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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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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살자’ 일흔 번째 방송을 시작합니다.
지난 방송이 나간 후에 오래간만에 사연들이 도착했습니다.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사연들을 소개합니다.

 


황용운님 : 잘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보월보월님 : 제주갔는데 얼굴도 못보고 그냥 왔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형숙님 : 나도 예전에 병원에서 어떤 여자가 무겁게 짐들고 가기에 좀 들어드릴까요? 했더니 매몰차게 됐어요!!하면서 짜증내더라고요~~빨쭘!!

 


보월보월님과 김형숙님은 지난 방송에 댓글을 달아주셨고, 황용운님은 67회 방송에 달아주신 댓글을 이제야 소개합니다.
제주도청 앞에서 제2공항을 막아내기 위한 싸움을 열심히 하고 계신 황용운님은 이 방송에서 뭘 느꼈는지 궁금하네요. 그게 뭔지를 모르겠지만 ‘잘 읽었다’고 해주시니 기분이 좋습니다.
보월보월님은 울산에서 제주로 여행을 왔다 가셨군요. 그냥 조용히 가실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흔적을 남겨주셨습니다. 얼굴을 못보더라도 이것으로도 족합니다. 고맙습니다.
김형숙님은 지난 방송 내용에서 자신의 경험을 견주며 공감을 표해주셨네요. 저는 제 짐을 들어주겠다고 하면 절대로 사양하지 않으니까 언제든지 도와주세요. 하하하


지난 주에 읽었던 책 중에 나온 구절이 있는데요
여러분의 사연과 아주 쪼금 정서적으로 접촉하는 지점을 느꼈습니다.
두 문단의 글이 아주 성격이 다르고
그 글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겠지만
한번 느껴보세요.
혹시 여러분도 정서적으로 접촉하는 지점이 느껴지면 다행이겠네요.

 

 

우리의 삶은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와 같다. 파도 위에서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잘 잡으려면 꼿꼿해선 안 된다. 유연해야 한다. 힘을 빼고 이리저리 휘둘릴 각오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파도에 맞춰 무게중심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쉴 새 없이 옮겨야 넘어지지 않는다. 그 모습을 멀리서 보면 마치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여도 자세히 보면 열심히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내 삶이 매우 불안해 보일지라도 너무 걱정할 것 없다. 이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타는 것이니까.
- 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어’ 중에서

 

우리에게, 페미니즘에, 여성에게 공감은 필요 없다. 어차피 사람은 타인을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한다. 몰라도 괜찮다. 손잡아주지 않아도 되고, 눈물을 닦아주지 않아도 된다. 정말 정말 정말, 그래도 돕고 싶다면, 좀 닥치고 있기를 바란다. 여성의 입을 막지 말고, 여성의 앞길을 막지 말고, 여성의 인생을 막지 마라, 돕겠답시고 나대지 마라. 지금 당장 보이지 않는 아군이 아니라면 필요 없다.
- 민서영의 ‘쌍년의 미학’ 중에서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서 일어나는 시간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이불 속에서 뭉게다가 일어나 마루로 나오면
먼저 일어난 사랑이가 문밖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빨리 밥 먹고 산책을 나가자는 거지요.
이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해집니다.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누군가가 매일 아침 이렇게 있으니까요.

 

 

<광고입니다>
개발과 투기의 광풍 속에서 문들어져가고 있는 제주의 속살을 들춰보는 일을 해보고자 합니다.
지금 이곳 제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듣고 기록하려는 겁니다.
인터뷰 또는 르포의 형식이 될테인데 아직 구상만 존재하고 구체적인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혹시 이런 것에 관심이 계신 분이 있다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3


내가 일제시대에 태어났었더라면 어떤 독립운동가였을까 하는 테스트 프로그램이 있어서 한번 해봤습니다.
“1919년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라며 나오는 질문들에 답을 해갔습니다.
3월 1일 만세시위에는 참여했을 것 같았고
겁이 많아서 무장투쟁이나 의혈투쟁은 못하고 대중 속에서 사람들과 같이 있었을 것 같고
공직을 맡아 활동하거나 해방 후에 훈장을 받을 정도로 이름을 알리지는 못했을 것 같고
안중근 의사와 같은 단지혈서도 쓰지 않았을 것 같아서
그렇게 질문들에 답변을 했더니
“3·1운동 계기로 사회주의자가 된 사상기생, 여성해방 외친 페미니스트 정칠성”
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한 설명을 봤더니
기생으로 있던 그가 3.1운동을 경험하고는 기생을 그만두고 사회운동에 헌신했답니다.
주로 여성운동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조선공산당과 연계된 활동을 했다고 하네요.
해방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다가 월북했고 1958년에 반종파투쟁으로 숙청됐답니다.
아주 간략한 프로필이었지만 그의 삶의 여정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갔습니다.


그냥 심심풀이로 해본 테스트였는데 생각지 못한 결과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내가 담고싶은 인물이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현장에서 박박 기는 사람이어서 좋았고
알지 못하는 새로운 역사 속 인물을 알게되서 좋았고
그의 활동이력이 내 스타일이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것만 빼면...


그런데
수시로 성폭력을 일삼았던 나의 롤모델이 페미니스트라니...
더 정신을 차려야한다는 얘기인가요?


tv를 보는데 우연히 오래전 노래인 ‘세월이 가면’이라는 곡이 나오던군요.
처음에 “지금 그 사람 이름을 잊었지만”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인데
졸지에 제 롤모델이 되버린 잊혀진 여성혁명가 정칠성과 어울리는 노래로 느껴졌습니다.
이 노래는 여러 가수의 버전이 있는데 오늘은 이동원의 목소리로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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