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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66회)

~들리세요? (66회)

 


1


안녕하세요.
읽는 라디오 ‘들리세요?’의 66회 방송을 꼬마인형의 밝은 목소리로 시작하겠습니다.


와~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예요.
메리 크리스마스~


여러분은 어떤 곳에서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계신가요?
제가 한번 맞춰볼까요?
음, 오늘 같은 날 컴퓨터를 켜고 이 방송을 클릭한 걸 보니
푸~ 그저 그렇게 혼자서 시간을 때우고 있군요.


하긴 크리스마스라고 재미있고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겠지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이 어딘지 아세요?
자기 집이랍니다.
오늘 같은 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 방송을 보고 계신 여러분
당신만 특별히 외로운 것이 아니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당신과 같은 처지일걸요.


이렇게 얘기해도 쓸쓸한 마음은 위로가 되지 않죠?
자, 그런 분들을 위해 제가 기분이 좋아지는 얘기해드릴게요.
귀를 쫑긋 세우고 잘 들어야 해요.


언젠가 성민이가 이런 말을 했어요.
자기 아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침묵을 지켰던 하나님은
사람들이 삶의 구렁텅이에서 발버둥 치면서 간절히 기도할 때도 침묵을 지킨다고.
그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간절한 기도를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 했던 하나님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데요.
그래서 그때부터 하나님을 친구로 삼기로 했데요.
하나님이 외롭고 힘들 때 가만히 그 얘기를 들어주는 그런 친구.


이 방송을 진행하는 성민이는 하나님의 친구이고요
저 꼬마인형은 그런 성민이의 친구이고 천사랍니다.
바로 오늘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여러분이 외롭고 힘들다면
지금 간절하게 기도를 해보세요.
하나님과 성민이와 꼬마인형이 여러분의 얘기를 듣고 있을 거예요.
하나님은 역시나 침묵하고 있을 것이고
성민이는 가슴 속에 그 얘기를 담아두고 있을 것이고
꼬마인형은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되는 거예요.


여러분, 오늘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날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삶에도 행복을 기원하는 날입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여러분이 부활하신 예수님인 거죠.
그래서 여러분은 무조건 축복 받아야한답니다.


예수님, 생일 축하해요~ 짝짝짝짝짝

 


https://www.youtube.com/watch?v=zhH1YiAnxkY
(이상은의 ‘둥글게’)

 


2


윤선생님이 오래간만에 사연을 보내주셨네요.
들어볼까요.

 


집안 대청소를 했습니다.
구석구석 쌓아두었던 것들을 꺼내 정리하다가
오래된 다이어리를 발견했습니다.
10년쯤 전에 메모처럼 적어두었던 제 상념들이 들어있었습니다.
열정적이었던 30대 초반의 기록들이 정겨웠습니다.
그 중에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닌
피하지 않는 운명!
나의 삶도 운명이 되어야겠다.”


그때의 힘과 열정이 오롯이 되살아나
제 머리와 가슴을 두들기더군요.
나이든 척 하면서 은근슬쩍 빠져나가기에는
걸어 온 길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는 윤선생님이라는 분을 만나본 적이 없고
성민이가 몇 번 만나봤는데 꽤 점잖고 괜찮은 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성민이보단 꽤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쯤 되는 줄 알았는데
웬걸, 성민이보다 여덟아홉 살쯤 어린 팔팔한 청년이래요.
아, 물론, 저한테는 아저씨이기는 하겠지만...


성민이나 저나 나이 따지고 그런 거랑 거리가 멀어서
윤선생님이 몇 살이냐 하는 건 중요하지 않지만
그냥 글에서 풍기는 느낌이 좀 고풍스럽다는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그쵸?
아, 뭐, 젊은 사람이 이런 식으로 글을 쓰면 안된다는 건 아니고...


아~ 말이 자꾸 씹히네요.
긴장했나 봐요. 푸흐흐


에이, 그냥 제 스타일대로 편하게 얘기할게요.
윤선생님, 아직 팔팔한 나이신거 같은데 그냥 팔팔하게 사세요.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택이처럼 살아가면 애늙은이 같아서 좀...
성격이 그런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에고, 말이 또 씹혀버렸네. 히히히히


윤선생님, 제 얘기에 맘 상하는 건 아니겠죠?
뭐, 보내주신 사연도 그런 비슷한 내용인거 같아서
꼬마인형이 조심스럽게 토를 달아봤네요. 하하하


성민이가 좋아하는 자우림 노래 하나 들려드릴게요.
‘이런 데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 헤헤헤

