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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시청광장에는 경찰에게는 시민도, 기자도, 국회의원도 안중에 없었다

5월 29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국민들 마음 속에 자리잡은 '노무현'이란 울림은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인간 '노무현'이던, 정치인 '노무현'이던 상관없이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 나라의 위정자들에게 국민들은 큰 분노와 함께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지난달 29일 저녁부터 30일 오전 5시 30분경까지 시민들은 다시 찾은 서울광장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아울러 현 정부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고, 소통이 부재된 이 나라를 국민들이 힘을 모아 국민의 목소리를 정부에 일깨워주고자 자유발언과 함께 논의가 이뤄졌다.

마치 작년 여름을 관통했던 '촛불'이 다시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작년에도 그랬듯 경찰은 동틀 무렵이 되자 평화로운 거리와 시청광장 그리고 대한문에 마련된 분향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경찰들은 30일 새벽 5시쯤 헬멧을 쓰고, 방패를 들어 시민들을 거리에서 몰아낼 준비를 했다. 그리고 5시 30분이 되자 방패 앞에 있던 20여명의 시민들을 순식간에 길가로 몰아내고 그 넓은 대로를 가득 메운 채 시청광장을 향해 진격했다.

시청광장 입구에 다다르자 시청광장에 있던 시민들은 화들짝 놀라며 밀물이 빠지 듯 광장 밖으로 빠져나갔고, 무대 위에서 자고 있던 일부 시민들은 어쩔줄 몰라 허둥지둥거렸으며, 기자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경찰이 시청광장을 진압하는데 걸린 시간은 10분도 채 안 되는 듯 했고, 일부 경찰은 시청광장으로 들어오지 않고 대한문 앞 분향소로 이동해 분향소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시민들이 빠져나간 그 넓은 광장은 순식간에 경찰버스로 둘어싸여졌으며 남아 있던 몇 명의 시민은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광장에서 나가라고 하느냐?"며 따져 물었지만 경찰들은 이내 항의하던 시민을 연행했고, 그 연행을 막기 위해 나선 시민을 폭행에 의식을 잃게 만들었다.

현장을 취재하던 민중의소리 기자를 밀쳐 쓰러트려 놓고서는 집단 폭행을 가하기도 했고, 무대에서 부상자를 취재하던 OBS 카메라 기자를 밀쳐내고, 끝까지 취재를 하던 YTN 기자를 "내려가라"고 소리치고 윽박질렀다.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에 기자들이 항의했지만 그들은 들은 척도 안 했다. 실제로 취재하던 나를 팔꿈치로 치고 가길래 "왜 기자를 때리느냐?"고 바로 항의하자 "내가 언제 그랬냐?"며 정색을 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경찰의 폭생과정에서 안경을 잃어버려 기자들과 시민들에게 안경을 찾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고, 경찰의 폭력에 정신을 잃었던 60대로 보이는 시민은 구급차가 도착할 때 쯤 의식이 돌아왔다.

시민들과 끝까지 남아있었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현장 책임자가 누구냐?"며 현장에 있던 경찰간부들에게 따져 물었지만 그들은 "나는 모른다"로 일관하며 자리를 피하기 급급했다.

결국 나중에 찾아낸 남대문경찰서장은 이 의원이 "당신이 현장 책임자냐?"는 질문에 끝내 답을 하지 않았고, 이 의원은 "당신이 지시한 거냐? 아니면 서울시경에서 지시한 거냐?"며 따져 물었지만 그 질문에도 역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의원이 "상황 보고하라"고 지시하자 "카메라가 많아서... 카메라 치우면 얘기하겠다"고 답변했다. 언론에 꿀리는 것이 있지 않았고, 만약 경찰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는 소신이라도 있었으면 그렇게 대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남대문경찰서장은 부하직원들이 몸으로 이 의원과 보좌진 그리고 기자들을 막아주는 사이 줄행랑을 쳐 경찰들 속으로 사라졌다.

이 의원은 "거기 서"라며 명령했지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기 바빴다. 게다가 한 경찰(나를 팔꿈치로 때린)은 "국회의원이면 다야"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기도 했다.

