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쓴 진보블로그는..에 늑호님이 달아주신 덧글에 기대어 다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늑호님의 덧글에 대한 답의 형식으로 글을 정리합니다. (귀차니즘으로 인하여..-ㅗ-;)
늑호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문제는 "어디에서?"가 아니라 "무엇을?" 또는 "어떻게?"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도형 포털의 폐쇄성과 한계는 저 역시 인식하고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것의 대안이 특정 장소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의 적이 항상 아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듯, 포털 블로그 서비스의 대안이 독립형 블로그 서비스, 또는 설치형 블로그일수는 없다는 것이죠. 저는 저번 글에서 그 점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달군 : 진보 블로그라는 것을 만들면서, 혹은 진보넷이라는 독립네트워크 운동을 하면서 우리가 "특정 장소"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특정한 방향성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려 했다는 것이 좀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곧 , 늑호님 말씀대로 자본이 주도하고 있는 현재 인터넷 소통문화와 자원분배에 대한 대안이 '특정 장소', '특정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서 대안적인 흐름을 생성할 수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렇게 문제는 단순하지 않지요.
늑호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여기서 새로운 모습으로 그들에게 대항할 것이다. 그러니 당신들도 자본에 의해 주도되는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써봐라...라는 식의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달군 : 네 , 여러번 이야기 했지만 오로지 그런 의도만으로 진보 블로그는 아무런 의미를 가질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번 우리를 가두게 되겠지요. 소위 이동네 사람들의 커뮤니티로만 경계가 공고해지고,대중으로의 확장의 가능성을 스스로 절단하게 될 것입니다.
늑호 : 저번에도 말했지만 많은 초기 블로거들이 이 땅에 독립 미디어라고 부를 수 있는 블로그를 들여오고 그것에 대한 정의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수많은 포스트와 덧글, 트랙백들이 오갔습니다. 뒤늦게 포털 서비스들이 이 블로그에 담겨진 수익성을 발견했고, 이제는 진보네트워크도 가담한 상태라고 봅니다.
달군: 저도 잠시 말한적이 있지만, 초기 블로거들이 이땅에 독립 미디어라고 부를 수 있는 블로그를 도입했다는 말이 뭐가 중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늑호님이 쓰신 이 4줄은 저로서는 막말로..'우리 1세대가 블로그 도입해서 고민할때 뭐하고 있다가 포털 자본 다 뛰어들고, 이제서야 '진보'랍시고 블로그 만들어서 자본에 반대하는 사람 헤쳐모여라고 하는게 참 우습다'정도의 말로 들립니다. 위 4문장만은 글의 논지에서 무슨 관계가 있는 지도 모르겠구요. 저는 그럼 개인적으로는 '늦어서 죄송합니다' 라는 말 밖에는 드릴 말이 없군요.
늑호 :문제는 블로그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이해, 어째서 블로그를 개인 미디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우리는 이것을 시민주의운동에 결부 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겠죠. 블로그의 본질은 집중이 아니라 분산입니다. 그리고 분산된 블로그들이 덧글과 트랙백으로 결합되어 그물을 이룹니다. 그래서 집중된 포털 서비스에 대한 대항으로 집중된(그것이 광장이라해도)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는거죠.
달군 :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문제는 바로 그것이죠. 문제는 "블로깅이라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확장시키고, 나아가서는 정치적 효과를 기대하는가. 개인적으로 고민해본결과 블로그란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블로그를 한다'는 행위는 무엇을 말하는가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블로그가 뭐냐?라는 것에 대한 대답은 여러가지 이겠습니다만, 그것에 대한 논쟁은 일정정도 관념적이고, 소모적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블로깅'이라는 '행위'로 논점을 옮기면,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정의하는가가 매우 정치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블로깅은 무엇이다라고 절대적으로 정의 할 수 는 없겠으나, 일종의 '소통 행위'로서 '윤리'적으로 논할 수 는 있다는 이야기죠. (여기서 윤리는 절대적 도덕원리를 의미하는게 아닙니다) 이를테면 '펌질'에 대한 비판으로 대안적인 블로깅을 제안하는 등의 행위가 어떤 소통이 더 올바른가하는 가치 판단 하에서 나온다고 저는 봅니다.