 


https://www.youtube.com/watch?v=C5LOUJr0PM0

 


3


이어 성민이가 ‘착한 엄마의 밥상비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며칠 전에 제가 키우는 개 사랑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가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친척분을 만났습니다.
콜라비를 한창 수확하고 계시더군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헤어지려니 갖고 가라면서 콜라비를 좀 챙겨주셨습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와서 어머니에게 요리방법을 물어봤더니
깍두기를 만들어도 좋고, 그냥 셀러드로 먹어도 좋은데, 동치미가 제일 맛있다고 했습니다.
어머니가 동치미를 만들어주신다고 콜라비를 갖고 가셔서 저는 지금 동치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맛을 보지 못한 콜라비 동치미 만드는 법을 소개합니다.


동치미는 금방 먹는 게 좋기 때문에 너무 많이 만들지 말고
콜라비 하나 정도만 사용해서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콜라비를 얇고 네모나게 썰어줍니다.
콜라비가 살짝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소금, 설탕, 다진 마늘, 식초를 조금씩 넣어서 잘 섞어줍니다.
이렇게 절인 콜라비를 하루 정도 놔두었다가 먹으면 상큼한 동치미가 됩니다.


콜라비만 달랑 넣기에 조금 섭섭하다 싶으면
양파를 채 썰어서 넣어주면 좋다고 합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서 맛을 내고 싶으면 찹쌀가루 풀도 넣어주는데요
냄비에 물이 끓으면 찬물에 풀어 놓은 찹쌀가루를 살살 넣어주고 끓어오르면 불을 끕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찹쌀가루 풀이 식으면 양념과 함께 넣어주면 동치미 국물이 뽀얗게 되고 맛도 훨씬 좋아집니다.


콜라비가 워낙 맛있는 채소여서 굳이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맛있는 동치미가 만들어진다고 하네요.
콜라비 동치미는 처음 먹어보는데 어떤 맛일지 궁금합니다.

 


4


오늘부터 읽는 라디오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앞에서 보셨겠지만 노래가 가사를 전달하지 않고 링크로만 연결했습니다.
얼마 전부터 가사와 함께 링크로 연결하는 것을 함께 해왔는데
이제는 가사를 읽지 않고 유투브를 통해서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꼬마인형과 이 방송을 함께 진행하면서 노래에 대한 이견이 많았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해왔던 관성이 있어서, 읽는 라디오의 정체성을 살려야 한다면서
가사만을 적어두는 것을 고집해왔습니다.
꼬마인형은 노래는 원래 읽는 게 아니라 듣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링크를 걸어놓자고 자주 주장해왔습니다.
음악에 대한 차이라기보다는 이 방송의 성격에 대한 이해가 달랐던 것이죠.
저는 평면적이지만 온전히 읽는 것을 통해서 오히려 상상력이 발휘되고 깊이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고
꼬마인형은 책이 아닌 인터넷이기 때문에 좀 더 복합적이고 역동적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저작권법 문제가 떠올랐습니다.
노래를 링크로 연결해서 듣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지만
가사를 임의로 복사해서 옮겨오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copyleft정신을 주장하며 저작권법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겠지만
이제는 그냥 합법적인 우회로로 슬그머니 돌아가는 것을 택해버렸습니다.


사실 4년 전에 읽는 라디오라는 걸 처음 시작할 때도
음악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적인 방법을 몰라서 가사를 옮겨왔던 것이지
처음부터 가사만으로 진행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다가 계속 진행하다보니 가사의 매력을 새롭게 느끼게 됐고
읽는 라디오에서 노래를 상상한다는 새로운 매력도 찾게 됐던 것이죠.


앞으로 음악은 가사로 읽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듣고 보는 것으로 전달하겠지만
가사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방법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또 다른 방법도 계속 고민하겠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제부터는 이 방송이 ‘읽는 라디오’가 아니라 ‘읽고 듣고 보는 라디오’로 변하게 된 것인데
앞으로 이 방송이 발전해나갈 방향에 대한 고민도 조금씩 해봐야겠습니다.


오늘의 이 변화가 현실의 벽 앞에서 슬그머니 우회하는 것이 아니라
관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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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입니다.
부모님이 4남매를 키우던 집이 자식들이 하나 둘 씩 떠나면서 휑해져버렸습니다.
그 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리모델링해서 민박으로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밭에 컨테이너를 갖다놓고 살게 됐고요. 하하하
민박집 컨셉이 ‘부모님과 제주여행’이랍니다.
블로그를 만들었으니 한 번 구경와보세요.
여기 -> http://joeun0954.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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