5월 30일 새벽 고인을 추모하는 분향소는 쑥대밭이 됐고, 그 건너편에 있는 서울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만든 시청광장에는 시민도, 기자도, 국회의원도 없었다.

오로지 경찰들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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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광장으로 가는 인도 벽에 가지런히 놓인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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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민이 서울광장 한 쪽에는 용산 희생자를 위한 분향소에 예를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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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에서 마련한 공간에 시민들이 촛불을 밝혀두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당은 달라도 예를 표하는 마음은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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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만에 다시 든 '촛불'. 시민들은 평화롭게 촛불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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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시민이 도로 한복판에 놓아둔 촛불 너머로 전경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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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5시경 전경들은 헬맷을 쓰고, 장비를 갖추며 곧 있을 진압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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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들 앞에 놓은 노란 풍선들.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마음이었지만 경찰들은 무참히 풍선을 터트리고는 진압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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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도에 있던 시민 20여명과 기자들을 방패로 밀어내는 전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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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지휘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무전을 주고 받으며 서울광장의 시민들을 분산시키기 위해 경력을 이동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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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들이 서울광장 입구에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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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순식간에 서울광장 주변을 에워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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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을 몰아내고 서울광장을 점거한 경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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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광장에는 소수의 시민들과 기자들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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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시청광장에서 나가라는 말에 항의하던 한 시민을 연행하고 있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항의해 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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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또 다른 시민 한 명을 연행하려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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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의 시민들이 합세하여 강제연행을 막고자 경찰에게 달려들고 있다. 경찰 오른쪽에 보이는 중년 신사는 결국 경찰들에게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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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시민을 연행하려 하자 주위에 있던 여성들이 달려들어 경찰을 제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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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한 시민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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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진압 현장을 촬영하고 있던 카메라를 손을 들어 막으려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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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강제해산을 막으려다 부상을 당한 60대로 보이는 시민. 이 시민은 의식을 잃었다가 구급차가 도착할 때 쯤 의식을 찾아 병원에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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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상당한 시민을 무대 위에서 촬영하던 OBS 카메라 기자를 경찰들이 밀쳐 무대 아래로 떨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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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상당한 시민을 취재하던 YTN 촬영기자를 경찰이 "내려가라"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YTN 촬영기자는 "찍고 내려가겠다"며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촬영을 한 후에 무대 단상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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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과 취재기자들을 채증하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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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보좌진이 경찰에게 "현장책임자가 누구냐?"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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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간부는 이정희 의원 보좌진의 물음에 "난 아니다", "잘 모르겠다"를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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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의원이 "현장 진압에 대해 보고하라"고 남대문경찰서장에게 명령했지만 서장은 "카메라를 치우면 얘기하겠다"고 대답하고는 계속되는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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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남대문경찰서장은 이 의원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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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원과 보좌진 그리고 기자들이 자리를 피하는 남대문경찰서장을 에워싸고 질문을 하는 중간에도 경찰은 이 의원과 주변 사람들을 채증했다. 이 의원은 "카메라 치우세요"라며 명령했지만 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채증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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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대문경찰서장은 부하 경찰들의 엄호를 받으며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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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원과 취재진들로부터 도망친 남대문경찰서장은 경찰들 사이로 몸을 숨겼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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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대문경찰서장이 도망치자 어이없어 하며 화가 난 이정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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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여경들이 나타났다. 당시 서울광장에 있던 여성은 이 의원 혼자였다. 여차하면 여성인 이정희 의원도 광장에서 몰아내기 위해 여경들이 동원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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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의원이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간단하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추모제가) 어제까지는 합법이고 오늘부터는 불법이냐?"며 강제진압을 한 경찰에게 분노를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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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한 이른 아침에도 시민들은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했다. 분향소 주변이 매우 어지럽혀 있는 것으로 철거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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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막은 철거됐지만 남아 있는 집기로 분향소는 다시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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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에도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천막 사진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

 

사진/기사 = 락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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