블로그의 본질은 집중이 아니라 분산이라는 말씀대해서 역시 동의 합니다. ('본질' 이라기 보다는 늑호님과 제가 공동적으로 생각하는 대안적 소통 모델이 집중보다는 분산이라고 표현하는게 저는 정확하다고 생각하지만요.) 그런데 집중된 포털 서비스에 대한 안티로 광장이라해도 집중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대안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 볼일입니다. 분산적 소통 역시 그 소통의 계기를 만드는 결절점은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블로그 코리아나 ZOG MT모임들은 뭐라고 진보넷과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블코나 ZOG/MT(블코와 달리 기술적인 포럼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조금 다를수 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소통의 중계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블로그 TOP역시 마찬가지구요. 분산적 소통은 커뮤니티를 형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집중소통'을 통해 위계가 발생하고 ,소수의 발화자 외의 대중들은 소통의 기회을 박탈 당했던 것에 대한 대안의 의미로서 '분산'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비교적 수평적으로 내지르는 것이 분산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전복적 힘을 획득하려면 그 목소리들은 다양한 지점에서 교차하고 모였다 분산했다를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커뮤니티적 소통 방식인것이지요.
즉 불로그의 분산적 성격이 개개인의 '발화'를 가능케 한다면 , 그것이 일정한 정치적 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혹은 사회적 의미성을 가지는 사건 혹은 힘들이 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적 소통 역시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늑호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 땅에 블로그를 들여온 분들이 어찌보면 진보, 혹은 시민운동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웹에서의 새로운 대안과 방법론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사람들이기도 하죠. 진보네트워크는 바로 그 새로운 대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블로그의 새로운 형태가 될 수도 있고, 블로그가 아닌 새로운 매체가 될 수 있습니다. 광장에 모여 우리의~를 이야기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입니다. 진보네트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것은 아닙니다. ^^;
달군 :
진보네트워크 센터를 비난 공격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지한 토론이 필요한 문제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기회가 닿는다면 더 논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혼자'생각하는 것 보다는 '대화'하면서 생각을 진전시키는게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말씀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너무 허접하게 정리를해서 비문도 많을테고, 틀린 생각도, 다시 논의해야 할 지점도 많을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덧글을 보고 나서 계속 답글을 써야하는데 하고 생각만하다가 쓰고나니 , 시원하긴하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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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호님의 민중커뮤니케이션과 몇가지 생각들 에 트랙백 함.
관련 논의의 경로는 neoscrum님의 민중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위한 투쟁 -->
@hof님의 민중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
늑호님의 민중커뮤니케이션과 몇가지 생각들 --->
neoscrum님의 민중커뮤니케이션 글에대해 -->
달군 진보블로그는.. 으로 정리됩니다.(아마도.. 복잡한데, 그중에 빠진 관련 글도 많이 있습니다. 순수님, renegade님등의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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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서비스 추가" 이상의 의미를 설명한 적이 없는 것 같네요. 각종 개념과 오해들이 얽히게 된 것도 생각의 정립없이 블로그의 세계로 뛰어들면서 시작된 것 같기도 하구요.
그건 그렇고 "이 땅에 블로그를 들여온 분들", 이 말 보면 볼 수록 웃기네요. :)
각론에 대한 논의는 활발한 반면 정보통신운동에 '총론'적 전략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최소한의 동의 가능한 전략적 방향이라도 있더라면 새로운 가능성과 시도에 대한 전술적 논의로 넘어갈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사소한 하나하나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총론'적인 논쟁과 '각론'차원의 논쟁이 얽혀버리니... 올바른 커뮤니케이션 구조에 대한 사전에 합의된 정의만 있었어도 블로그 이야기가 훨씬 편해졌을 것 같아요. 빨리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논의는 시작해야 할 듯...
레니//응. 끄덕.
네오//그쵸. 그런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
지금 미디어액트에서 몇몇 분들과 막 '장기간의 공부'를 시작하려 하는데, 이번주말에 지난번 제가 쓴 그 글로 토론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진보넷에서도 관심있는 분들이 있을꺼라 했더니, 모두 환영! 이왕이면 장기 세미나도 같이 하면 더 환영!
음..음.. 공부라니..-ㅗ-;
이번 토론만 참석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을 듯.. 후후.. 진보넷과 미디액트 나눠서 논의할 게 아니라 관심가진 사람들 같이 토론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미디어운동과 정보통신운동이 이론적으로 중복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대신, 각자 또 발전시켜온 고민들이 있으니 함께 토론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듯 싶네요.
이번 주말 정확히 언제인지. 말씀해 주시면 가보도록 노력할께요. 갈수 있으면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