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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갑자기 이틀만에 우리가 만든 청국장 가루가 26통이 팔렸다.

 



가마솥에 콩을 삶아 깨끗한 볏짚을 깔고 따뜻한 아랫목에서 2~3일 정도 띄우면 끈적끈적한 진이 나오기 시작하고 발효되어 청국장이 된다. 우리는 그것을 햇볕에 잘 말려 가루를 내어 팔고 있다. 아침 공복에 요구르트나 우유에 한 스푼씩 타서 먹으면 변비에 효과가 있고 다이어트에도 좋고 암도 예방해 준다고 한다. 정식으로 식품 제조 허가가 나오면 이름도 지어서 라벨을 붙여 본격적으로 홍보할 생각이고, 그동안은 제품의 질을 높이고 생산력을 향상하는 데 주력했다. 지인을 통해 조금씩 주문받아 팔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갑자기 대량으로 팔리기 시작한다. 이틀만에 26통이면 우리가 이걸 처음 만들어 팔기 시작했던 몇달 전의 한달 매출과 맞먹는다.

 

내가 게으른 탓에 아직까지 허가를 내지 못했고, 본격적인 홍보를 하지 않은 것에 비하면 꽤 좋은 성과다. 우리팀의 주력 상품을 된장으로 생각하고 부수적으로 두부와 함께 생산을 시작한 아이템인데 반응이 좋아 뿌듯하다. 더구나 한번 먹어 본 사람들의 재구매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어서 더욱 발전 가능성이 보인다. 

 

그런데.. 작은 성과와 가능성에 내가 이렇게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팀원들은 알고 있을까?

 

굳이 힘들 줄 알면서도 무쇠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콩을 삶아내고 아랫목 온도를 세심하게 신경써서 깨끗한 짚과 이불을 덮어 발효시키고 건조기계에 넣지 않고 하우스 안에서 태양의 힘으로만 건조시켜야 한다고 바락바락 우기는 나에 비해 '전통방식'만이 최고는 아니라고 좀 쉬운길로 가자고 했던 우리 팀원들에게 결국 전기 건조기와 분쇄기를 양보했다. 그런데 팀원들은 분쇄기는 쓰지만 결국 말리는 것은 전기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고맙다.  자연이 만들어주는 것과 전기로 구워낸 것은 아무래도 효능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신뢰를 보여준 팀원들이 너무 고맙다.

 

어쩌면 계속해서 이렇게 청국장 가루가 반응이 좋으면 우리의 주력상품이 된장에서 청국장 가루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다음달 부터 우리는 다시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콩을 삶아 낼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더디지만 발효기 대신에 아랫목에서 청국장을 띄우고 햇볕에 청국장을 말리는 일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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