랑을 고백할 때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라는 표현보다는 '제 사랑을 받아줄건가요?'가 더 잘 어울리고 이미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친구에게 물건을 빌릴 때조차 '내가 그걸 좀 빌려도 될까?'라고 물을 정도로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선물을 받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답례를 하지 않으면 그것도 폐를 끼친 것이라 생각한다니.

지나친 배려는 피곤하다고 이미 앞서 말했지만. 이와 같은 소통 방식은 내게는 쥐약이다. 돌려 말하고 있는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정신력을 집중해야 하니 엄청 짜증이 날 것이다. 게다가 표현도 조심스럽게 해야 하고 실수로 거친말이 나온다면 또 미안하단 말을 몇 번이고 해야할테니. 생각해보면 일본어에 욕이 거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인 듯.  인사는 또 어찌나 자주 하는지 아리가또랑 스미마셍은 확실히 배운 거 같다. 상대가 실수를 하면 미안하단 말을 하도 자주해서 괜히 내가 더 미안해질 거 같고. 상대가 고맙다는 말을 너무 자주하면 또 짜증이 날 거 같다.
그리고 지나친 배려는 어찌보면 선택을 늘 상대에게 미루는 것과도 같다. 이와 같은 태도는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고 그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령 연애를 하는데 매번 이런 식이라고 쳐보자.

'뭐 먹고 싶어?'
'넌 뭐 먹고 싶은데?'
'난 아무거나...너가 먹고 싶은 거 먹자.'
'아니 난 너가 하고 싶은대로 할께.'
......


물론 어떤 성격이든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일본 사람들은 정말 예의바르고 친절하단 느낌을 받는다. 꼼꼼하고 세심하다. 철저하다는 말도 잘 어울린다. 나중에 일본에서는 못 살 거 같긴 하지만 일본 친구들도 사귀어 보니까 재밌더라.



>> 예쁜 가로수, 거리는 정말 깨끗하다.


>> 교토대학 미술 동아리 모집 광고. 귀엽다.


>> 이건 검도부겠지?? 크...많이 보던 만화다.



>> 번화가. 쇼핑을 위해 들렀다 .명동같은 느낌. 익숙한 ABC마트가 보인다.


>> 인도에 주차된 자전거들. 겁내 많다.



>> 우리가 7일간 머무른 일본인 친구 집. 넷이서 같이 살고 있었다. 모짱이라 불리는 재일교포 2세와 일본인 친구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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