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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황제폐하

 예전에 오바마가 아메리카의 황제로 당선이 되었을 때,  호들갑을 떨었던 것은 제국 현지 뿐만 아니라, 사대번방인 우리 남쪽 조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황상이 살아온 생애와 업적들, 그리고 그의 출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의 인종과 더불어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가 쓴 책들이 고속으로 조선에 소개되어 팔려나갔고, 심지어 황상의 연설 CD도 책과 함께 팔려나갔다.

 

황상께서 지금의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대부분의 조선의 식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마땅히 그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즉 앵글로-색슨계 백인이 차지하던 제국 내의 최고 권력의 자리를 그동안 천대받고 차별받았던 흑인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그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황상은 흑-백 혼혈이긴 하다. 어쨌든 이와 같은 현상은 제국의 민주주의가 가진 장점과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허나 최근의 사태와 황상이 행하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환상은 깨지고 만다. 오바마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조선의 식자들은 마치 당장이라도 이제 아메리카가 군자의 나라가 되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황상께서는 아프카니스탄에 새로운 제국군을 파병하기로 결심을 하여 그동안의 황상의 이미지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특히나 그동안의 북조선에 대한 행보는 되려 북조선을 자극하여 위기를 키운 측면도 있었다. 얼마전에 있었던 북조선의 2차 핵실험은 사실상 황상이 황제의 자리에 오른 이후 의도적으로 북조선을 무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래도록 제국에 반대해온 북조선은 황상의 즉위 이후 예전의 유화적인 제국의 제스처를 기대하고 있었으나 황상은 되려 북조선을 기다리게만 하고 무시하는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황상께서는 후보시절에 북조선 추장 김정일이나 이란의 족장과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해오지 않았는가? 그러나 즉위 이후 황상은 돌변하여 북조선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것도 끝까지 '미사일'이라고 하지를 않나 발사 이후에는 강력한 제재를 실시하여 반도의 긴장감을 높여왔다. 핵 실험 이후에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황상도 역시 제국의 황제라는 것이다. 황상이 개인적으로 얼마나 뛰어나고 진실되고 착하고 멋진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가 제국의 황제라는 점에서는 그간의 환상을 깰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제국답게 그는 제국에 반대하는 오랑캐들에게 결코 먼저 양보하거나 유화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제국의 자존심이다.

 

아프카니스탄으로 돌아가보자. 아프카니스탄은 예전 부시 황제 시절, 9.11 참사가 일어났을 때, 당시 아프카니스탄을 지배하던 탈레반 정권은 '우리 소행이 아니다.'라고 발표했음에도 멋대로 그 배후로 지목되어 제국군에 의해서 무너진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친제국 정권이 들어섰음에도 탈레반의 지엽적인 저항은 계속되었고, 친제국 정권은 부패하여 인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이제 아프카니스탄 전국토의 과반수가 사실상 탈레반의 수중으로 넘어갔고, 탈레반의 수장인 오마르도 건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탈레반은 제국군 사령관에게 항복과 철수를 요구할 정도로 강력해졌다. 이런 상황에 황상은 아프카니스탄에 추가 파병을 결정하였다. 또다시 전쟁의 포화가 멈추지 않을 듯하다. 이제는 9.11 참사의 배후도 민주주의의 확산도 뭣도 아니라 오로지 제국의 자존심과 민족의 자존심만 남은 상황이다.

 

그런 곳에 파병을 하고 황상은 노르웨이의 선비들에게 평화상을 받았다.  학살과 분쟁을 다시 일으킨 황상이 평화상이라니 극동의 한 행인으로서는 어이가 없음을 감출 수 없다. 이제 황상에 대한 환상을 깨버릴 때이다. 황상의 전쟁책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며 서투르고 어색하고 거칠기만 한 황상의 대외정책은 불안하여 볼 수 조차 없다. 이건 뭐 부시 황제가 다시 살아나 오바마 황상에게 씌워져 그 안에서 더 이상한 정책들이 흘러나오는 것 같다.

 

이제 황상에게 아무 것도 기대하지 말자. 그가 어떤 피부색을 가졌건 얼마나 감동적인 말을 하건 제국인이 아닌 나로서는 그저 제국의 황제 폐하로서만 보일 뿐이다. 물론 제국의 민주주의의 장점은 우리 조선과 주상 전하께서 배워야 하겠지만 황제 폐하는 우리 조선이 오랫동안 사대해 왔던 그런 제국의 그런 황제인 것이다.

 

허나 이제 제국은 쇠퇴하고 있다. 최근의 경제위기를 아메리카가 극복한다고 해서 제국이 예전의 국세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달러가 언제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잃어버릴지 이제 또 한번의 위기가 닥친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세계 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으며 인도,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도 이제 슬슬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다. 황상은 그런 제국의 쇠락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낼지 급격하게 쇠락을 맞이할지 조정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 우리가 언제까지 바다 건너 황제 폐하의 인품에만 빠져서 잿빛 환상만 품고 있을 것인가. 언제가지 오바마 황제의 연설만을 듣고 자빠져 있을 것인가. 언제까지 황제 폐하께 지성사대만 펼칠 것인가. 이제 그만 눈을 씻고 황상을 바라볼 때이며 황상 뿐만 아니라 제국을, 이 전 세계를 바라볼 때이다.

 

황상을 보면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생각난다. 그는 전쟁터에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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