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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3/31
    절정을 기다리는 보성의 차밭(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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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6/03/31
    기대 이상의 맛 : 차목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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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을 기다리는 보성의 차밭

 

광고에서 보았던 차밭 배경, 그런 데가 정말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왔다. 3월 17일에 보성의 녹차밭을 갔더니 약 한달이 더 있어야 파릇파릇한 새잎이 나는 녹차밭을 구경할 수 있단다. 절정은 4월 중순이란다. 절정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기 마련이라 여유있게 구경할 수 있는 3월 중순도 나쁘지는 않겠지. 방문 직전에 한동안 꽃샘추위가 있어서인지 녹차잎이 깨끗한 녹색은 아니었다.

 

 

보성의 녹차밭으로 유명한 보성다원으로 가기 전에 '전망 좋은 곳'이라는 델 잠시 들렀다. 보성읍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보성다원을 지나 옛날 대관령보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지금 도로 펴기 공사 중), 산을 넘는 중간 도로변에 전망대와 주차장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아주 작은 휴게소라고 보면 된다.

 

정자 모양을 본딴 듯하나 촌스럽기 짝이 없는 벽돌-시멘트 건물이 있는데 전망이 좋다는 2층으로 올라가면 전신주와 전기줄이 계곡 아래 녹차밭을 가린다. 돈을 받는거야 아니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전망대 만들어 놓고 한쪽편에서는 물건도 팔고 그러는 모양인데 이래가지고 장사나 제대로 할까. 무엇보다 '아름다운 경관'에 대한 모독 그 자체였다. 한심하다. 이 나라의 관광사업이란 이 모양이다.

 

'전망 좋은 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계곡은 온통 녹차밭이다. 아래 사진은 전망대에서 내려와 주차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훨씬 낫다.

 

@ '전망 좋은 곳' 주차장에서 내려다 본 녹차밭.

 

푸르기만한 색을 기대했지만 갈색 기운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이날도 살짝 안개가 끼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으니 연두빛 새잎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제철이 아니라는 것이지. 아래로 내려가는 길도 있었지만 온통 녹차로 가득한 곳이 있다길래 사진 몇 장만 찍고 보성다원으로  향했다.

 

 

보성다원은 주차비로 2,000원을 받았다. 녹차밭 입구에서 위로 쭉쭉 뻗은 나무들을 만났다. 삼나무 종류인 것 같다. 키가 큰 나무숲으로 아주 짧은 산책길이 나 있었는데 원래 있던 숲을 관광용으로 활용하는 줄만 알았더니 찬바람을 싫어하는 녹차를 위해 바람을 막는 역할을 한단다.

 

@ 삼나무(?) 숲길. 일행들이 앞에 가네.

 

녹차밭을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전에 [차목원]에서 식사를 했다. 기대 이상의 맛에 한껏 기뻐했다.

 

계곡의 산비탈이 온통 녹차였다.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지나 짙고 단단한 잎이 작은 키로 도열해 있었다. 거대한 산비탈 정원이었다. 산책로는 아마도 차잎을 딸 때는 운반로로 쓰일 것이다. 온통 녹차 뿐인 비탈 끝 언덕, 그리고 이곳 저곳에 나무 몇 그루 씩 모여 있어 지루함을 덜었다.

 

@ 언덕 위 나무들. 파란 하늘도 좋다.

 

@ 녹차밭 배경이 방풍림. 안개가 살짝 낀 날이었다.

 

녹차는 찬바람에 약해서 꽃샘추위 때 말라버린 잎들이 많았다. 산 가득 녹차잎이 푸르르기만 하다면 어떤 경관을 이룰까 상상하니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심과 설레임이 느껴졌다. 아쉬움과 함께. 뭐, 기회는 또 오겠지.

 

@ 녹차. 추위에 말라버린 이파리들이 보인다.

 

 

한산한 녹차밭 구경을 마치고 내려와서 녹차 관련 식품을 파는 매장에 들렀다. 새로 나는 녹차잎으로 만든 상품들이라면 모르겠으나 절정에 이르지 못한 3월 중순에 파는 각종 상품들은 짧아야 1년 가까이 묵은 것들 아니겠는가. 스윽, 별 관심없는 시선으로 훑어만 보고 작은 PET병에 담아 파는 녹차만 사 마셨다. 시중에 잘 보이는 동원의 '보성녹차'보다 맛있었다. 서울에서는 보지 못한 상표였다.

