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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연설의 기묘한 위화감

얼마전에 메가왕의 '인민과의 대화'를 한동안 봤었는데, 볼 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메가왕의 연설과 발언에는 이상한,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던 것 같다.

 

메가왕이 왕의 자리에 오르고 난 후 줄기차게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것은 별 할말이 없는데, 메가왕은 계속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전 국민이 단결하여 경제를 살리자', 혹은 '노력하자.'라는 말을 많이 써왔던 것 같다. 즉, '지금 세계 경제가 어렵다. 우리 국민들이 힘을 합쳐 이 위기를 극복해보자, 나도 노력하고 있다.'라는 식의 발언이 많았던 것 같다.

 

'우리 국민', '전 국민'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좀 위화감을 느낀 것 같다. 아니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라고 아직도 박정희 식의 '전국민', '전 인민'이라는 말을 쓰느냐 말이다. 그렇게 국민 경제를 외치며 국민들의 단결을 요구하던 시대는 IMF 극복으로 이미 끝난 것 아닌가?

 

내가 전에도 썼듯이 IMF 경제위기로 인해,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이 도입되면서 인민들이 뼈 속 깊이 깨달았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국민 경제'라는 것은 허구라는 것이다. 인민들은 이제 어떤 경제 정책이 국가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완전히 거짓이요, 특정한 계급과 계층에게만 이득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로 '나'에게 도움이 될 지 아닐지를 가지고 경제 정책을 평가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고 각종 지원을 해봤자 그것이 고용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복지 정책을 강화한다고 해도 그것이 보통의 중산층에게는 증세를 상징하는 것일 뿐이다. 또한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이미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위기의 여파야 국내 경제 어디든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거기에 따르는 대응과 지원은 나에게는 아무 소용 없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황제가 자국의 금융 위기에 대하여 '우리 어메리칸이 단결하여 이 위기를 극복합시다.' 라고 이야기하고 다닐까? 국방과 관련된 사안에서 그리고 앞으로의 자국의 비젼에 대해 말할 때에는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미국'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듣긴 하지만 그것이 미국인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한 미국을 위해서 자신이 뭔가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결코 미국인에게 '미국'의 이름으로 무언가를 요구한 적은 없다.(전쟁 제외) 경제 위기와 관련해서 미국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이상한 지도자로 취급받지 않을까? 미국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경제 위기가 닥치면 그 원인이 무엇이었음을 밝히고 그에 따른 처방을 발표하며 그 결과에 따라서 합당한 비판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지도자는 위기의 책임을 마땅히 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며, 결코 인민들에게 '힘을 합치자.' 등의 뻘소리를 해대지는 않는다. 그런 말을 한다면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한다고 욕을 바가지로 쳐먹을 것이다.  

 

메가왕은 이미 경제가 충분히 신자유주의화가 되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 왜 그 발언은 아직도 20세기 국가경제의 냄새를 풍기고 있는 것일까? 이것이 나에게 꽤나 불편하게 들렸던 것 같다. 나의 기억이 맞다면 예전 상왕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내가 들어본 기억이 없다.

 

어쨌든 메가왕의 이같은 발언은 상당히 모순적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통해서 이제 국민들의 모든 살림살이를 국가가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예견해 놓은 상태에서 즉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고용은 지지부진하고, 노동자 파업은 강력하게 탄압하는 그런 국가에서 '힘을 합치자'라니?'

 

그런 유치한 이야기에 인민들은 이제 속지 않는다. '어렵지만 참고 힘을 합치자'라고 해서 나중에 경제가 좋아지면 어느정도 혜택이 돌아올까?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세계 경제가 다시 회복된다고 대학 등록금이 인하될까? 석유값과 전기세, 수도세, 난방비 같은 세금이 인하될까? 취업률이 올라갈 수 있을가? 집값이 안정될 수 있을까? 지랄하지 말자. 그리고 지랄하지 마라.

 

메가왕의 발언은 마치 직업 군인들에게 주던 각종 혜택은 축소하고 불만을 크게 억압하면서 힙을 합쳐 나라를 지켜보자고 말하는 것 아닌가? 아쉬우면 국민 찾고 불편하면 법 강조하는 것이 메가왕의 방식이란 말인가?

 

메가왕이 경제를 확실히 챙길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메가왕이 아니더라도 그 누구가 왕이 되어 있든 지금 지배세력이 확실히 주상을 지지하는 한, 경제에 파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메가왕을 지지하는 것일 수는 없다. 메가왕은 확실히 사회적 약자에게는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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