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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70회)

~들리세요? (70회)

 


1


연달아 몰아치는 추위에 몸과 마음이 바짝 긴장한 한 주입니다.
잘들 견디고 계신가요?
오늘 방송은 성민이가 먼저 시작합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끝났습니다.
오래간만에 드라마 보는 재미에 푹 빠졌었는데 아쉽습니다.
단순히 옛날을 추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해줘서 좋았습니다.


드라마 막바지에 1994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됐습니다.
고등학생이던 쌍문동 아이들이 사회인이 돼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는 시기였죠.
그 시기는 그들의 부모님이 외로움과 명예퇴직과 갱년기 우울증으로 늙어가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드라마는 이런 모습들을 골고루 비춰 보여주더군요.


20대 중반이었던 1994년의 저도 그랬습니다.
예비역으로 복학해서 열정적으로 학생운동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제 인생에서 정말 후회 없는 시기였지요.
그때 저의 부모님도 드라마 속 부모님과 같은 시기를 보냈겠지만
그때 저는 앞만 보고 달리느라 부모님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습니다.


20여 년이 지나서 그때 부모님과 비슷한 나이가 돼서
‘응답하라 1988’을 보니
그때의 제 모습과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잘 알고 있는 모습이었고
또 하나는 잘 몰랐던 모습이었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의 부모님은 이제 조금씩 기력이 약해지고 있고요.


내 자신만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돌아보게 만든
‘응답하라 1988’은 참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최성수의 ‘남남’ 듣겠습니다.
이 노래는 저희 어머니가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Lj2JU6sAnQ

 


2


어느 명상 프로그램을 듣다가 저의 옛모습을 돌아봤습니다.
힘들고 괴로웠던 시절의 모습이 아니라
즐겁고 활발했던 시절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때 저는 정말 열정적이었습니다.
앞만 보고 겁 없이 달리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사람에게는 쉽게 변하지 않는 천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에게는 그런 열정적인 삶의 모습이 그런 천성인가 봅니다.
늙은 것도 아니고 젊은 것도 아닌 어정쩡한 나이에 서 있는 저는
열정적인 과거의 제 자신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과거의 저는 흘긋 지금의 저를 쳐다보고는 따라오든 말든 알아서 선택하라더군요.
그냥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한다면 저는 늙은이가 되어가는 것일테고
그 발걸음과 호흡을 따라가려니 겁이 아는 것도 사실입니다.


명상 프로그램에서는 이루고 싶은 꿈이 뭐냐고 물어왔습니다.
아~ 해보고 싶은 것이 참 많았는데...
시도 해봤던 것도 많고...
잠시 머뭇거리고 있는데 과거의 제가 지금의 제게 다가와서 종이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10년쯤 전에 제가 썼던 편지였습니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이곳 제주의 바다와 하늘과 산을 즐기면서 나중에 이곳에 혁명가들을 위한 휴양소를 하나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도 자신의 몸을 챙기지 못하면서 휴식도 없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투쟁하는 동지들이 잠시라도 와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쉬었다가 갈 수 있는 곳을 이곳에 만든다면 정말 좋을 것입니다. 나중에 제 나이 60쯤 되면 한 번 만들 수 있도록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돈도 좀 있어야 할 것이고, 운영에 대한 문제도 고민해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때도 지금과 같은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앞으로 30년 후에 이곳에 조그마하게 혁명가들을 위한 휴식처를 마련하는 것이 내 노후사업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간절한 소원으로 간직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 휴식처 입구에는 ‘노동관료 절대 사절’이라는 푯말을 붙여놓는 것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그러고보니 혁명휴양소에 대한 그림을 몇 번 그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10년의 암흑기를 보냈지요.


저 앞에서 씩씩하게 걸어가는 과거의 제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생각해봤습니다.
10년 전에 이 편지를 쓰고나서 준비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지금은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열정도 사그라졌고, 배신감만 우글거리지만
늙은이로 살아가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 나입니다.


10여 년 후 제가 늙어가는 나이가 됐을 때
젊은 날의 꿈이 늙은 저를 지탱해준다면 행복하겠지요.
그러려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저의 꿈은 10년 후에 혁명휴양소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방송을 보시는 분 중에 혹시 관심있는 분이 있으려나요?

 


3


이어서 꼬마인형이 진행합니다.
이번 주 ‘착한 엄마의 밥상 비법’은 콩국입니다.
추울 때 따뜻한 콩국 만들어 드시는 좋을 것 같아서요.
이거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더라고요.


콩을 직접 갈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마트에 가면 콩가루를 판데요.
간편하게 콩가루 사다가 하면 된답니다.


냄비에 물을 넣고 물이 끓으면 멸치 다시다를 넣어줍니다.
찬물에 게우둔 콩가루를 냄비에 살살 넣어줍니다.
콩가루를 넣은 후에는 투껑을 열고 부풀어 오르면 살쩍 저어주면서 소금을 조금 넣어줍니다.
콩가루가 익어가면 모이게 되는데 그때 미리 데우쳐 둔 배치잎을 넣어주면 됩니다.


고소하고 따뜻한 콩국 한그릇으로 겨울 추위를 이겨보세요.

 


4


여러분, 요즘 많이 춥죠?
이제 웬만한 추위는 적응이 돼서 견딜만 하다는 분도 있지만
이번 주 추위는 정말 매섭네요.


여러분은 더운 거랑 추운 거 중에 어느 게 더 견디기 힘들어요?
성민이는 몸에 열이 많아서 추운 건 좀 견딜만 한데 더운 건 정말 힘들다는데
저는 반대거든요.
여름에는 빨빨거리며 잘도 돌아다니는데
겨울만 되면 밖으로 나가는 게 정말 싫어요.
귀신들은 추위나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데도
겨울만 되면 마음이 먼저 얼어붙어버려요.


뭐, 그래도 시간은 흐르는 거잖아요.
이제 1월도 후반부로 접어들었으니까
이 겨울도 서서히 끝을 향하고 있는거겠죠.
이번 추위만 잘 견뎌보자고요.
그러면 봄기운이 살짝 다가올지도 모르잖아요.


매서운 이 겨울의 추위를 견디고 있는 여러분에게
따뜻한 음악 선물 하나 드릴께요.


리사 오노라는 보사노바 가수 아세요?
2015년에 자바 재즈 페스티벌에서 공연했던 영상인데요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음도 따뜻해질거예요.
1시간 17분짜리 영상이니까 여유있게 들어보세요.


오늘 방송은 리사 오노의 노래와 함께 마칠게요.
다음 방송 할 때는 조금 따뜻해질거예요.

 


https://www.youtube.com/watch?v=sAW3Ir7gyL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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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입니다.
부모님이 4남매를 키우던 집이 자식들이 하나 둘 씩 떠나면서 휑해져버렸습니다.
그 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리모델링해서 민박으로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밭에 컨테이너를 갖다놓고 살게 됐고요. 하하하
민박집 컨셉이 ‘부모님과 제주여행’이랍니다.
블로그를 만들었으니 한 번 구경와보세요.
여기 -> http://joeun0954.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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