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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화를 위한 역설. (2) 2004/09/09

 

문득.

헐렁한 츄리닝을 입고 업드려서 낙서를 끄적이던 자신이

흐뭇하게 느껴졌다.

 

기분좋게 모니터 앞으로 와서.

 

오랜만에 참세상 뉴스 페이지에 접속했다.

박기범씨의 단식 일지를 읽었다.

 

마음이 스산해 진다.

 

 

그것이 나름의 운동인지도 순간순간 잊을 정도로 매일 쫒아 오는 '일들' 속에서

문득 느낀 평화가,

일에 쫒긴다는 핑계로

싸우는 이들을 잊어 버렸다는게,

 

 

괴로워진다.

 

 

그리고 평화를 위해서는 평화로운 일상이 부끄러워야 한다는게,

우습도록 황폐하다.

 

 

이따위 진부한 반성놀음의 반복.

건조해지는. 마음이 터버린 느낌.

로션이 필요해.

 

그런데, 억울하다. 왜 자책해야 하는거지.

 

 

다 빼앗기고만 있다 하는 생각에 답답하기만 했다. 싸울 일 투성이다. 도무지 이 놈의 나라는! 하지만 머릿속에서 ‘다 빼앗기고만 있다’ 하고 생각하던 것을 곧 ‘다 팔아먹고만 있다’, ‘다 내주고 있다’ 하는 말로 고쳤다. ‘다 빼앗기고만 있다’ 하면 여기에는 우리의 분노가 오로지 ‘빼앗는’ 자, 다시 말해 오로지 미국으로만 향하게 된다. 아니,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빼앗는 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들에게 오히려 앞장서서 내주는 자들, 팔아먹는 자들이 있다. 이 나라 안에 분명히 있다. 노무현 정권. 침략전쟁을 그만 두게 하는 것도, 쌀을 지키는 것도 노무현 정권과 담판을 지어야 하는 일이다. 

....(중략)

불안하다, 불안하다 하더니 사드르 시티와 팔루자에는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민간인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기막힌 기사와 함께 나란히 놓인 것은 이어지는 철군 행렬. 태국 군 전원 철수 예정, 우크라이나 군 점차 철수, 폴란드 군 일부 철수, 네덜란드 군 내년 3월 철군. 무서웠고, 부러웠고, 비참했다.


무서운 그리고 부러운, 비참한
2004년 9월 8일 [박기범의 철군투쟁 단식일지 31일째] 평화를 만나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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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9 23:57 2004/09/09 2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