 

 

@ '보성다원'과 '전망 좋은 곳'

 

 

기대 이상의 맛 : 차목원

 

광고에도 등장했었고 보성차밭 하면 이곳으로 통하는 '보성다원'이 있다. 왠만한 관광지 소개에도 빠지지 않는다. 유명 관광지란 얘기다. 보통, 유명 관광지에서는 주의할 게 있다. 바로 음식이다. 바가지 가격이 보통이고, 바가지는 아니더라도 그 가격에 어울리는 맛을 보여주지 못한다. 더구나 '보성다원'처럼 한 기업이 운영하는 관광지 안에 자리한 음식점이라면 더더욱 의심을 살 만한다.

 

예상을 벗어난 맛과 가격을 지닌 [차목원]을 소개한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고픈 배를 달고 '보성다원'에 도착했을 때, 허기를 달래지 않고서는 차밭 구경도 재미가 없을 듯했다. 군것질거리나 조금 사서 때울까 하다가 간편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차밭 구경하러 가는 길에 처음으로 만나는 건물 1층에 위치한 [차목원]을 선택했다. 그래봐야 식당은 둘밖에 없다. 별 기대 없이 녹차수제비나 먹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녹차는 쓴맛을 가지고 있고,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로 팔아볼 심산으로 음식재료로 사용하니 그럴만하지 않은가.

 

이런 예상은 식당에서 처음 맛보게 되는 물맛에서부터 빗나갔다. 연하게 우린 시원한 녹차가 생수를 대신했다. 연하지만 맹숭맹숭하지 않고 그렇다고 녹차의 쓴맛도 없는 맛이었다. 물로 마시기에 부담되지도 않고 차를 마신다는 느낌도 난다. 이토록 잘 우린 시원한 녹차를 마셔본 적이 없다. 훌륭하다. 빈 PET병에 채워오지 않은 게 후회스럽다. 작은 병에라도 받아왔으면 여행 중에 홀짝홀짝 맛나게도 마셨을텐데.

 

주문한 음식은 '녹차수제비'와 '녹차와꼬막회비빔밥'이었다.

 

@ 녹차수제비.

 

녹차수제비는 평범해 보인다. 그래도 바지락 국물이 좋다. 늦은 아침식사로는 제대로 선택했다. 반죽도 쫄깃쫄깃. 녹차의 쓴맛은 없애면서 녹차다운 맛을 냈다. 평범한 듯하나 내공 있는 음식이었다. 수제비라는 음식에게는 지상 최고의 맛이 있기 어렵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다 맛있다. 이 집 녹차수제비는 그 수준을 넘었다. 출출한 시간에 무언가 가볍게 먹고 싶다면 [차목원] 녹차수제비가 생각날 듯하다.

 

@ 녹차와꼬막회비빔밥. 빛깔이 좋다.

 

비빔밥은 계절에 따라 재료가 다르다. 겨울에는 꼬막회, 여름에는 바지락. 이 비빔밥은 내가 먹은 게 아니라서 처음맛과 끝맛을 기억할 수 없다. 두어 숱가락 살짝 먹어보기만 했다. 재료는 싱싱했다. 나물에 고추장 넣고 비벼먹는 비빔밥과는 달리, 회무침의 시큼한 맛이 난다. 녹차나물의 독특함도 인상적이다.

 

[차목원]은 다원답게 녹차를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재료로 사용한다는 것 이상으로 녹차의 맛을 아주 잘 보여준다. 비빔밥에도 들어가 있는 아래의 녹차나물 반찬을 먹어보면 이 얘기가 무슨 뜻인지 않다.

 

@ 반찬으로 나온 녹차나물.

 

녹차를 직접 우려서 마실 때를 떠올리면, 녹차잎을 어떻게 씹어서 냠냠 먹을 수 있을까. 하지만 보통의 경험과는 달리 녹차나물은 무척 맛있다. 녹차가 이렇게 요리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약간 짭짤하게 버무린 녹차나물에 손이 자주 간다.

 

 

원래 수제비와 비빔밥은 최고로 칭할 만한 음식이 나오기 어려우니 [차목원]의 음식을 두고도 최고라 할 순 없다. 그래도 훌륭하다. [차목원]은 어떻게 녹차로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의외로 맛있는 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행운을 얻었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시원한 녹차를 조금이라도 물병에 담아 달라고 부탁해 보아야겠다.

 

@ 관광지 한복판에 과점 음식점 치고는 비싸지 않다.

 

- 차목원 : 061-853-5558

- 보성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가다보면 '보성다원'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차목원]은 '보성다원' 안에 있다.